Bongta      

매명(賣名)

소요유 : 2011. 6. 4. 14:08


홈페이지를 지금은 너도 나도 모두 쉽게 만들 수 있다.
블로그 정도라면 문해자(文解者)라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쇼핑몰 정도의 수준의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적어도 HTML은 알아야 하지만,
흔히 쓰는 수준 한도 내에선,
그 외에 최소 MYSQL, PHP까지는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진작부터 농원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하였으나,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거니와 농원 일이 바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완성하여 몇몇 검색엔진에 등록까지 마쳤다.
(쇼핑몰 수준으로 제작을 하였으나,
현재는 이를 잠시 숨겨두고 차후에 대비하기로 하였다.)
그러하자니 쉼 없이 전화가 온다.

고객으로부터가 아니라,
광고쟁이로부터의 전화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말 거는 작태를 보니,
이것은 무지렁이 촌부를 농락하는 수준인 것도 많다.

“OO을 무료로 해주겠습니다. XX를 거저 서비스 해드리겠습니다. ....”

세상에나 얼마나 착하기에 저리 열성으로 주워섬길까?
그런데 무료로 주겠다는 것은 별로 쓸모가 없는 것들에 불과하다.

내가 제번(除煩)코 바로 일을 해야겠기에,
말 길을 끊고 말 자락을 가로채서 묻는다.

“다 필요 없고 광고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정작 내가 하게 된다면 광고비용이 궁금할 뿐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광고비용은 비쌌다.

차라리 순진하니 접근하는 사람이 신뢰가 간다.
나는 이런 분들의 연락처를 차후를 위해 남겨두라고 청해둔다.

그런데 이는 약과이다.
더 희한한 광고쟁이들이 들끓는다.
말만 하면 다 아는 저명한 뉴스매체인데,

“2011년 브랜드 대상”

이런 타이틀을 주고,
기사로 꾸며 올려주는데 얼마면 해주겠단다.
자신들의 이름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치사한 매명(賣名) 행위인데,
내가 점잖게 한마디해준다.

“내가 농원 조성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있겠음이며,
농산물도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귀측에서 나를 평가할 건덕지나 있는가?

게다가 그 브랜드 대상을 사는 것은,
나는 내게 스스로 성실하지 않아 심히 불편하다.
모름지기 농산물은 질로 세상에 말하여야 하고,
그 결과 자연스레 성가(聲價)가 높아지고,
브랜드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어떤 글에서 썼던 것을 일부 잘라 아래에 다시 옮겨본다.

***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장사꾼에서 농업인으로 번신(翻身)하자마자,
바로 유명 일간지에서 타이틀을 샀다.
'OO XXX 대상'이란 타이틀을 구매했는데,
뭣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게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제법 그럴 듯한 임자로 여기게 된다.
그는 밭을 조성하자마자 과일을 제대로 따기도 전인 한 두해 만에 바로 이 타이틀을 구매했는데,
내가 그 심사평을 읽어 보자니 이게 맞춤법도 엉망인 것이,
짐작컨대 붕어빵 식으로 틀에 찍어 낸 문구라,
돈 받고 그저 좋은 말로 닦아 치켜세울 뿐이었다.
농사라는 것이 무릇 한 두해 만에 물리(物理)를 틀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한 것임인가?
그러함에도 한두 해 만에 농업 대가가 되고, 달인으로 변신(變身)한다.

이 자를 본받았음인가?
이 집을 들락거리던 이 하나는 다른 언론사를 통해 ‘XX OOO 대상’이란 타이틀을 구매했다.
이게 건당 기백만 원 내외 하는 모양인데,
저들 언론사들은 외양 사회 정의를 외치고 부정부패를 나무라길 불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이 내막을 우연히 알고 나자, 저 언론사들이 괘씸하기 이를 데 없었음이라.
하나 고작 한다는 것이 브라우저의 즐겨찾기에서 저들을 지우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었음이라.
참으로 추접스런 세상이다.

명색이 상(賞)인데, 그에 값하는 실적, 공(功)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다만 있다면 그 수여 단체에게 돈을 지불한 것 외에 뚜렷한 평가 실체가 없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개설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일반 농원에 무슨 상줄 만한 뛰어난 장처(長處)가 있겠는가?
우리가 흔히 보는 체인점이라든가, OEM제조 따위의 영업/기술 방식은
기술 지원이라든가, 책임의 부담이라는 대명(貸名,代名)에 따른 일정 담보가 장치되어 있다.
하지만 언론사에서 자행하고 있는 ‘ΔΔΔ 대상’ 따위의 짓거리는,
아주 고약한 매명(賣名)행위로서 건전한 사회적 신뢰 기반을 허무는 악질적인 작태인 것이다.

***

그런데 오늘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니,
(☞ TV출연 맛집이 되고 싶어? 천만원만 내)
이런 작태가 TV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다.
사실 맛집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엉터리인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인데,
사람들은 아직도 TV, 방송을 타면 대단한 것으로 평가해주고 있다.

언필칭 사실을 전하고, 정론을 펴는 것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언론 매체들이,
제 이름을 팔고, 곡필(曲筆)하여 삿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언론사들도 문제지만,
돈을 주고 자신의 업체, 농장을 거짓으로 분식(粉飾)하는 이들도,
성실한 사람들이라 할 수 없다.

이야말로 딱 들어맞춰 호가호위(狐假虎威)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고전에서는 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빌어 세상을 농락하지만,
우리네 현실에선 호랑이가 자진해서 자신의 위엄을 여우에게 팔아먹고,
여우는 돈으로 호랑이의 위세를 구매한다.
실로 호랑이는 여우보다 더 교활하고,
여우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도록 취리(取利)에 밝다.
심히 부끄러운 짓이다.  

우리네 일상은 이리도,
단적스럽고 추접스럽다.
세상은 이리도 어지럽다.

소비자 역시 이들을 가려내어,
사실에 기반하여 제대로 평가하여야 한다.
그저 수동적으로 소비할 뿐 책임이 없다 뒤로 물러나 방관만 할 수 없음이다.
주체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가증스러운 저들을 시장에서 엄히 단죄하여야 한다.

세상에 떠도는 기표(記表)는,
민들레 홀씨처럼 반공(半空)을 질러,
바람에 날리는 허허로운 것.
실상 그중 몇몇 만이 대지에 안착하여,
명년 봄에 아름다운 뜻을 드러낸다.

(※ 또 다른 참고 기사 : 'TV 맛집'은 조작됐다…다음엔 '가짜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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