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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방구리(강아지) - 2

소요유 : 2011.06.24 16:53


얼마 전 풀방구리를 농원으로 데려왔다.
(※ 참고 글 : ☞ 2010/01/26 - [소요유] - 풀방구리(강아지))
애초 동물병원 수의사가 수개월 밖에 살지 못하리라 하였으나,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여름 한 철은 여기서 지내며,
남은 생을 엮어 낼 터.

서울 집에선 가끔씩 마비가 오는지 사지가 풀리곤 한다.
내가 혈도를 마사지해주며 풀어주고,
주로 족태양방광경 주변을 상하로 훑어주며
신속히 기가 통하게 조치를 해준다.
이리 하면 용케도 다시 털고 일어난다.

아직 여기 시골에 와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더울 때는 수차 자리를 옮겨주며 시원하게 해주는데,
문제는 내가 일을 할 경우다.
그 때는 나를 졸졸 쫓아 다니기 때문에 땡볕을 피할 수가 없기에 도리없이 묶어둔다.
그러면 내가 없어졌다고 계속 짖으며 나를 찾는다.
멀리서 들으면 단속적(斷續的)인 울음이 흡사 뻐꾸기 소리처럼 들리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별 일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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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1.06.26 00:03 PERM. MOD/DEL REPLY

    모처럼 풀방구리 얘기를 듣는군요.
    저도 잉글리시코카스페니엘 암놈 예삐를 5년 가까이 키우고 있어
    강아지 얘기가 나오면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거리며 귀를 기울이게 되지요.
    흰털과 회색털이 섞인 풀방구리 녀석이
    엄청 귀엽게 다가옵니다.
    저렇게 귀엽게 생긴 녀석을 괴롭혔다는 인간은 과연 인간답군요.

  2. 사용자 bongta 2011.06.26 13:00 신고 PERM. MOD/DEL REPLY

    예삐를 찾아 오셨는지요?

    제가 먹는 반찬도 식은 것 그냥 대충 먹는데,
    우리 풀방구리 녀석 것은 데워주느라,
    제가 조금 더 바빠졌습니다.

  3. 은유시인 2011.06.27 00:12 PERM. MOD/DEL REPLY

    제가 2월10일에 다대포에서 중앙동으로 이사를 왔고요,
    그로부터 보름쯤 지나 집주인 허락을 받고 예삐를 데려왔습니다.
    그러니 중앙동에서 예삐랑 지낸지도 석달이 지났나 봅니다.
    하루 한두 번씩은 바로 인근에 있는 용두산공원으로 1시간 여 산책을 다녀옵니다.
    대개 용두산공원에서 30여분 머물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등을 거쳐 한바퀴 돌고 오지요.
    다 예삐를 위해서지만 덕분에 저 역시 운동이 됩니다.

  4. 은유시인 2011.06.27 00:14 PERM. MOD/DEL REPLY

    저는 강아지 주둥이를 보면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큰 개라 해도 주둥이만큼은 앙증맞게 보입니다.
    특히 밥을 먹을 때 건드리면 으르렁거리며 주름을 짓는 주둥이가 무척이나 귀엽게 여겨집니다.

  5. 사용자 bongta 2011.06.27 08:39 신고 PERM. MOD/DEL REPLY

    고맙습니다.
    주인을 다시 만났으니 예삐가 아주 신이 났겠군요.

    농원 앞 판자집에서 키우는 아니 거의 방치한 강아지.
    제가 틈틈히 물도 챙겨주고 똥도 치워주느라 들락거렸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문 고리를 안에다 설치했더란 말입니다.
    저 보고 더이상은 오지 말라는 신호일 것입니다.

    그 녀석과는 인연이 다하고 말았습니다.
    그저 생을 빨리 마감하는 것 만이 저들의 유일한 출로일 터인 것을.

  6. 사용자 bongta 2011.06.27 12:45 신고 PERM. MOD/DEL REPLY

    제6조(적정한 사육ㆍ관리) ① 소유자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의 급여와 급수·운동·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6조입니다.
    분명 물을 주지 않는 것은 범법행위입니다.
    그런데 벌칙, 과태료 조항을 검토해보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기에,
    위법 행위에 대해 규제할 수단이 미흡합니다.

    도대체 살아 있는 생명에게 물을 주지 않는 것처럼,
    무자비한 노릇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 사람은 제 집 뒷꼍에 텃밭을 꾸미고 있습니다.
    원예를 좋아한다는군요.
    아마도 거기 식물들에겐 거르지 않고 물을 줄 것입니다.

    이 참람스런 정경을 앞에 두고 우리는 오늘의 삶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 그 잿빛 풍경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그러고도 저들은 저녁엔 집 식구들끼리 오손도손 모여 서로의 상처를 햝아주며,
    그리움을 긷고, 사랑을 읊고, 착한 사람씩이나 됩니다.

    이게 처음엔 구역질이 나더니만,
    이제는 이 모두 무명(無明), 즉 무식의 소치인 것으로 깨우쳐져,
    조금씩 진정되더이다.
    하지만 이는 곧 죄업일사,
    걸음이 무겁기는 더욱 무겁더이다.

  7. 은유시인 2011.06.28 20:49 PERM. MOD/DEL REPLY

    저는 가끔씩 생각에 잠겨봅니다.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살 수 있는가?
    라는 화두도 종종 내걸어봅니다.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선 때론 남을 속여야하고 요령을 피워야 하고 거짓말을 해야합니다.
    참 이게 비극입니다.
    그렇지만,
    전혀 노력하지 않고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으면서 남의 것으로 공짜로 얻어진 것으로
    호의호식하면서 잘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주 떳떳하게 말이지요.
    그런 것들을 느낄 때마다 인간세상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정작 해답은 없네요.

  8. 사용자 bongta 2011.06.29 19:26 신고 PERM. MOD/DEL REPLY

    거짓말을 양설(兩舌)이라고도 하는데,
    혀는 하나이지만 찰나간 우리의 마음은 둘은커녕 수천, 수만번 변합니다.
    한즉 실은즉 양설이 아니라 억만설(億萬舌)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게 말씀대로 비극이라 할 것이요,
    한없이 슬픈 노릇이지만,
    그러하기에 참회(懺悔)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 갈아엎어야 하다는 생각입니다.

    불교에서는 포살(布薩)의식이 있고, 천주교에서는 고해(告解)란 의식이 있지요.
    저 같은 경우는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폭이니,
    이마저도 없이 선 밖에 버려진 불한당 중에 불한당이라 하겠습니다.

    비가 내리니,
    아주 한가하니 고적한 게 운치있는 아침입니다.
    나이를 들어가니 눈보다 비가 훨씬 정감있고 마음 속으로 파고 듭니다.
    은유시인님도 좋은 하루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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