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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

농사 : 2011. 11. 2. 22:10


돼지감자가 당뇨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다.
지인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다.
말씀을 드렸더니 반가와 하신다.
나도 기대가 컸다.

우선 돼지감자를 구입했다.
일부는 직접 드시라고 전하고,
나머지는 우리 농원 한켠에다 심었다.

지인은 몇 차 시험 삼아 드셨는데 별로 효과가 없으시단다.
우리는 함께 실망했고 돼지감자는 제 혼자 자랐다.
별로 공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해바라기보다 더 크게 잘 자랐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를 연상케 하는 지인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다.
지인의 키도 해바라기처럼 컸다.
농원 한켠에서 저 홀로 퍼렇게 시린 잎을 달고,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바라볼 때마다 떠난 분이 아른거린다.
그러한 것인데,
자칫 애매한 이들에 의해 한 순간에 잘려나갈 뻔 했다.    


어제 밭에 서 일 하는데,
저 편 아래 밭 귀퉁이에 아주머니 3인이 나타났다.
도로 건너편에 주차를 하고 밭쪽으로 올라서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저들은 쪼그리고 앉더니만 땅을 파는 모습이다.
내려가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 물으니,
약에 쓰려고 캐는 중이라고 한다.

‘남의 밭에 무단으로 들어올 일이 무엇이냐?
게다가 주인인 내가 보이지도 않았는가?’

차린 모습을 살피니 캐 담을 바구니부터 장비를 온전히 갖추었다.
아마도 그 둘 중 하나가 먼저 이를 노리고는 오늘 저들과 함께 작정하고 원정을 온 것이리라.

그날 밭일을 하지 않았으면 1년 내내 자란 것을 남에게 그냥 빼앗길 뻔했다.
게다가 차일피일 캐나는 것을 미루며 되새기던 지난 추억의 시간도 앗겼을 것이다.

여기 시골엔 남의 밭에도 사람들이 예사로 들어선다.
특히 봄철엔 나물 캐러 아주머니들이 많이 드나든다.
고추, 들깨 정도 심을 때에는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두었지만,
과수를 심은 이상 저들이 무단히 농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놔둘 수는 없다.
게다가 저들 중엔 물 담던 페트병, 비닐 봉투 따위의 쓰레기도 버리곤 사라진다.

작년에 농원 정문 쪽 공터에 웬 아주머니가 턱하니 퍼질러 앉아,
캐온 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말을 시켜보았더니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이었다.
나는 우정 자리까지 살펴주고 물러섰다.
그런데 나중에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 가보았더니,
비닐봉투 등 쓰레기를 한쪽에 버리고 갔다.

나는 오늘 ‘출입금지’를 안내하는 팻말을 댓 개 만들었다.
저들이 들어올 만한 요소마다 팻말을 세워둔다.
이런 팻말들은 사실 거추장스럽고 위압적이고 때론 무례하게 보인다.
하지만 형편상 도리 없이 무리하게나마 용을 써본다.
하기사 며칠 내로 추가로 CCTV 카메라를 더 설치할 예정이기까지 하니,
이미 내닫기론 철원 평야 지나 함북 길주, 명천까지 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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