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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적(鐵孔笛)

농사 : 2012. 5. 4. 16:41


무공적(無孔笛), 몰현금(沒絃琴)이라고 하는데,
나는 최근 농원에 철로 된 유공적(有孔笛)을 설치했다.
(※ 참고 글 : ☞ 2008/03/07 - [소요유] - 공진(共振), 곡신(谷神), 투기(投機) ①)

하기사 이 세상 젓대치고 구멍 뚫리지 않은 젓대가 있는가?
가급적 농원엔 전봇대 따위의 기둥을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피치 못할 일로 인해 도리 없이 기둥 혹은 말뚝을 박게 된다.

전선줄을 가설하기 위해 철봉을 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철봉에 구멍들이 나있다.
이것을 농원 한 가운데 설치했더니만,
바람이 불자 우~우 하는 소리가 난다.
제풀로 피리 부는 소리가 나는데 이게 제법 크다.

도대체가 구멍이 없다면 바람이 유출입을 할 수 없다.
하기에 구멍이 없는 피리 즉 무공적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피리에 구멍을 알맞게 배치하고,
이 구멍을 막았다 열었다 하면 아름다운 소리가 되어 나온다.

농원에 설치한 철봉은 사람이 구멍을 막았다 풀지 않지만,
바람이 형편 따라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별스런 소리가 저절로 난다.

아마도 지중에 사는 두더지 등속은 제법 혼동스러울 것이다.
저들이 이 소리를 듣고 이 밭은 내게 양보해주었으면 싶다.

南海之帝為儵,北海之帝為忽,中央之帝為渾沌。儵與忽時相與遇於渾沌之地,渾沌待之甚善。儵與忽謀報渾沌之德,曰:「人皆有七竅,以視聽食息,此獨無有,嘗試鑿之。」日鑿一竅,七日而渾沌死。

남해의 제왕을 숙이라 이르고, 북해의 제왕을 홀이라 이르며,
중앙의 제왕을 혼돈이라고 이른다.
숙과 홀은 혼돈의 땅에서 서로 더불어 만나곤 했다.
혼돈은 이들을 지극히 잘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덕을 보답하고자 했다.
‘사람들은 모두 7개의 구멍이 있다. 이것으로써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쉰다.
하지만 그만은 홀로 그것들이 없다.
시험 삼아 그것을 뚫어주자.’

하루에 하나씩 뚫어주었는데,
칠일 만에 혼돈은 죽어버렸다.

장자(莊子)의 이 장면은,
금단의 과실을 먹은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상기 시킨다.

구멍을 뚫자 혼돈은 죽고 이제 현실적인 세상이 전개된다.
숙과 홀이 사는 세상은 보고, 듣고, 먹고 ... 오감 육관이 작동되는 현실 세계다.

선악과를 먹자 낙원에서 추방된 인간의 세상이 펼쳐진다.
이제 인간은 사랑하고 미워하고, 희망하고, 절망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내가 농원에 철공적(鐵孔笛)을 설치하자,
거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음이다.

철공적(鐵孔笛) 설치에 따른 이야기는 이어지는 다음 편으로 미룬다.

(추신 : 바로 이어지는 글을 올렸으나, 다시 내림.
거의 완벽한 두더지 퇴치법인데, 여러 사정 상 삼가기로 한다.
혹시 두더지 퇴치에 대하여 궁금한 점이 계신 분은 비밀 글로 댓글을 남겨두시되,
연락 가능한 메일 & 전화번호를 밝혀주시면, 개별적으로 도움을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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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 2012. 5. 4. 16: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