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어제 밭일을 마치고 농원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니,
반대편 입구 쪽으로부터 비열한 미소 하나가 막 올라온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 앞에 있는 모래를 얻을 수 있습니까?”
농원 앞 주차장은 내가 외부인 차단용으로 커다란 통나무를 늘어놓았다.
농원 앞 부대의 면회객 따위가 무시로 드나들며 어지럽히기에 만부득 그리 조치한 것이다.
그러한 것인데 이자는 용케도 그 통나무를 타고 넘어 들어와 주차를 하고나서는,
저 비릿하니 비열한 미소 하나가 되어 내게 나타난 것이다.
통나무 아냐 나무젓가락으로 막아놓은들,
그게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로 인지된다면,
그 누구라 하더라도 허락 없이 들어오는 것을 삼가야 하리라.
그럴진대, 이자의 행동은 한참 무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달달하니 침이 고이는 제 욕망에 부역하기에 바쁜즉,
한가하니 그런 염치를 돌볼 여유가 없다.
내가 은근히 번지는 불쾌함을 떨치고는 부대자루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하자 이자는 가져왔다고 이르면서,
신이 나서는 내리 말을 주어 섬긴다.
“내 친구가 근처 농원에서 나무를 많이 사갔다.
변OO라고 하는데 모르십니까?”
“모릅니다.”
저자의 수작질이 또 한 번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럼 그 농원에 가서 달라고 하지 왜 내게 왔는가?
이게 내게 은근히 자신이 그럴듯한 가망고객 중에 하나라는 선전이겠음이나,
내가 이런 서푼어치도 나가지 않을 알사탕 하나에 외눈 하나 깜짝일 터인가?
더 이상 이런 자와 말을 섞기 싫어 알아서 퍼가라고 하며,
나는 마무리 일을 하려 돌아섰다.
그러자 이 자 여편네가 뒤이어 들어서는데,
이 자 역시 또 하나의 비열한 미소가 되어 허공에 둥둥 떠다닌다.
토해낸 말이 동동 장마철 뚝섬으로 떠밀려 가는 똥더미 같이 차마 무참(無慚)하고나.
아까는 가져왔다고 하더니만.
부대자루를 내게 달란다.
가져오지도 않고서는,
일단은 되는대로 말을 내뱉고는,
그 다음은 또 다시 그 다음 형편에 맞추어 땜빵 질을 할 요량일 것이다.
나는 이런 위인(爲人)들의 요령주의 앞에 대책없이 서있는 것이 제법 불편하다.
희망한다.
앞으론 이런 몰염치와 만나지 않기를.
내가 적당한 것을 가리키며 가져다 쓰라고 일렀다.
이번엔 삽을 빌려달란다.
삽도 내주었다.
두 부부는 쌓아놓은 마사토 더미 쪽으로 휭하니 몰려간다.
나는 저이들을 내버려두고 내 일을 하러 돌아섰다.
저들은 별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아마도 저들 부부는 오늘 수지맞았다고,
좋아라 하며 비열한 미소 둘이 되어 저녁을 먹을 것이다.
참으로 욕된 행복이다.
내가 탄식을 하며 혼자 뇌아린다.
“그래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배워 아는 것이 없으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이 얼마나 치욕스러운가?
자신이 남으로부터 욕을 먹어서가 아니다.
다만 자신이 부끄러운 짓을 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욕된 것이다.
여기 시골에 와서 정말 참으로 덜 된 사람을 많이도 만나다.
시골은 좋지만, 내가 겪기론 시골 사람은 십중팔구는 무경우(無境遇), 몰염치(沒廉恥)하다.
이리도 엉터리임은 저들이 배우는데 게을리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꼭이나 학교 가서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미치지 못하면,
하다못해 한 귀퉁이 터진 만화책이라도 붙잡고 용을 써가며 배워야 한다.
“부끄럽게 살지 않기 위해 배워야 한다.”
저들 배움이 없는 자들, 그리고 저들 부끄러움이 없는 자들은,
마치 자신이 세상을 다 거머쥔 듯이 잔뜩 바람이 들어 살아간다.
내가 보기엔 참으로 용렬하니 욕된 모습들인데,
저리도 바람개비처럼 씽씽 잘도 돌아가는구나 싶다.
나는 이들과 거래를 원치 않는 즉,
그냥 나를 내버려두었으면 싶다.
배움이 없으면,
부끄러움을 모르고,
부끄러움을 모르면,
자신이 한참은 잘났는지 안다.
하지만,
세상 사람은 안다.
단 일분만 이야기를 나눠도 이자가 엉터리인 것을.
이 이치를 왜 저들은 모르는 것일까?
배움이 없기 때문이다.
하기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기를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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