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소요유 : 2012.05.22 21:39


어제 밭일을 마치고 농원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니,
반대편 입구 쪽으로부터 비열한 미소 하나가 막 올라온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 앞에 있는 모래를 얻을 수 있습니까?”

농원 앞 주차장은 내가 외부인 차단용으로 커다란 통나무를 늘어놓았다.
농원 앞 부대의 면회객 따위가 무시로 드나들며 어지럽히기에 만부득 그리 조치한 것이다.
그러한 것인데 이자는 용케도 그 통나무를 타고 넘어 들어와 주차를 하고나서는,
저 비릿하니 비열한 미소 하나가 되어 내게 나타난 것이다.

통나무 아냐 나무젓가락으로 막아놓은들,
그게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로 인지된다면,
그 누구라 하더라도 허락 없이 들어오는 것을 삼가야 하리라.

그럴진대, 이자의 행동은 한참 무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달달하니 침이 고이는 제 욕망에 부역하기에 바쁜즉,
한가하니 그런 염치를 돌볼 여유가 없다.

내가 은근히 번지는 불쾌함을 떨치고는 부대자루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하자 이자는 가져왔다고 이르면서,
신이 나서는 내리 말을 주어 섬긴다.

“내 친구가 근처 농원에서 나무를 많이 사갔다.
변OO라고 하는데 모르십니까?”

“모릅니다.”

저자의 수작질이 또 한 번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럼 그 농원에 가서 달라고 하지 왜 내게 왔는가?
이게 내게 은근히 자신이 그럴듯한 가망고객 중에 하나라는 선전이겠음이나,
내가 이런 서푼어치도 나가지 않을 알사탕 하나에 외눈 하나 깜짝일 터인가?
더 이상 이런 자와 말을 섞기 싫어 알아서 퍼가라고 하며,
나는 마무리 일을 하려 돌아섰다.

그러자 이 자 여편네가 뒤이어 들어서는데,
이 자 역시 또 하나의 비열한 미소가 되어 허공에 둥둥 떠다닌다.
토해낸 말이 동동 장마철 뚝섬으로 떠밀려 가는 똥더미 같이 차마 무참(無慚)하고나.

아까는 가져왔다고 하더니만.
부대자루를 내게 달란다.
가져오지도 않고서는,
일단은 되는대로 말을 내뱉고는,
그 다음은 또 다시 그 다음 형편에 맞추어 땜빵 질을 할 요량일 것이다.

나는 이런 위인(爲人)들의 요령주의 앞에 대책없이 서있는 것이 제법 불편하다.
희망한다.
앞으론 이런 몰염치와 만나지 않기를.

내가 적당한 것을 가리키며 가져다 쓰라고 일렀다.
이번엔 삽을 빌려달란다.
삽도 내주었다.

두 부부는 쌓아놓은 마사토 더미 쪽으로 휭하니 몰려간다.
나는 저이들을 내버려두고 내 일을 하러 돌아섰다.

저들은 별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아마도 저들 부부는 오늘 수지맞았다고,
좋아라 하며 비열한 미소 둘이 되어 저녁을 먹을 것이다.
참으로 욕된 행복이다.

내가 탄식을 하며 혼자 뇌아린다.
 
“그래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배워 아는 것이 없으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이 얼마나 치욕스러운가?
자신이 남으로부터 욕을 먹어서가 아니다.
다만 자신이 부끄러운 짓을 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욕된 것이다.

여기 시골에 와서 정말 참으로 덜 된 사람을 많이도 만나다.
시골은 좋지만, 내가 겪기론 시골 사람은 십중팔구는 무경우(無境遇), 몰염치(沒廉恥)하다.
이리도 엉터리임은 저들이 배우는데 게을리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꼭이나 학교 가서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미치지 못하면,
하다못해 한 귀퉁이 터진 만화책이라도 붙잡고 용을 써가며 배워야 한다.

“부끄럽게 살지 않기 위해 배워야 한다.”

저들 배움이 없는 자들, 그리고 저들 부끄러움이 없는 자들은,
마치 자신이 세상을 다 거머쥔 듯이 잔뜩 바람이 들어 살아간다.
내가 보기엔 참으로 용렬하니 욕된 모습들인데,
저리도 바람개비처럼 씽씽 잘도 돌아가는구나 싶다.

나는 이들과 거래를 원치 않는 즉,
그냥 나를 내버려두었으면 싶다.

배움이 없으면,
부끄러움을 모르고,

부끄러움을 모르면,
자신이 한참은 잘났는지 안다.

하지만,
세상 사람은 안다.
단 일분만 이야기를 나눠도 이자가 엉터리인 것을.
이 이치를 왜 저들은 모르는 것일까?
배움이 없기 때문이다.
하기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기를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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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2.05.23 10:40 PERM. MOD/DEL REPLY

    염치없는 인간들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요.
    남의 것을 유난히 탐내는 인사들이 있지요>
    그런 인사들이 더 인색하기 마련 아니던가요?

  2. 사용자 bongta 2012.05.23 14:17 신고 PERM. MOD/DEL REPLY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 근처에 더욱 희한한 인사가 있습니다.
    그의 변인즉 배우려 하는 자는 돈을 벌지 못한다고 공언합니다.
    이자는 장사꾼 출신 가짜 농부인데,
    이 말의 함의는 공부보다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하든 팔아재끼는 것에 힘을 써야 한다는 취지인 것입니다.

    하기사 제가 만난 어느 경영학 전공 박사도 이런 투의 말을 하더군요.
    기술 오리엔트되면 아니되고 마켓팅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기술뿐이 아니고 지식도, 판매할 시장조차도 시장에서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이리 말했지요.

    "모든 사업 기회는 회사 밖에 있다.
    회사 안에 있는 것은 오지 비용뿐이다."

    이들은 이름하여 마케팅 지상주의라 할 것입니다.

    '팔아라 팔지 못하면 죽는다.'

    이런 논법 자체가 일말의 진실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 역시 돈을 버는데 초연한 고고한 인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마케팅 하나로 환원시켜버리고, 통합(integration)시키는 태도는 문제가 있지요.
    가령 그러하다면 사랑도, 진실도, 진리도 팔고 살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이들은 답해야 합니다.
    제 부모, 자식은 사고 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러하듯 세상에는 대체할 수 없는 가치, 목적이 있습니다.

    마켓팅 지상주의, 환원주의에 매몰되면,
    친구도 가벼히 버릴 수 있고,
    사랑도 A, B, C를 저울대 위에 올려놓고 근수를 쉼없이 달 것입니다.

    이게 근원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자명합니다.
    잘 팔리는 물건은 누군가는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 물건을 만들려면 기술도 닦아야 하고, 지식도 충전해나가야 합니다.
    저들 환원주의자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근원적인 토대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 알면서도 일부러도 무시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것은 네가 하라 나는 다만 마켓팅에 힘서서 돈만 벌면 그만이다.
    이러고 있을 것입니다.
    과시 외눈박이 관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농민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만,
    여기선 모든 사람을 사장님이라고 부릅니다.
    명색이 학교인데 학생을 두고 사장님이라 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적당한 시기에 교육 담당자나 대학장에게 문제 제기를 할 예정입니다.
    모든 농민을 왜 경제 주체 단위로만 보고 있는가?
    가령 농촌 문화의 전승과 발전의 주체 따위로 봐줄 여지는 없는가?
    이리 묻고자 하는데 조금 더 관찰해보며 저들의 의식 구조를 추적해보려 하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온 세상이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문화가, 철학이 경제학에 복속될 성질의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은 것입니다.
    하기사 이미 문화는 돈이 벌리지 않으면 저들 판에서 퇴출되고 맙니다.
    문화시장이란 조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들리고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문화, 시장 이 양자는 친하기엔 사뭇 어색한 관계인데도,
    이젠 시장을 외면하는 문화란 존립 자체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마사토를 염치없이 가져간 저이들도,
    결국은 오로지 버는데만 매몰되어 있기에,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고도 희희낙락할 수 있는 것이지요.

    참으로 천박하고 어지로운 세간의 흐름이라 할 것입니다.

  3. 철우경전 2012.05.26 20:03 PERM. MOD/DEL REPLY

    선생님의 글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bongta 2012.05.26 23:28 PERM MOD/DEL

    泥牛耕月色.
    오늘 저희 밭 서편 하늘에 걸린 초생달이 쟁기처럼 생겨,
    泥牛가 밭을 갈다 잠시 쉴 짬에 엎어놓은 것인가 싶었습니다.
    헌데 鐵牛가 다녀가신 것인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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