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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탈도첩(褫奪度牒)

소요유 : 2012.05.23 21:22


치탈도첩(褫奪度牒)

대개는 이 말 중에서 치(褫)가 낯설게 느껴지리라.

치(褫)란 영어로 하자면 undress내지는 strip쯤에 해당된다.
한 마디로 발가벗긴다는 뜻을 갖고 있다.
탈(奪), 이 한 글자만 하여도 빼앗는다는 뜻인데,
치탈이란 아예 깝대기까지 벗겨 버린다는 뜻이니,
참으로 죄가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 무엇을 빼앗는다는 말인가?
도첩(度牒)이라 했다.
도첩은 승려증명서이다.
하지만 당. 송 시대엔 이를 팔아 군정(軍政)의 비용에 쓰기도 했다.
첩(牒)은 원래 목편이나 죽편 따위를 말한다.
무엇인가 허가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건너는 문서, 증명서를 연상하면 된다.

허가권자 입장에서 이것을 팔아먹을 유인이 왜 아니 없겠는가?
서양의 중세시대엔 교회가 면죄부를 팔아먹지 않았던가?
출세간, 성속(聖俗)을 가리지 않고 돈 앞에선 모두 영혼이라도 팔아먹기 바쁜 게다.

그런데 여기 첩(牒) 앞에 붙은 도(度)는 도대체 무엇인가?
초도해탈(超度解脫)인 게라.
간략히 줄여 말하자면 度脱,
더 줄이면 度가 된다.

생사고해를 뛰어넘은 경계에 이른 상태를 말하고 있음이다.
과시 이런 경지에 이르면 원효처럼 서라벌 저잣거리에 나서,
중생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을 제도(濟度)한다.

이게 상하, 안팎으로 두루 걸리는 도(度)의 본래 함의다.

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
위로 보리(지혜)를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구제한다.

바로 이런 위치에 당신은 서 있소,
하고는 국가가 공인해준 증서가 곧 도첩인 게란 말이다.

자, 이리 존엄스런 도첩을 발가벗기듯 빼앗는다는 것이 치탈도첩인 것이다.
그러함이니 이 얼마나 중하고도 중한 죄일까나?

삼학(三學) 계정혜(戒定慧)가 각기 따로가 아닌 것이다.
산속에 들어가 토굴 짓고 도를 닦는다든가,
경전을 많이 읽고 통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청정하니 계율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서도 성불할 수 있는 것이다.

중놈의 자식이 음행을 저지르면,
불을 발려 저잣거리에 조리질을 돌려도,
저놈에겐 오히려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하기사,
내가 아는 어떤 엉터리 기독교도는 말하길,
그가 다니는 교회 목사가 신도를 성폭행하였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음이라.

이쯤이면, 이게 어디 교회인가?
그저 지들끼리 모여 앉아 곪은 상처 핥아주고, 단꿀 탐하며 노닥거리는 사교클럽이지.
그리고는 자신들은 빠짐없이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는 거룩한 성도라 뻐길테지만,
나머지 6일은 저잣거리에 나가 순진한 사람 등치고, 간 빼먹을 궁리로,
얼굴이 다 거무죽죽 썩어가고 있음이라.

그리 할 지랄 다하려면,
무엇 때문에 푸르디푸른 청춘을,
푸성귀에 끓는 물 끼얹듯 팍 다잡아,
머리 깎고, 수계 받아가며 중질 하겠다고 나섰음이며,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며,
언약의 말씀에 순종하겠다고 목사 안수를 받았음인가?

그러함인데,
음란함을 이기지 못하여,
신도를 성폭행하고,
계집을 사서 사음(邪淫)에 빠진다면,
이젠 스스로 옷을 벗고 산문과 교회를 떠나야 된다.

만약 중이 음행(淫行)을 지으면,
치탈도첩 하는 외에 다른 법이 없다.

그런데,
중책을 맡은 중이 음행을 저질렀음에도,
그저 직임을 내놓고 물러가라는 식이니 참으로 괴이타.
이게 어찌 단지 감투 하나 벗어던지는 것으로 끝날 문제인가?

만약 이게 진짜로 저질러진 것이 확인이 되면,
치탈도첩뿐이랴?
당연 얼굴에 먹실 뜨고는 산문 밖으로 출송(黜送)시켜야 한다.

반대로,
만약 거짓이라면,
이 또한 십악 중 망어(妄語)에 당(當)하고 있음이니,
그리 말을 꾸며낸 자를 영원히 산문 밖으로 쫓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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