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소요유 : 2012. 8. 5. 11:44


나는 궁리만 트다가 드디어 금년 봄에 농원 빈터에 생태화장실을 만들었다.
흔히 농장 한 켠에 갖다 놓고들 하는 조립식 화장실은 영 마땅치 않았다.
관짝같이 좁은 궤짝 안에 들어가 일을 보는 것도 끔찍스러웠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밑에선 연신 구린 냄새가 솟아오를 터라,
참으로 참아내기 어렵다 여겼다.
게다가 요즘 같은 염천지절엔 좁은 곳에 들어가 일을 치르려면,
거의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겪어야 한다.

하여 한참 조사, 연구를 거듭하였다.
그러다 우리 농원 실정에 맞는 화장실을 직접 만들었다.
우선 목봉으로 벽을 치고 외부 시선을 차단하였는데,
상하좌우를 개방하여 환기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일을 보자하면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아주 쾌적하다.
내 처에게 자랑하길 이리 말해주곤 한다.

“이곳을 보더니만,
어떤 신혼부부가 여기다 살림 차리겠다고 빌려달라고 하더라.” 

대변 처리구만 만들어도 충분하지만,
여성용 소변구를 별도로 제작하여 저들의 깔끔한 성정에 부응하는 섬세함도 발휘하였다.

생태화장실이지만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친환경이라 자연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 찾아오시면 완벽한 친환경 화장실 만드는 법을 친절하게 100% 공개한다.)

거기 앉아 있으면,
바람은 솔솔,
구름은 둥둥,
마음도 동동 ...
그렇게 시간은 조각보 그림을 그리며 똥뒷간을 흐른다.

그러함인데,
어제는 아주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어디 출타하였다 돌아오니 처가 손님을 맞고 있었다.
농원엔 일단의 가족들이 나무를 돌아보고 있는데,
마침 여자 한 분이 화장실을 막 나오는 것을 보았다.
저들이 돌아가고 나서 처는 말한다.

대장을 잘라내었다고 하는데 급하다고 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다.
내가 미심쩍은 바 있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뿔싸.
소변구에다 대변을 싸놓은 것이 아닌가 말이다.
2박3일 간 갖은 애를 쓰면서 만든 것인데 저리 할 수 있음인가?

소변구는 구조 상 대변을 치루기 어렵게 되어 있다.
좌판 가운데 반이 비워 있어 똥구멍 밑 부분은 허공일 뿐,
아무런 처리 조처가 따르지 않는다.
당연 여긴 대변 치루는 곳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것인데 저 여자 손님은 애써 몸을 앞으로 당겨 어설프게 반만 몸을 걸치고는,
소변구에다 쏟아내고 만 것이다.
아무러하니 서커스단도 아니고 대변구를 이리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리오.

이곳이 아니라 싶으면 바로 옆에 있는 대변구를 살펴보았어야 할 터인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냥 소변구에다 배출을 하였다.

이 염천지절에 저것을 처리하느라,
거의 반나절 가웃을 허비하였다.

***

인도의 시인 까비르는 화장터에서 지냈다.
낡은 헝겊데기에 싸인 시신(屍身)에선 고름이 비어 나오고,
시즙(屍汁)이 흐른다.
거기 그 세상의 마지막 장소에 거하면서,
그가 지어낸 위대한 시들.
그를 기억한다.

연꽃은 진흙 가운데 꽃을 피어낸다.
穢土淨土不二라 하였음인가?

나는 이런 경지에 과연 도달하였는가?
모를세라.
다만, 어제 종일 백골관(白骨觀)을 떠올렸다.

갖은 교태가 흐르고,
염색(艶色)으로 사내를 꾀는 계집들임이라,
갓 머리 깍은 풋중은 성욕이 들끓어 마음 밭이 울그륵 푸르륵 곤죽이다.
공부는 나아가지 못하는데,
보다 못한 스님 하나가 그를 가만히 불러 갈 길을 일러준다.

계집사람이 보이느냐?
저 피부가 비단 살결로 보이느냐?
저 입술이 달딘 단 우유죽 사발로 보이더냐?

저 피부 밑엔 더러운 똥이 가득 들어찬 창자가 있음이라,
저 입술 안짝엔 가래침과 콧물이 늘 개천처럼 흐르고 있음을 아는가?

계집사람이 한번 기동하려면,
제 아무리 신새벽 어둠을 가르고 깨어 일어나서 서둘러도,
꽃신 신고 밖으로 나올 때쯤이면 이미 해가 중천에 선다.
씻고, 바르고, 여미고 갖은 치장을 해대지만,
5척 단신 저 몸뚱아리를 헤집고 보면,
초라한 뼈다귀와 무르고 냄새나는 살덩이 말고는 무엇이 있단 말인가?
거죽으론 울긋불긋 요란 벅적지근하나,
따지고 보면 민짜배기 남정네보다 더 구린 것이 아니더냐?

남자는 氣, 여자는 血이라 하였음이다.
血은 곧 肉인 것임이라,
저들은 때맞춰 혈을 쏟고, 오줌을 지린다.
이를 지분(脂粉)으로 가리고,
향(香)으로 감출 뿐인 것을.
본색이 이러함이니,
거죽의 꾸밈을 믿지 말라.

여기 시골에선 참으로 배울 것이 많다.
지난 날 잿빛 비둘기가 되어 그저 검은 콩(글)을 탐하여 주워 먹기 바빴으나,
여기에 와선 그 콩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있음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직접적인 체험을 하고 있음이다.
그러함이니 여기야말로 청정도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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