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닭 집단 폐사에 대하여.

소요유 : 2012. 8. 4. 08:58


폭염 때문에 닭이 마구 죽어나가고 있다.
방금 귓가로 들은 라디오 뉴스 하나.
언론에선 ‘농식품부는 무엇을 하는가?’ 이리 질타를 한다.

무창계사(無窓鷄舍)란?
창이 없는 계사를 의미한다.
거의 창고와 같이 계사를 짓되 창이 하나도 없다.
환기를 동력환풍기를 통해 강제로 행한다.
게다가 자동 콘트롤러를 설치하면 내부 온도에 따라 환기가 적절히 이루어진다 한다.

그런데 이번에 집단 폐사가 일어난 계사를 대충 훑어보니,
이게 역시 무창계사가 아닌가 싶다.
단, 환풍기 없는 무창계사 말이다.

좁은 곳에 닭을 최대한 구겨 집어넣고는 바람이 거의 통하지 않는 저 모습을 보자니,
저것은 농식품부의 책임이 아니라, 양계업주의 욕심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번 폭염 때문에 죽어나간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닭들은 고통 속에서 억지로 살아가다가,
기어이 오늘에 이르러 파탄(破綻)이 일어났을 뿐인 것.
사고 원인은 이미 잠복 대기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양계업주에게서 일차적으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가 창이 없거나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는 계사,
게다가 비닐하우스로 지은 계사는 제 아무리 차광막 설치를 해도,
근원적으로 과온을 차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거기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이 처몰아, 처구겨, 처넣는다.

사람도 폭염엔 견디기 어렵다.
해서 때론 열사병, 일사병으로 돌아가시곤 한다.
하지만 온 마을 사람이 모두 그리 되지는 않는다.
일부 건강이 약한 분들이 이겨내지 못하고 변을 당한다.

닭 역시 폭염일지라도 모두가 죽어나가지는 않는다.
일부 약한 녀석들이 죽는 것이야 안타깝지만 일응 참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양계장 내 모든 닭들이 집단으로 죽어나가는 것을 두고,
단순히 폭염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아니 비겁하다, 옳지 못하다.

외려 저리들 말하면서 그 사고 현장을 우리는 곁눈질 하면서,
바삐 지나기 위한 명분을 찾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혀를 차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는,
동정심을 일으키는 그대 당신들은 제법 착한 사람쯤이나 되고 만다.

하지만,
난 저 집단 폐사 사건을 단순히 폭염으로 돌리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려 저런 환경 속에서 닭을 키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지나 않은가?
양계업자의 과도한 욕망이 화를 부른 것이 아닌가?
사전에 이를 방지할 정책 당국자의 규제, 지도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이런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폭염 이전에도 닭들은 시달릴 대로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오늘 그 임계점에 이르러 마지막 팽팽히 당겨진 끈이 기어이 끊어지고 만 것이 아닌가?
사뭇 위태스럽고 하늘 두려운 삶의 태도들.

옷솔기가 터지는 것을 파탄이라고 한다.
이미 터질 준비가 다 되어 있다가,
우연히 이번 폭염이란 핑계거리를 만들면서 터지고 만 것일 뿐인 것을.
동정이 먼저가 아니라 분노가 먼저여야 하는 것임을.

저들의 냉혹한 얼음짱 밑엔,
슬픔과 아픔의 강물이 흐른다.
이 핏빛 서러움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너무 더럽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의롭지 못하다 했다.
맹자의 말씀이다.

작금의 폭염, 가축의 집단 폐사는,
우리에게 의롭지 못한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닭을 괴롭히는 것은 폭염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 자신의 욕망이란 말이다.
공연히 폭염에게 제 탓을 넘겨 던지지 말란 말이다.
게다가 애매한 이에게 무조건적인 동정심을 던지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
오늘, 난 이런 의문을 던진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추(育雛)  (2) 2012.08.05
  (2) 2012.08.05
야랑자대(夜郎自大)  (2) 2012.08.05
大黑天  (0) 2012.07.28
빵에 침 바르면 네 것도 내 것이다.  (0) 2012.07.28
곡예(曲藝)  (0) 2012.07.28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12. 8. 4. 08: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