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육추(育雛)

소요유 : 2012. 8. 5. 21:04


포란시, 둥지를 사수하다시피 하며 알을 품던 어미 새가,
이젠 둥지 안에 있는 것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연신 밖으로 나가 벌레를 입에 물고 돌아와서는 새끼에게 먹이고는 곧바로 나가버린다.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먹이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하기사 다섯 마리 새끼를 먹여야 하니 그리 바쁠 수밖에 도리가 없으리라.
(※ 참고 글 : ☞ 2012/08/01 - [농사] - 부화(孵化)
                     ☞ 2012/07/16 - [농사] - 포란(抱卵))

둥지를 튼 책장 안은 열이 빠져나가질 못하니 거의 용광로 수준이리라.
조류의 체온은 40도에 가깝다.
그러한 것인데 다섯 마리가 함께 붙어 있으니 살이 익을 지경일 거라.
나는 다소의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매일 얼음 병을 곁에다 가져다 놓는다.
앞마당엔 연신 물을 뿌리며 증발열로 대기 온도를 낮추고 있다.

오늘은 참다못해 바짝 마른 둥지에도 물을 슬쩍 축여주었다.
물 1 cc를 기화하는데 필요한 열량은 539 cal이다.
내가 둥지에 뿌린 물은 불과 수십 cc에 불과하지만,
두어 시간만 지나도 바짝 마른다.
1 cc 당 539 cal 모두 빼앗아 오는 폭이니,
이리 몇 번 축여만 주어도 둥지의 온도는 사뭇 낮아질 것이다.

초기엔 내가 근처에 서성거리면 벌레를 입에 물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때엔 내가 피해주기 전까지는 둥지 안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그런데 요즘엔 슬쩍 몸만 틀어주어도 곧바로 둥지 안으로 날아가 새끼들을 먹인다.

산다는 것은 역(役)을 치루는 것이다.
군역, 세역, ...
이 따위는 물론이거니와,
제 명과 자식의 명을 부지하기 위한 삶 속의 온갖 고역들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나 동물들은 저 노역 속의 삶에 온전히 갇혀 있다.
사람인들 이 役에서 해방된 사람이 몇이나 될런가?
다만 役 가운데 고단한 몸을 싣고,
틈 새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고,
세상을 해석해낸다.
그가 짚어낸 의미공간에 거하며,
거친 삶들을 봄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어찔어찔 건너간다.

앞으로 둥지를 떠날
새들은 나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여기 선 새들을 원수 대하듯 한다.
농원에 들어온 새들은 종소리로 쫓아내거나,
개중엔 새총으로 쏘아 죽이기도 한다.
때론 방조망을 쳐서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그냥 놔두면 열매의 10~20% 감수를 각오해야 한다고 한다.

1차 산업의 선두에 선 농업은,
역시나 동물들과 최전선에서 만나 서고 있다.
여긴 고라니나 멧돼지 피해는 거의 없다.
다만 두더지와 새 피해가 있다.
두더지 문제는 친환경적으로 거지반 해결했으나,
새는 어찌 해야 할는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다.

현재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긴 한데,
이는 또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검토해볼 요량이다.

(※ 참고 글 : ⑤ ☞ 이소(離巢)
                     ④ ☞ 아기 새들
                     ③ ☞ 육추(育雛) - 본글
                     ② ☞ 부화(孵化)
                     ① ☞ 포란(抱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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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12. 8. 5. 2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