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黑天
소요유 : 2012. 7. 28. 08:01
날씨가 덥기는 덥다.
둥지에 알을 품은 어미 새 하나.
알을 품지 않고 그 위에 엉거주춤 일어나 서있다.
살을 맞대면 아닌 게 아니라 알이 삶아지겠다 싶다.
녀석은 입을 벌리고서는
이 염천지절 더위를 건넌다.
수컷도 잃고 홀로 그리 지난다.
나는, 둥지 앞 마당가에 물을 연신 뿌려준다.
얼음이라도 가까이 넣어주고 싶지만,
행여라도 방해가 될까봐 삼갈 수밖에.
저들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동물들의 삶은 고단하구나 싶다.
새벽엔 둥지를 떠나 먹이를 구하러 나선다.
찬 이슬에 젖은 공기를 가르고 나서는 마음은 얼마나 서러울까?
게다가 겨울 북풍한설은 또 어찌 견디어낼까나?
아,
참으로 천지는 不仁하고뇨.
공교롭게도 사료가 도착한 날 이후.
아기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때마침 닥친 폭염으로 사고가 난 것일까?
대신 어미 고양이는 혼자 열심히도 드나든다.
덕분에 녀석 혼자 양껏 사료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사료를 주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이리 길이 들면 내가 농원에 없기 때문에 겨울엔 대책이 없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서서히 대책을 강구하기로 한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이 아둔한 내 머리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더라.
늘 그러하듯이,
세상사는 시간이 돌리는 것.
시간의 신.
마하카라(maha-kala,大時)
난 언제인가부터,
마하카라,
大黑天에 귀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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