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쌍살벌과의 인연

생명 : 2014. 7. 24. 00:37


비닐하우스 안, 물건을 넣어둔 철제 캐비닛을 열려고 하는데,
팔뚝에 무엇인가 침으로 찌르는 강렬한 통증을 느끼다.
급히 뻗은 손을 거둬들이는데 벌이 휘 날아든다.

나는 작년에 말벌의 일종인 쌍살벌을 길렀었다.
부러 키우려 하였음이 아니나 인연 따라 그리 되었다.

저들이 올해는 한 두 마리 외엔 눈에 띄지 않아,
이젠 저들과의 인연이 다하였구나 싶었다.
헌데 녀석들이 외진 곳에 다시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하필 캐비닛 옆 시렁에 보관중인 선풍기 안에다 집을 지었음이니,
내가 근처로 손을 뻗자 뜻하지 않게 사달이 일어난 것이다.

작년에 한 철 서로 가까이 지냈음이나,
한 번도 저들이 나를 공격한 적이 없다.

문제는 내가 캐비닛 속의 물건을 꺼내야 하니,
도리 없이 저들의 소굴을 지나야 하는데 있다.

저들도 부지불식간에 놀랐으니,
이는 나의 잘못인지라 내가 참아 줄 수 있다.

나는 그들을 의식하며 좀 우회하여 재빠르게 캐비닛을 열고,
물건을 꺼내리라 작정하고 다시 접근을 하였다.
헌데 녀석이 또 한 번 내게 욕을 뵈인다.

아, 얄궂은 운명이라,
원하는 바는 아니나 나 역시 일을 하여야 하니,
녀석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게 되었다.
한편으론 기어이 내가 저들을 해치게 되었음이니,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 한참을 망설였다.
마땅한 방책을 세울 수 없으니, 
도리 없이 긴 고춧대를 찾아 저들 집을 땅으로 떨어내버렸다.

巢破分飛

집이 깨지면 뿔뿔이 헤어져 흩어지는 것,
사람 역시 가정이 깨지면 이혼을 하게 된다.

헌즉 이들을 직접 상대할 일이 아니라,
그들의 성을 허물면 저들이 머무를 곳을 잃고 쫓겨 가게 된다.
무릇 일성일주(一城一主)인 바라,
성 하나에 주인 하나인 법.
성이 깨지면 주인도 의지할 바를 잃게 된다. 
이 때엔 그가 거느린 권속(眷屬)은 물론 졸개들도,
해가 떠오르자 이내 사라지는 새벽 물안개처럼 흩어지게 되는 법이다.

강아지 역시 빈 박스일지라도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 
설혹 집안에 키운다한들 자신의 집이 없으면,
주처(住處) 없이 떠돌아 다니는 야견(野犬)처럼 마음 둘 곳이 없어,
어쩡쩡하니 성품이 들떠 산만해지고 깊어지지 못한다.
깊어지지 못한다 함은 사람으로 치자면 현명해지지 못한단 말이니,
곧 영리해질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무릇 동물들은 소혈(巢穴)을 마련코 안식(安息)을 꾀하는 바라,
아무리 강한 동물이라도 장신지처(藏身之處)가 필요하니,
몸을 숨기고, 지키는데는 하다 못해 모기도 구멍 자리(蚊穴) 하나가 필요한 바임이라. 
인민들의 삶을 피폐케 하는 것 중 으뜸은 집 한칸, 방 한칸 없는 것임이라,
위정자는 마땅히 이를 해결할 방도를 찾아 인민들을 안돈시켜야 한다.
우리네도 엇그제까지 집 하나 장만하려고 평생을 바치지 않았던가? 

헌데 요즘엔 판세가 야릇하게 돌아간다.
도대체가 사람들이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 
모두들 분비(分飛), 나눠 뿔뿔히 흩어져 살고져 한다.
평자들은 말하길 부동산 시세가 엉망이니 사세를 지켜보고자 함이라 하나, 
내가 보기엔 하나는 알지만 둘, 셋은  모르고 있다 하겠다.
이는 또 다른 주제이니 다음 기회로 미뤄둔다.
 
참으로 참혹(慘酷)한 현장에 서있는 내 그림자가 사뭇 흉하구나.
이태 동안 저들과 사귄 인연은 이리 허무하게 찢기듯 흩어지고 있음이다.

내가 저들에게 침을 쏘인 곳은 두 곳이다.
그 혈 자리를 살펴보니,
첫 번째는 사독(四瀆)이고,
두 번째는 합곡(合谷)이다.

사독(四瀆)은 원래 중국 고대의 대표적인 강 넷을 이르는 말인데,
관상학에선 眼, 耳, 鼻, 口를 가리킨다.
이 역시 물과 관련이 있다.

四水歸元, 四瀆朝相

이 말은 관상학에 나도는 말인데,
그 뜻을 잠시 짚어보고 넘어간다.
사수(四水)는 곧 사독(四瀆)을 말하고 있는데,
귀원(歸元)이나 조상(朝相)도 매 한가지 말이다.
즉 한 곳을 향해 모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어디인고 하니 인중(人中)이 되겠다.
인중의 깊고 얕음 그리고 장단에 따라,
좌우의 사독 능력이 잘 발휘되고 아니 된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인중이 사수를 잘 받아들일 수 있으면 운세가 트이고 잘 펼쳐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혹여 일시 운이 좋을 수는 있지만,
최후엔 반드시 해가 따른다고 보는 것이다.

농장으로 치면,
도랑이 잘 흐른다든가, 우물이 깊고, 수량이 풍부하면, 걱정이 없다 하겠다.
나 같은 경우엔 밭에 우물 파기 공사를 몇 차 실시하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해서 다른 방책을 쓰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갖은 우여곡절(迂餘曲折)을 다 겪었다.
이 이야기는 내 이곳 블로그에 잠시 잠깐 소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아귀 나찰이 되어 손바람을 일으키며,
술법(術法)을 시전(示轉)한 적이 있음이다.
이것도 그 때 당시의 일일 뿐,
이젠 다 지나간 일이 되고 말았다.

하여간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밭의 인중(人中)이 과연 깊고 큰가를 잘 살펴야 하리라.
이를 나는 전중(田中)이라 부르리라.
인중이 사람 가운데 제일 중심이 되는 곳이어듯,
전중은 농장에 있어 핵심적인 요처(要處), 요소(要所)이니,
이를 잘 살필 수 있으면 실로 뼛속 일까지 알아낸다는,
화타(華陀) 농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난 애초 이도 모르고 섣불리 농사를 짓겠다고 나섰음이니,
실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위인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그럼 경혈 상 왜 그곳을 사독(四瀆)이라 칭하였을까?

본디 瀆은 조그마한 도랑을 의미한다.
사독은 12 경락 중 수소양 삼초경에 속하는데,
이 삼초경의 기혈이 아래로 내려가 흐르는 곳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http://www.readtcm.com/
 
전래로 인체를 흐르는 기운을 수습운기(水濕雲氣)라 하는데,
삼초는 이런 기운이 상중하로 나눠 흐른다.

삼초는 상초, 중초, 하초를 합쳐 이르는 말인데,
상초는 양기가 흐르는 것을 안개 구름에 빗대고,
중초는 수곡을 소화하여 혈이 되어 전신을 도는데 그 모습을 물거품에 비견코,
하초는 대소변을 통리하여 밖으로 배설하느니 이를 도랑에 갖다 비추는 것이다.

따라서 이 혈을 잘 다스리면,
去濕降濁이라,
습한 것을 제거하고,
탁한 것을 없앨 수 있게 된다.

기실 여기 농장 움막엔 땅과 맞닿아 습기가 많은 편이다.
여름 한 철 폭염에 시달리고 축축한 땅 기운에 노출이 많이 된 채,
지내게 되니 통리(通利)를 잘 하여야 한다.
내가 대소변 기능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외부 환경이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니,
이번 참에 사독 혈을 다스려 통리엔 더욱 문제가 없게 될 양 싶다.

벌침을 거저 맞은 폭이니 저들이 떠나면서도,
이리 작년의 은혜를 갚고 가는구나.

합곡(合谷)은 아주 유명한 혈이다.
관절을 꺾고 비트는 합기도 무술에선,
합곡이나 곡지 혈 따위를 엄지로 눌러 상대를 제압하는데,
이곳을 제대로 누르면 아무리 강골, 거구라도 꼼짝 못하게 된다.
 


(http://www.readtcm.com/)

합곡은 모든 기혈이 모여 만나기 때문에 이리 이름하였다.
이 합곡에 기운들이 에돌아 모이며,
강력한 수습운기(水濕雲氣)의 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 하나 있어, 이곳이 푹 꺼져 있으면 기혈이 다하였음이니,
거래, 상대하는데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벌에 쏘인 지 이틀이 지나고 있는데,
합곡이 부풀어 올라 두툼하니 제법 복덕의 언덕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정확히 합곡 혈을 쏘아,
그곳에 벌침 자국이 마치 과녁처럼 오연히 빛나고 있다.

내, 작년 이맘 때에는 날벌레로부터 침을 선사 받았었다.
그 때의 그 경이로운 사태를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 참고 글 : ☞ 음장(陰藏)과 출양(出陽)

이 합곡은 거의 만병통치 혈로 보아도 좋을 듯이,
그 주치(主治) 범위가 사뭇 넓다.

참고로 이 혈을 자침 시술하면,
시력감퇴는 물론, 녹내장, 백내장 등의 눈병에 좋다.

눈이 나쁜 사람들은 블루베리에 비상한 관심을 기우리고들 있다.
허나 만약 정성만 있다면 매일 합곡 혈을 마사지만 하여도 능히 그 못지 않은 효험을 얻을 수 있다.
합곡은 호구(虎口)라고도 하는데 이는 虎가 팔괘중 인목(寅木), 곧 풍(風)인 바라.
바람이 드나드는 입구를 가리키고자 하는 뜻이 있다.
이렇듯 혈(穴) 내의 기혈이 움직임을 바람(
風木)에 비견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는 굳이 침을 놓지 않더라도,
마사지를 하되 제 1, 2지 간에서 소지(小指) 쪽 방향을 겨냥하고,
아플 정도로 힘주어 꾹꾹 누르며 마찰시키듯 문지르는 것이 요령이다. 
  
내가 눈이 좋지 않은 편인데,
녀석들이 용케도 알고 합곡 혈을 제대로 찌르고 물러났구나.

녀석들의 공덕을,
난 세상을 향해 회향(廻向)할 일이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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