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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ⅴ

생명 : 2013. 11. 4. 10:39


지난번, 말벌들은 월동처가 노출되자 산지사방(散之四方) 흩어지고 말았다.

녀석들이 과연 어디로 간 것인가?
여기저기 한두 마리씩 산견(散見)이 되긴 하였으나,
그리 많던 녀석들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한 것인데 며칠 후,
내가 한 철 거처하는 움집 방 천장 형광등 줄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천상 올 겨울은 저들이 방 주인이 되겠고나.
내가 겨울에는 서울 집으로 철수를 하니,
찬바람 가리운 저곳에서 지낼 만하리라.

하지만 당분간은 내가 드나들면 수선을 피울 터이고,
난방을 하니 이는 외려 저들에게 언짢을 것이다.
일찍 터자리를 잡고 잠을 자야할 터인데,
방안 공기가 따뜻해지면 녀석은 잠을 청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형광등 밑이라 저녁엔 빛이 환하게 비추어,
이 역시 편하다 할 수 없다.

저 형광등은 본시 늘어진 줄을 당겨 켜고 끄는 것인데,
내가 바로 직전 별도의 고정 스위치 공사를 하여,
요행이 녀석들이 매달린 저 줄을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내 주변엔 동물 친구들이 많다.

들고양이가 어미, 새끼 도합 4마리가 맴돈다.
아침마다 밥 달라고 방 앞에 나타나 눈을 깜빡이며 기다린다.
난 겨울나기 훈련을 시키려고 연신 타이른다.

“부지런히 엄마 따라 다니면서 일하는 것을 배우거라.
그리 늑장을 피우다간 겨울에 큰 탈이 나니라.”

창가에 매달린 왕거미도 그냥 내버려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유리 창문밖엔 도토리만한 왕거미가 집수리하는 것을,
바로 코앞에서 한참을 지켜보며,
나는 가만히 응원을 한다.

뱀도 하우스 안으로 들어와 늘어놓은 화분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그냥 내버려두었다. 
작년에는 방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이 역시 그냥 내버려두었다.

쥐도 세면장 밑바닥에 굴을 파고 사는 것을 보았지만 나는 그냥 내버려둔다.
(※ 참고 글 : ☞ 2012/03/05 - [농사] - 미로(迷路)

이젠 방안으로 말벌까지 들어와 살겠단다.
이리 청(請)을 넣는 이들은 많은데,
정작 여기 촌녀석들은 거의 예(禮)을 모르는 소인배들이라,
성가시고 귀치 않을 뿐이다.

무지(無知)함은 예(禮)하고는 상관없어 죄가 아닌 듯싶지만,
겪어 보면 무지한 이들이 예도 겸하여 모르기 일쑤다.

사람이 예를 모르고서야 어찌 사람 노릇을 할 수 있으랴?
예를 모르면 죄를 짓는 것임이라,
꼭이나 도적질만 죄가 아님을 알아야 할 터다.

無羞惡之心非人也,無辭讓之心非人也,

의롭지 못하고, 예를 모르는 자를 일러,
맹자는 사람이 아니라 이르셨다.

이 얼마나 삼엄한 말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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