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ⅱ
생명 : 2013. 6. 28. 12:26
작년에 이어 말벌이 또 등장했다.
그것도 동일한 장소에 집을 지었다.
(※ 참고 글 : ☞ 2012/06/11 - [소요유] - 말벌)
(※ 참고 글 : ☞ 2012/06/11 - [소요유] - 말벌)
작년엔 처음 겪는 일이고,
여기저기서 엄포를 세게 놓아서 뭣모르고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였다.
잘못 물리면 죽는다고 한다.
게다가 근처 농부 하나는 한번 쐬이고는 주사 맞고도 근 일주일을 고생했다.
그런데 다시 저들을 보자하니,
작년처럼 살겁(殺劫)을 저지를 염량이 생기지 않는다.
조그마한 공 만하던 것이 이젠 주먹 만해졌다.
9월엔 수박덩이 만해진다고들 한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좀 기다려보는 것이다.
저들 집 근처를 드나들며 무심히 대했다.
저들도 나를 알아보고 있을까?
어느 날,
난, 가만히 타이른다.
“이 자리를 서로 나눠 쓰는 것이다.
내가 너희들을 해하려 하지 않을 터이니,
다만 네들은 너희들의 길을 가거라.”
처음엔 두 부부만 있더니만,
요즘엔 십여 마리로 늘어났다.
벌집에 들러붙어 무엇인가 열심히 일들을 한다.
먹이를 몇 차 주었던 들고양이가 이젠 아침마다 턱을 괴고 문 앞에서 기다린다.
낮엔 참새들이 밭을 마음껏 휘젓고 다닌다.
저녁엔 온갖 물것, 날것들이 온 세상을 접수한다.
여기 시골엔 생명들이 생생하니 현현(顯現)한다.
저들을 최대한 존중하려 함이나,
과연 나는 그 뜻을 지켜,
마음을 이어갈 수 있으런가?
난,
나를 가만히 지켜보기로 한다.
나를 가만히 지켜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