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수건 하나

소요유 : 2014. 9. 10. 09:42


난 예비군 훈련시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훈련에 나갈 때 되면,
이놈의 국가가 
젊어서는 탱탱한 살을 취하더니만,
늙어서는 뼈다귀까지 우려먹으려고 하는구나 하며 투덜대었다.

그러함인데 어느 순간부터 예비군 훈련 영장이 나오지 않더라.
나이가 차니 아무 소리도 없이 국가에서 슬그머니 내쳐버린 것이다.

그래 내가 집식구한테 말했다.
하다못해 그동안 수고했다며 천 원짜리 수건 하나라도 던져주고,
고마웠다는 인사를 챙겨야 하지 않는가?

본데없는 치들이다.
청춘을 알겨먹는 것도 모자라,
늙도록 그리 우려먹더니만,
나중엔 일없다고 모른 척 팽개치고 마는구나.
참으로 염치가 없는 불한당이구나.

요즘 사병들이 죽었다는 기사가 연일 오른다.
너무 안타깝다.
통탄스럽다.

군대 가서 아까운 청춘이 허무하게 이리 죽어버린다면,
그 누가 있어 국가에 충성하겠는가?

우리 모두는,
철저히 원인을 밝혀 고인의 넋을 달래고,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

이제, 비유가 좀 불경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는 예법을 거스르고자 함이 아니라,
피를 토하는 충정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수건 한 장 받지 못한 것도 이리 기분이 더러운데,
목숨을 잃은 분들은 얼마나 원통하시랴?
도대체 국가가 국민의 원수가, 도적이 되어야 하겠는가?

이 땅엔,
적지 않은 교활한 녀석들이,
이 핑계, 저 명분을 만들어 군역을 피한다.

성실한 이들은 군인으로 뽑혀가서,
멀쩡하던 이들이 죽어나간다.
이러고서야,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하겠음인가?

참으로,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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