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활시위를 늦추지 말라

소요유 : 2015. 8. 25. 19:08


毋弛而弓,一棲兩雄。一棲兩雄,其鬥諺諺(口+顔口+顔)。豺狼在牢,其羊不繁。一家二貴,事乃無功。夫妻持政,子無適從


네 활시위를 늦추지 말라.

아니면 한 곳에 수컷 두 마리가 깃들게 된다.

한 곳에 수컷 두 마리가 깃들면, 

그 싸움박질이 무서우리라.


늑대가 울 안에 있으면,

그 양이 번식을 할 수 없다.

한 집안에 두 주인이 있으면,

이뤄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부부가 가사 주도권을 서로 가지면,

아이들은 따를 데가 없다.


한 때 유행하였던 ‘부자 아빠’란 타이틀의 책이 있다.

가난한 아빠는 그저 성실함 하나만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부자 아빠는 생산 수단을 확보하는데 집중한다.

그러니깐 공장이 여기 하나 있다 하자.

가난한 이는 직원으로 들어가 열심히 일만 한다.

하지만 부자는 생산 요소인 기계나 토지를 소유한다.

그러면 일을 하지 않아도 일하는 노동자보다 더 많은 부를 갖게 된다.

이게 그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그러니깐 생산 수단을 어떻게 먼저 확보하느냐?

이게 부자가 되느냐 가난한 이가 되느냐의 관건이라 보는 것이다.


내가 파지 줍는 할머니를 하나 알고 있다.

어느 날인가부터 이 할머니가 눈에 잘 띄지를 않는다.

대신 그 할머니가 늘 활동하던 영역에 낯선 젊은이가 일을 하고 있다.


나중에야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 젊은이는 할머니가 고용한 이였던 것이다.

할머니 말로는 그가 좀 정신 연령이 낮지만 시키는 일은 차질 없이 잘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그 젊은이와 말을 나눠 보았지만,

정신적으로 하등 문제가 없는 정상인이었다.

자신이 기히 활동하던 영역에서 젊은이가 일을 하도록 하고,

푼돈을 쥐어 주는 것 같다.

이젠 할머니는 일터에 가끔씩 나올 뿐, 종일 그 젊은이만 눈에 띈다.

젊은이가 고물상에 파지를 갖다 주고 와서는,

받은 돈을 할머니에게 건네는 것을 몇 차 목격하였다.


할머니는 토지(활동 영역)를 선점하였기 때문에,

부자아빠의 논리를 따른다면 부자가 되는 궤도(軌道)에 올랐다 할까?

이는 곧 남의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노동가치설에 입각하여 본다면 가치란 노동으로부터만 창출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자본의 역할을 더 강조하고 있다.

또한 주류 경제학의 한계효용가설에 따르면,

가치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한계효용에 따라 결정된다.

어쨌든 가치의 소스(source)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잠시 논외로 하더라도 가치가 정당한 가격으로 평가되는가도 의문이다.

이 또한 여러 장애와 마찰요인으로 인해 양자엔 편차가 존재한다.

저 젊은이가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음은 일응 다행이라 친다 하여도

과연 제 노동 가치에 걸맞는 대가를 얻었을까?

저 젊은이 옆을 스쳐지나갈 때,

나는 공연스레 이를 걱정한다.


만약 할머니 혼자 일하던 그 나와바리에 젊은이가 무단히 차고 들어왔으면,

싸움이 크게 벌어졌을 것이다.

一棲兩雄,其鬥諺諺인 게라.

한 보금자리엔 주인이 하나만 있는 법,

둘이 되면 서로는 이빨을 드러내며 싸우게 되느니.


하지만,

毋弛而弓이라,

활시위를 늦추지 말고 긴장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그만 틈일지라도 노리고 들어와 네 자리를 차지하리라.


上下一日百戰。


상하 즉 주인과 객, 군주와 신하는,

하루에 백번 싸움을 치른다 하였음이다.

왜 그런가 하니, 

君臣不同利인지라,

군주와 신하는 이해를 함께 하지 않는다 하였다.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은 역사상 대립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였다.

거죽으로는 충(忠)을 매개로 주종관계를 맺은 양 싶었지만,

이해가 상반되기 일쑤였다.


권세(權勢)란 폭력적인 힘으로 타자의 자유와 이해를 제한하기 때문에,

주, 객 양자는 부단히 대립, 긴장하고, 갈등 때리며, 다투게 된다.

헌즉,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사이에 어찌 一日百戰이 없을쏜가?


為人君者,數披其木,毋使木枝扶疏;木枝扶疏,將塞公閭,私門將實,公庭將虛,主將壅圍。


남의 주인이 된 자(군주)는 자주 그 나무(신하)를 잘라,

나뭇가지가 번성하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나뭇가지가 번성하면 장차 공실(公室)의 문을 막게 될 것이다.

사가(私家)가 장차 번창하게 되면,

궁정은 장차 비게 되고,

군주는 이목이 가리어지리라.


얼마 전 여당 대변인 하나가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이 사태의 내용은 바로 為人君者,數披其木 이 대목에 잘 부합된다.

다만 정치라는 것이 국민의 이해를 기초로 하지 않고,

정치인 간의 사적 이해에 복무하고 있다면,

이는 차후 국민의 심판 대상이 될 것이다.


자연계에선 머리 둘 가진 짐승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머리 둘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설혹 그리 태어나도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주위에 그런 동물을 보기 어렵다.

(※ 참고 글 : ☞ 2008/02/19 - [소요유/묵은 글] - 히드라(Hydra)는 세상에 왜 존재하지 않는가 ?)


헌데,

자연의 세계라면 모를까,

인도(人道)의 세계에서조차 자원을 독점하고 타인을 배제하는 것이 온당한가?

천지불인(天地不仁)한 가운데 인류는 문화(文化)를 형성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의식하고 함께 지켜오지 않았던가?


인문(人文)이란 천지불인한 세계에 대해,

반역의 기치를 들고 도전하며 형성된 것이 아니랴?

다만 이는 천지가 불인한 것 자체를 거역하고자 함이 아니라,

인간 사이에 인(仁)의 도리를 펴나가자 함이라.

이는 필연적으로 의(義)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

수오지심(羞惡之心)

마땅치 않은 것에 수치를 느끼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다면,

비인야(非人也)라,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으랴?


그런데 요즘엔 사람 사이의 윤리만이 아니라 그게 기어이 동물에까지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거의 명목에 그친 동물보호법이 제정이 되어 있지만,

사람간의 아름다운 도리를 동물에게까지로,

미미하지만 차차 그 외연(外延)을 넓혀가고 있다.

왜 아니겠음인가?

식물에게까지 미치지 않을 이유라도 있는가?

아, 이젠 인간유인(人間有仁)을 넘어 생명유인(生命有仁)으로 나아가고 있음이라.


난 천지불인(天地不仁)과 인간의 인의(仁義)가 충돌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지불인이란 무사(無私)내지는 무사(無邪)한 자연의 이치를 말하고 있음이요,

인의란 인간간의 도리 또는 인간의 마음을 밝히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천도(天道)는 천지의 길이 있음이요,

인도(人道)는 인간의 길이 있음이라.


만약 저 파지 줍는 할머니가 천지불인을 내세우며,

젊은이를 노동의 대가 이하로 대우한다면,

이는 인의를 모르는 소치임이라.


맹자는 말하지 않았던가?


無惻隱之心非人也,無羞惡之心非人也。


인의롭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 하였음이라.


사람인 이상 사람의 도리를 추구(追究)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그 도리를 구체적으로 체현(體現)함이 유가(儒家)의 목표라 하겠다.

(※ 追究 :  근본을 캐어 들어 연구함. 追求x)


헌데, 

毋弛而弓,一棲兩雄。

법가(法家)의 이 말씀은 참으로 법다운 가운데 불인하구나.

기실 천지불인은 노자의 말씀이건데,

이처럼 도가(道家)는 병가(兵家)나 법가(法家)로 녹아들어,

저들의 숨은 사상적 기초가 되곤 한다.

이렇듯 도가가 내세운 근본 도리를 전용(轉用)하여,

제 주장에 복무시키며 수단화하곤 한다.

병가나 법가는 모두 형이하(形而下)의 세상을 천착(穿鑿)하고 있음이니,

이를 마냥 탓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 양자는 그 목표가 전혀 다르다.

병가(兵家)는 자신을 지키고 적을 치는데 그 묘용(妙用)이 있고,

법가(法家)는 상충되는 다수의 이해관계를,

상벌(賞罰)이란 권병(權柄)으로 조직, 관리하는 법술(法術)을 발전시켜,

국가의 부국강병 또는 군주의 권세를 강화하는데 치용(致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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