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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자 - 종고지성(鐘鼓之聲)

소요유 : 2015. 10. 22. 11:39


북은 쇠가죽을 메겨 두고,

종은 음통(音筒)을 두어 소리를 낸다.

사람의 흉통(胸桶)엔 횡격막(橫膈膜)이 있어 흉강(胸腔)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며 떤다.


그런데 이제 이런 말씀은 어떠한가?


鐘鼓之聲,怒而擊之則武,憂而擊之則悲,喜而擊之則樂。其意變,其聲亦變。意誠,感之達於金石,而況於人乎?(尹文子, 北堂書鈔)


종과 북소리는 노하여 두드리면 격렬한 감정이 번지고,

근심하며 치면 슬퍼지고,

기뻐하며 치면 즐겁다.


그 뜻이 변한즉,

그 소리가 따라 변한다.

뜻이 간절하면,

금석도 감응한다.


그러함인데 항차 사람에 있어서랴?


혹인(或人)이 하나 있어 이리 말한다.

이 말씀이 제법 그럴 듯하게 들리는가?

종고지성(鐘鼓之聲)이 武,悲,樂으로 들린다 할 때,

이게 금석의 감정이 아니라 실인즉 소리를 듣는 인간의 감정이라 할 터.

헌데 저 말씀 글은 마치 금석이 감정이라도 있는 양 몰아간다.

이어 저 글은 그런즉 사람이 어찌 정성스런 모습에 감정이 따라 북받치지 않을쏜가?

이리 묻고 있다.


고대 전쟁시 북(鼓)은 진군을 알리는 신호로 사용되었다.

반면 금(金)은 후퇴를 알리는데 쓰였다.

물론 오(吳)나라 같은 경우에는 이와 정반대였긴 하다.

비록 임금은 주(周)나라 희(姬)씨 성을 가진 내력 있는 제후국이지만,

본시 나라가 궁벽한 곳에 처한 문화변방국인지라,

백성들이 단발(斷髮) 풍속을 가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중원 국가들은 오나라를 거의 오랑캐로 치부하였다.

그러하니 이 경우는 예외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문화소외국가인즉 금고(金鼓)와 함께 공명하는 문화해석능(文化解釋能)이 남달랐을 것이다.


북소리가 둥둥 울리면,

가슴통(胸廓)이 함께 공명(共鳴)한다.

쇠가죽으로 만든 북이기에,

역시나 살가죽통인 가슴이 함께 떨어 울리기 쉽기 때문인가?

(※ 참고 글 : ☞ 2008/03/07 - [소요유] - 공진(共振), 곡신(谷神), 투기(投機) ①)


가슴이 울리면 우선은 피가 끓게 된다.

창과 칼을 쥔 팔뚝은 구리쇠처럼 부풀어 오르며,

잔뜩 힘이 들어가게 된다.

북소리에 맞추어,

와 ~

함성을 지르며,

  (이 순간 북과 가슴이 함께 공명(resonance) 하게 된다. 진동, 떨림의 마중물)

상대의 진(陣)을 향해 쳐들어가는 것이다.

진격 신호로서는 더 없이 그럴 듯한 수배(手配)라 하겠다.


반면 금(金), 즉 징이나, 바라와 같은 쇳소리는,

쨍쨍~ 울려 퍼질 때,

가슴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후벼 파게 되는 속성이 있음이라,

그러한즉 신경이 바짝 곤두서게 되고,

의식은 팽팽히 긴장되어 극력 주의력이 집중된다.

그러하니 이를 퇴각 신호로 삼음은 실로 마땅하다 하겠다. 

패세가 짙어지는 판에, 

병사들의 마음에 퍼져가는 두려움을 긴장감으로 신속히 추슬러 결속시키면서,

퇴각시키기엔 여간 알맞은 안배(按排)라 하지 않을 수 없다.


其意變,其聲亦變。


그 뜻이 변한즉, 그 소리가 따라 변한다.


이리 말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그 소리가 아니라,

고수(鼓手)나 북채잡이의 감정이 먼저다.

그 감정을 금석에 의지하여 실어낼 뿐,

이어 그 소리를 대하는 감수(感受) 주체의 이차적 해석이 따르는 바다.

그러한즉 금석의 능동적 소리란 없다.

다만 사람의 감정만이 흐를 뿐이다.


혹인(或人)이 하나 있어 이리 말한다.

감천동지(感天動地)임이라,

성(誠)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응하시고 땅도 움직이신다.

그러함인데 항차 금석은 일러 무삼하리오.


저들이 저리 다투는데,

여기 블루베리 농부 하나 있어 이리 말하다.


시골 전장(田莊)을 지나다보면 

밭에서부터 들려오는 아픈 신음 소리를 나는 듣는다.

여기저기 밭들이 촌부들에 의해 누세(累世) 거푸 유린당하고 있음을 난 안다.

한 해가 지나고 나면 논두렁, 밭두렁엔 농약병, 비료부대, 멀칭 비닐,

저들이 먹고 버린 일회용 용기, 음료수병 등속(等屬) 갖은 쓰레기가 밭가에 나뒹군다.

새봄이 되면 저것들은 그냥 밭 위에서 태워진다.

미처 타버리지 못한 것은 트랙터로 밭갈이 할 때 쓸려 들어가고 만다.


정녕 지신(地神)이 계시다면 말이다.

저 패악질을 견디시는 것을 이젠 그만 두셔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조만간 노여움이 극에 다다라 인간들을 되우 벌하시고 말리.


이웃에 새로 들어선 별장 하나.

내가 주인에게 밭에 버려진 비닐을 거두고 성토(盛土)하라 타일렀으나,

3층 ~ 4층 년년세세 켜켜로 쌓인 폐비닐을 그냥 놔두고 흙을 부려 덮었다.

요즘 저들은 온 식구들이 우 몰려와 유기농으로 재배한다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우쭐된다.

곁을 지나다 보면 저들이 키우는 작물은 짙푸르다 못해 거무스레하다.

보지 않아도 나는 안다.

질소질 비료를 욕심껏 처넣었다는 것을.

비료를 많이 넣으면 필수적으로 병충해가 따른다.

이에 따라 농약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비료와 농약은 강하게 커플링(strongly coupling)되어 있다.

이 추동력(driving force)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간의 욕심이다.


야밤 우리 밭에 나가면 박꽃이 수줍게 웃으며 나를 맞는다.

나 역시 옷깃을 여미며 저 백색 순결을 마주한다.

가슴이 가냘프게 자르르 떨려온다.


내가 농부로 남아 있는 한,

정(淨)히 저들을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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