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팔다
내가 오늘 대한 글 하나.
여기 옮겨 둔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자비를 팔다>(김정환 옮김, 모멘토 펴냄)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마더 테레사는 말기 암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던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신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처럼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예수께서 당신에게 입 맞추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녀 자신은 심장 질환 및 노환과 싸울 때 서양에서 가장 우수하고 값비싼 병원들에서 치료받았다는 사실에 유의하자). 이 아이러니가 지불해야 할 대가를 짐작하지 못한 채 그녀는 환자의 대답을 전했다. "그렇다면 그 입맞춤을 제발 멈추라고 말해주세요."
너무도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극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마더 테레사에게 바라온 바는, 그녀가 저러한 형이상학적 포옹을 좀 삼가고 실제 고통에 더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나는 근래 천주교 수사회의 활동을 곁에서나마 지켜볼 기회를 가졌다.
아직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저 분들이 아니면 가난하고, 고통에 처해있는 이들이 어디에서 편안함을 구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다.
내가 처에게 말한곤 한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이 삼자 중에서 내가 제일 신뢰하는 종교는 천주교이다.
이 동토의 땅에서 저들처럼 가난한 이, 불쌍한 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 현실에 앞장 서는 종교를 아지 못하겠다.
그래서 저분들이 귀하고 고맙다.'
나는 종교가 없다.
시골에 가면 '여호와의 증인'이 찾아오곤 한다.
한 분은 서울에 있는 내게 전화를 하며 만날 약속을 정하자고 하기까지 한다.
내 그를 그저 담담하니 대할 뿐,
반겨 맞지도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
다만 성실하게 임한다.
孟子之滕,館於上宮。有業屨於牖上,館人求之弗得。
或問之曰 若是乎從者之廀也?
曰 子以是為竊屨來與?
曰 殆非也。夫子之設科也,往者不追,來者不距(拒)。苟以是心至,斯受之而已矣。
"맹자가 등나라 상궁(별궁)의 여관에 들었다.
여관 사람이 창문 위에 삼던 신을 두었는데, 찾다 못 찾았다.
어떤 이가 맹자에게 물었다.
'종자가 가져간 것이 아닐까요?'
맹자가 답하길 이러 하였다.
'너는 그들이 신발을 도둑질하러 왔겠다 생각하는가?'
그 자가 말하다.
'그게 아닙니다. 선생은 학문을 가르치시는데 가는 자는 붙들지 않고, 오는 자는 막지 않는다 하시니,
진실로 이리 도둑질하려는 마음으로 온 이도 그냥 받아들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往者不追,來者不拒。
"가는 자 붙잡지 않고, 오는 자 막질 않는다."
그저 그를 그리 맞을 뿐이다.
저 여호와증인은 아마도 나를 가망 신자로 여기고 있을 터이다.
허나, 내가 가는 길은 이미 예비되어 있음이라,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간 걸어온 역사적 축적의 내용 때문이다.
이 내용을 해체할 만한 외적 충격을 나는 아직 그 누구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
그의 길은 그가 가는 것이요.
나의 길은 내가 가는 것이니,
여기 시비(是非)를 가릴 일이 있으랴?
是非審之於己,毀譽聽之於人,得失安之於數。
그러함이니 이런 말씀이 전해지지 않던가?
이에 대하여는 진즉 쓴 다음의 글을 참고하라.
☞ 2013/12/24 - [소요유] - 안지어수(安之於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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