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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 먹어

소요유 : 2017. 7. 14. 16:42


끽다거(喫茶去)


師問新到。曾到此間麼。曰曾到。師曰。喫茶去。又問僧。僧曰。不曾到。師曰。喫茶去。後院主問曰。為甚麼曾到也云喫茶去。不曾到也云喫茶去。師召院主。主應諾。師曰。喫茶去。

(指月錄)


“조주화상께서 새로 도착한 중들 가운데 하나에게 물었다.


‘여기 일찍 이르렀느냐?’


중이 일찍 도착하였다 하니 조주께서 말씀 하시다.


‘차나 한 잔 마시거라.’


또 다른 중에게 물으니 그 중이 대답하였다.


‘일찍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조주께서 말씀 하시다.


‘차나 한 잔 마시거라.’


원주가 조주께 여쭙다.


‘어찌하여 일찍 이르렀다 한 이에게도 차나 한 잔 마시거라 하시고,

일찍 이르지 못하였다 한 이에게도 차나 한 잔 마시거라 하십니까?’


조주께서 원주를 부르자,

원주가 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주께선 이리 말씀 하시다.


‘차나 한 잔 마시거라’”


조주종심선사(趙州從諗禪師)의 끽다거는 아마도 세상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선어(禪語)일 것이다.


하여 이를 두고 저마다 한마디씩 변설을 늘어놓으며,

짓까불듯 세상을 어지럽히고들 있다.


조주의 재삼(再三) 화법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황희정승에게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두 종이 다투고 있을 때,

종 하나의 변설을 듣고는 네가 옳다 하고,

또 다른 종의 변설을 듣고도 네가 옳다 하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부인이 이를 두고 타박하자,

당신 말도 옳다 하였다.


하지만 이 양자는 비교할 만한 차원의 것이 아니다.

나는 진작에 황희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갑자기 황희의 고사가 생각나 여기 덧붙이지만,

이것 기실은 비교 꺼리도 아니 되니 본론으로 다시 돌아간다.


끽다거를 둔 평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평등성지(平等性智)에 빗대는 것이다. 

너무 싱거운 해석이다.

기실 전통적으로 화두란 함부로 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언어도단의 일을 문자로 감히 일러둘 수는 없다.

저들이 늘 말하는 불립문자란 결국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즉 공안(公案)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하는 일은,

다시 한 번 세상을 어지럽히는 짓이리라.


헌즉 나 또한 이런 난장판 안에 다시 끼어들 일은 아니리라.

그러하지만, 내 이제 끽다거에 대한 평설은 삼가지만,

내가 화두 하나를 새로 세상에 던져두리니,

눈 푸르고, 귀 밝은 이는 알아들으라.


(출처 : nicpic.com)


“내가 새로 도착한 중들 가운데 하나에게 물었다.


‘여기 일찍 이르렀느냐?’


중이 일찍 도착하였다 하니 내가 말하다.


‘엿이나 한 가락 먹거라’


또 다른 중에게 물으니 그 중이 대답하였다.


‘일찍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말하였다.


‘엿이나 먹거라’


원주가 내게 묻다.


‘어찌하여 일찍 이르렀다 한 이에게도 엿이나 한 가락 먹거라 하시고,

일찍 이르지 못하였다 한 이에게도 엿이나 먹으라 하십니까?’


내가 원주를 부르자,

원주가 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나는 이리 말하다.


‘엿 먹어라’”


끽다거에 무슨 고상한 경지가 있다고 여기는 모든 이에게,

내 손가락 꽈 들며, 한 마디 내 뱉는다.


‘엿 먹어’


※ 끽다거(喫茶去) 중에 去는 가다란 뜻 외에도 풀다, 없애다, 죽이다란 뜻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끽다거란 말은 '차 한 잔 드시고 가세요'란 뜻으로 점잖게 풀 수도 있지만,
'차나 마시고 꺼져'라 새길 수도 있다.

그러함이니 더욱 강하게 말하자면,

去에 死를 더하여 욕을 해댈 수도 있다.


去死吧


이것 영어로 하자면,

go to hell과 거의 같다.

이 장면을 연상하면,

내가 ‘엿 먹어’ 한 것이나,

조주께서 끽다거 하신 것이나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차를 마실 줄이나 제대로 아는가?

엿이라 한들 이조차 먹을줄을 모르니,

한심할 뿐인 것임이라.


어느, 더운 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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