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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와 풍경(風磬) 소리

농사 : 2017. 8. 19. 12:10


들깨와 풍경(風磬) 소리


10여 년 전 주말농사를 처음 시작하였다.

당시 들깨를 심곤 하였다.

이제 블루베리를 식재하고 나서는 내버려두었었다.

헌데, 밭 귀퉁이에서 들깨가 년년세세 제 홀로 지고 자라고 있다.

이를 여지껏 알고 있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오늘 남은 묘목을 식재하면서 그곳을 지나고자 하니,

난데없이 어디선가 청아한 풍경(風磬) 소리가 들린다.

쇠로 만든 풍경일지라도 풍경을 만들어 처마 끝에 내걸면,

쇠 고유의 파열음은 가시고 화윤(和潤)한 소리가 난다.

그런데 지금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금성(金聲)보다는 토성(土聲)에 가까우니, 깊고도 두텁다.

여름 기운이 가시고, 가을바람이 문득 문득 불어오는 계절이니,

초열(焦烈)한 기운이 가시며, 이제 금성(金聲)의 화윤(和潤)한 소리로 바뀔 것이다.

그러함이니 저 풍경은 쇠로 만든 것이 아니고,

아마도 자기(瓷器)를 구워 만든 것이리라.

맑고 곱지만,

무엇인가 소리에 깊이가 있다.


❀ Wind Chimes Compilation - 1 Hour


故土聲深厚,木聲高唱,火聲焦烈,水聲緩急,金聲和潤。又曰:聲輕者斷事無能,聲破者作事無成,聲濁者謀運不發,聲低者鹵鈍無文。

(麻衣神相)


사찰도 아니고 여기 밭에 풍경이 걸려 있을 리 없다.

그러함인데도 내 귀엔 풍경 소리가 연신 들려온다.

이게 과연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손끝을 내밀어 주변에 있는 들깨 잎을 쓰다듬자,

마치 연못에 숨어 있든 물고기가 위로 올라와 숨을 토해내자,

물결이 일며 동심원으로 퍼져나가듯,

풍경소리가 퍼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

이 풍경 소리는 들깨가 내고 있었구나.

게다가 고소하고 달콤한 들깨 냄새가 천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것은 결코 재배 들깨 밭에선 느낄 수 없다.

십여 년 이상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 무투입인 고로,

우리 밭은 거의 야생 상태와 가깝다.

헌즉 저 들깨도 말 그대로 야생 들깨라 하겠다.


新竹迎風이라,

새로 나온 대나무가 바람을 맞아들인다 하였음인데,

우리 밭 홀로 자라는 들깨야 말로,

雲舞風前라 바람 앞에 구름이 춤을 추는 격으로,

이리도 묘한 소리와 향기를 뿜고 있음이고뇨.

신묘(神妙)한 노릇이어라.


氣韻生動,出於天成,人莫窺其巧者,謂之神品。

(陶宗儀)


기운이 생동하여 하늘에서 나온 듯,

사람이 그 교묘함을 엿볼 수 없으니 신품(神品)이라 이르지 않던가?


서화 골동품이니, 

요즘 시속에 요란하니 지껄이는 천박한 명품(名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 밭의 이 신묘한 들깨 바람, 

즉 그 소리와 향이야말로 신품이라 일러야 하리라.


노파심에서 내 한 마디 보탠다.

들깨 풍경 이야기를 하니,

혹자는 과장이 심하다 하는 이가 있으리라.


그런 이를 내 구태여 탓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내 귀에 분명 풍경 소리가 들리니,

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천차만별이라,

그 노니는 곳의,

그 층하가 구층(九層), 십지(十地)의 경지로 나뉘지 않던가?


돌아오면서,

깻잎 몇 장을 따 가지고 왔다.


실내에 이내 깻잎 향이 가득 퍼진다.

잎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으니,

맛과 향이 너무 진하여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다.


일반 들깻잎 수 백 장을 모아,

갈아, 조려, 찻 수저 하나 되는 진액을 만든다한들,

결코 이를 따라오지 못하리.


끝으로,

들깨에 대하여는 내가 전에 쓴 글을 마저 대하여야,

좀더 예를 갖춘, 바른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

(※ 참고 글 : ☞ 들깨도 잠을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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