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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연

상학(相學) : 2018. 9. 25. 17:21


인터넷을 통하여 접하는 말들을 보면,

별별 것들을 다 접하게 된다.


오프라인의 세계라면,

제 기호(嗜好), 성향(性向)에 따라,

사람 만남을 가려 택할 수 있다.

하지만, 넷이라는 게, 우선은 거죽 장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보고서야,

내막을 알 수 있으니, 그제서야 알아차릴 수 있을 뿐이다.

헌즉, 포연(砲煙) 가득한 전장(戰場) 속을 걷듯,

그저 이런저런 온갖 말의 파편에 노출되지 않을 수 없다.


으깨지고, 뭉그러지고, 절룩거리는 말들의 파편(破片).

그 속을 헤치고 걸어가는 모습들.

이게 상상이 되는가?


진중권은 말했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SNS에 올라오는 말들 있잖아요.

99.9%는 쓰레기입니다. 똥인데,

그중 0.1%의 진주가 있어요.’


뇌수(腦髓) 터지듯 길바닥에 흥건히 흐르는 쓰레기들이라니.

저 진중권의 말에 십분 동의할 수밖에.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 자체도 엉망으로 찌그러져 있다.


가령.


왤케웃기노이기,

읅쾌해 (유쾌해)

파라써 (팔았서)

뒤졌겐노

부랍긴함

안뇽

뇨자

.

.


말들이 분쇄기에 들어갔다 나온 듯,

으깨지고, 뭉그러져, 나자빠져 있기 일쑤다.


한약방에서 쓰는 약연(藥碾)이란 기구가 있다.



(출처 : 搜狐新聞 清代銅碾藥船)


일종의 맷돌이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선 이게 배같이 생겼다 하여 약선(藥船)이라고도 한다.

축을 끼운 주판알 같은 것을 약알이라고 하는데,

이를 손이나 발로 밀며, 약재를 갈거나 자른다.




약재도 아닌데,

저들은, 멀쩡하니 바른 말들을 왜,

혓바닥 맷돌에 넣고 갈아, 참담하니 이지러뜨리고 있는 것인가?


어린애기가 옹알이 하듯, 애교를 부리는 것인가?

불확실성의 그늘 뒤로 숨고자 함인가?

단정적인 말을 내뱉기엔 불안하니, 

슬쩍 물러나 모호한 말 뒤로 숨는 것일까?

여긴 자기 결정력의 불신이 내재해있다.


아니면, 세상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듯,

말을 파괴시킴으로써 이를 짐짓 가상으로나마 흉내 내고자 함인가?


그 무엇이 되었건,

거긴 이지러진 인격이 하나 문득 불쑥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본디 관상학에선,

唇不包齒 聲音嘶啞

입술이 치아를 덮지 못하여 드러나고,

잇바람이 새는 경우.

즉 짐승 소리 내듯, 쉰 목소리를 내며, 

발성이 모두 혓 끝에 일어나는 경우.

마치 노루가 뛰어가듯, 

징소리처럼 징징 소리가 나는 경우.

단명상(短命相)이라 하여 크게 꺼린다.


저 토해내진 이지러진 글들을 목격할 때마다,

바로 이런 목소리를 듣는다.

어찌 경계하지 않을 일이랴?

차라리 그러한 관상은 낫다.

이것 천생이 그러한즉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하지만, 글이란 제 스스로 저리 만드는 것이니,

어찌 참람스럽다 하지 않을쏜가?


그래, 백번 양보하자.

넷상의 특성 환경으로 인해 독특한 문화가 생길 수 있다.

그래, 어쩌다 한두마디 아잉하며 애교 부리고 쓸 수는 있다 치자.

한편, 급히 써야 하니 축약, 줄임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두음자만 따서, 말을 압축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것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지적하고 있는 어그러진 말씨들은 이것과는 상관이 없다.

기실, 익명성 뒤에 숨어 마구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어도,

아무런 부담이나 위험이 없다.

급기야, 이런 이들이 개숫물이 하수도에 모이듯 절로 모여,

아주 대놓고 막말을 경연대회하듯 부리는 곳도 적지 아니 생겨나고 있다.


일베 사이트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일간베스트.

거긴 언어가 의식의 약연(藥碾)에 의해 으깨지고, 뭉그러뜨려지고,

급기야 내동이 쳐지는 행위의 경연장이다.

거기에선 발가벗겨진 인간 의식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상관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와는 무관한 것인즉,

저들만의 리그에 참견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여기를 벗어난,

일상의 현장에서도,

가끔씩 목격이 된다.


이 때,

깊이 겪지 않아도,

그 인격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유독 많이 그런 글씨들을 보았다.

하여 잠깐 생각해보았다.


***


이어, 떠오른 생각 하나를 더 덧붙여 짝을 맞춰 둔다.


동영상에, 계집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영 속이 메스꺼워 바로 밀어내어 버렸다.

요즘 계집사람들은 어찌 하나도 벗어남이 없이 저리 같은가?

코는 자그마하고, 턱은 뾰족하니 갈아 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무리 남이 예쁘다 하여도 속이 메스껍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 나는 속이 울렁거리고 만다.

거기다 머리엔 하나도 들은 것이 없이,

그저 질펀하니 쓰잘데기 없는 말 조각들을 토해내는데 열중하고 있다.


面小鼻低 吃食如鼠臉小


얼굴이 그저 대추씨처럼 갸름하다.

이마도 뾰족, 턱도 뾰족하니,

이는 필시 칼잡이를 시켜 위아래를 연신 져며내고, 깎아내었으리라.

뺨에 붙은 살이 없고, 코는 조그마한 게 달랑 붙어 있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콧두덩도 작고, 영 볼품이 없고, 그저 얄밉게만 보인다.

게다가 마치 토끼나 쥐새끼가 오물거리듯 음식을 먹는다.

그리 얼굴을 협착(狹窄)시켜놓았으니,

입안 저작(詛嚼) 기관 역시 다 오그라지고 말았으리라.


이것 역시 단명할 상으로 상가(相家)에서는,

다 흉하다 여길 뿐이다.

예쁜 것 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복이 다 달아날 흉상인 것이다.


글을 쓰면서도 저들 천박한 상이 연상이 되어,

토악질이 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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