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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언자어(自言自語)

상학(相學) : 2019. 3. 2. 19:53


자언자어(自言自語)


내가 주말농사를 거쳐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자 나설 때,

처음 접하는 시골 인심이 실로 경악할 만큼 험하디 험함을 알게 되었다. 

과시 포악(暴惡)스럽기가 시랑(豺狼, 승냥이와 이리)을 방불하고, 

간사(奸邪)하기가 사갈(蛇蝎, 뱀과 전갈)같은 이들을 많이도 만났다.

특히 이의 표준으로 삼을 만한 이가 있었으니,

그 동안 우리 신세를 적지 아니 진 적이 있는,

시골 노파 하나다.


그자의 용모파기(容貌疤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는 말 그대로 얼굴 모색과 흉터 하나 낱낱이 다 이를 수 있다.

허나, 내 어찌 폭삭 삭아 쭉정이와 같다한들,

차마 이를 다 주어 섬길 수 있으랴?


다만, 명(明)나라 때, 원공(袁珙)이 지은 유장상법(柳莊相法)의 가르침에 기대어,

이를 묘사함이 외려 더 흥미로울 터다.

원공(自號柳莊居士)은 상술(相術)의 기인(奇人)이라,

그가 지은 유장상법은 상학(相學)의 기본서 중에 기본서라,

이를 건너뛰고는 관상을 논할 수 없다 하리라.


七十七、女人有七十二賤,若犯一件,必有私淫


여인에겐 72 가지 천한 상이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반드시 사음(私淫)하고 말리라.


그 중 14번째가 自言自語라,

이는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것을 뜻한다.


내가 혼자 밭일에 열중하는데, 

저 멀리서 사람 말소리가 들린다.

하여 웬 사람 소리가 이리 큰가?

하며 눈길을 주어 보나, 예의 그자가 혼자 지나고 있을 뿐이다.


요새 밭일을 하다보면 이자의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 때마다 그는 언제나 혼자 중얼거리며 지나고 있다.


自言自語,主招鬼迷,亦主壽夭。

(柳莊相法)


‘홀로 중얼거리면,

귀신에 잘 홀리며, 요절하기 쉽다.’


내 겪기로도 혼잣소리를 잘 하는 이를 볼작시면,

매사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즉, 스스로 말을 하고, 이를 상대하며, 의지하려 한다.

허나, 이는 일순간에 불과하고, 이내 다시 허공을 만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이 없는 자가 내지른 말에 무슨 미더움이 있으랴?

헌즉 다시 만난 허공을 이기려 일없이 재우쳐 중얼거릴 도리 밖에.


이러고서 온 밤을 지새우고, 길 가는 도중(途中) 내내 自言自語할 밖에.

이를 두고 어찌 귀신이 그냥 내버려 두랴?

짝하자고 거래를 틀 것이며, 벗하자고 수작을 걸 것이니,

귀신에 홀리는 일만 남았다 하리라.


睡長夢自言自語者,乃狂詐之徒。

(柳莊相法)


‘잠을 잘 때 꿈이 길고, 중얼거리길 잘하면,

이는 역시 경망스러운 사기꾼 무리라 하겠다.’

古之真人,其寢不夢,其覺無憂,其食不甘,其息深深。真人之息以踵,眾人之息以喉。屈服者,其嗌言若哇。其耆欲深者,其天機淺。

(莊子)


‘옛날 진인(眞人)은 잘 때 꿈을 꾸지 않으며, 깨어서는 근심이 없다.

음식을 먹음에 맛을 가리지 않고, 숨을 쉼에 깊이하고 헐떡이지 않았다.

진인은 발꿈치로 호흡하고, 중인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

외물에 굴복하니, 말이 막히어 마치 왝왝 토하는 것과 같고, 

욕심이 심할수록 천기(天機)는 얕은 것이다.’


아아, 여기 장자에서도, 屈服者,其嗌言若哇。라 하여,

말이 막히면, 토하듯 왝왝거린다 하였으니,

고인의 가르침은 이리 한 치도 서로 어긋남이 없구나.


욕심이 깊으면 천기는 얕다하였으니,

그자 역시 욕심이 놀부를 찜 쪄 먹고도 남을 위인이라,

시골 동네 어떤 이 역시 그를 두고 욕심이 목구멍에까지 차올랐다 하더라.


至人之用心若鏡,不將不迎,應而不藏,故能勝物而不傷。

(莊子 應帝王)


“지극한 경지에 이른 이(至人)는 마음을 씀에 거울과 같다.

사물(사태, 상황)의 오고 감을 맞고 보냄에 있어,

그 실상에 실답게 응할 뿐, 별도로 감출 일이 없다.

고로 사물을 이기며, 상하는 일이 없다.”


至人無己

至人無為

至人不聞

至人無夢


무당은 꿈이 많다.

이는 언제나 신, 귀신과 인간 사이에 들어, 중매를 하여야 한즉,

몽선(夢船)이라, 꿈이란 조각배를 타고 저들과의 교류가 분주할 수밖에.


지인은 그러나 무몽이라.

꿈을 꾸지 않는다.

프로이드가 말하는,

무의식에 남겨진 찌꺼기가 없은즉,

꿈을 꿀 일이 어디에 있겠음인가?


한편, 저이가 말할 때, 입가에 게거품을 무는 바, 

이는 소위 백말(白沫), 타말(唾沫)이라 하는 것으로,

상학적(相學的)으로는 이리 푼다.


이런 자는 정력이 넘치는 바라,

낭비가 심하고, 거죽 꾸밈에 몰두하며, 명성을 좋아한다.

자의식이 강하며, 일을 하는데 실수를 잘하며,

모호함에 사로 잡혀 있기 일쑤다.

하지만, 늘 말에 힘이 넘치며, 큰 소리를 뻥뻥 잘도 친다.

일이 잘 돌아가면 그런대로 약속을 지키지만,

여차직 형편이 어렵게 돌아가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신의를 저버리기 쉬운 인격이다.

이런 이를 가리켜 취우대왕(吹牛大王)이라 한다.

곧 소를 불어 날릴 정도의 허풍쟁이라 하겠음이니,

이런 자와의 교류는 늘 조심하여야 한다.


(출처 : 網上圖片)


허니, 자언자어(自言自語)와 타말(唾沫)의 상(相)이,

자신감을 두고 서로 상반되는 것을 지시하는 것 같다.

허나 이는 그 뿌리는 매한가지라, 결코 서로 모순이 아니다.

가령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에 등장하는 바로 B사감을 생각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즉, 기숙생에겐 엄격하고 매서우나, 혼자 있을 때는 이리 바뀐다.

그 장면을 다시금 감상하라.


B사감과 러브레터 - 현진건

....

세째 처녀는 대담스럽게 그 방문을 빠끔히 열었다. 그 틈으로 여섯 눈이 방안을 향해 쏘았다. 이 어쩐 기괴한 광경이냐! 전등 불은 아직 끄지 않았는데 침대 위에는 기숙생에게 온 소위 '러브레터'의 봉투가 너저분하게 흩어졌고 그 알맹이도 여기저기 두서없이 펼쳐진 가운데 B여사 혼자 - 아무도 없이 제 혼자 일어나 앉았다.


누구를 끌어당길 듯이 두 팔을 벌리고 안경을 벗은 근시안으로 잔뜩 한 곳을 노리며 그 굴비쪽 같은 얼굴에 말할 수 없이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는 '키스'를 기다리는 것 같이 입을 쫑긋이 내어민 채 사내의 목청을 내어가면서 아깟말을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그 넋두리가 끝날 겨를도 없이 급작스리 앵돌아서는 시늉을 내며 누구를 뿌리치는 듯이 연해 손짓을 하며 이번에는 톡톡 쏘는 계집의 음성을 지어,


“난 싫어요. 당신 같은 사내는 난 싫어요.”


하다가 제물에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러더니 문득 편지 한 장(물론 기숙생에게 온 '러브레터'의 하나)을 집어들어 얼굴에 문지르며,


“정 말씀이야요? 나를 그렇게 사랑하셔요? 당신의 목숨같이 나를 사랑하셔요? 나를, 이 나를.”


하고 몸을 추수리는데 그 음성은 분명 울음의 가락을 띠었다.


“에그머니 저게 웬일이냐!”


첫째 처녀가 소곤거렸다.


“아마 미쳤나보아, 밤중에 혼자 일어나서 왜 저리고 있을꾸.”


둘째 처녀가 맞방망이를 친다…


“에그 불쌍해!”


하고, 세째 처녀는 손으로 고인 때 모르는 눈물을 씻었다.


홀로 있을 때는 저리도 중얼중얼,

하지만 남 앞에서는 과시 황소를 입으로 불어 날릴 기세인 바라,

이는 모두 비열함, 교만함, 열등감에 기반함이라, 어찌 천격(賤格)이라 하지 않을 도리가 있으랴?


요즘 며칠 새, 저이가 지나갈 때마다,

혼자이건만 말소리가 커서 곧잘 여럿인 양 싶어 쳐다보면 그게 아니더라.

내 이제 저자의 면상(面相)을 이리 짚어보며,

다시금 공부를 점검해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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