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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골(龍骨)

상학(相學) : 2019. 1. 24. 12:15


어느 글을 읽다가,

농종법(壟種法)과 견종법(畎種法)이란 말을 대하게 되었다.

여기 壟과 畎이란 글자를 대하니,

쉼 없이 여러 상상력이 자극되고 있다.


하여 이 실 끄나풀을 집어 들고, 따라 나서게 되었다.


우선 농종법과 견종법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알아본다.

둘 다 모두 파종법(播種法), 즉 씨 뿌리는 법을 가리킨다.

농종법은 두둑 위에 파종하는 방법을 이름이요,

견종법은 고랑에 파종하는 방법을 이른다.

참고로 밭에 골을 타서 씨앗을 뿌린다 할 때,

두두룩하게 높인 부분을 두둑이라 하고,

반대로 우묵하게 낮혀진 부분을 고랑이라 한다.

또한 두둑과 고랑을 합하여 이랑이라 말한다.

때에 따라서 두둑을 이랑이라 칭하는 경우도 있다.


고대에는 소위 만종법(縵種法, 漫種法)이 성행하다가,

가축을 이용한 쟁기질이 보급되자,

농종법, 견종법이 일반화 되었다 한다.

만종법이란 이랑을 내지 않고 그냥 평평한 밭에서 파종하는 방법을 말한다.


만(縵)은 원래 민무늬 비단을 뜻하는데,

이렇듯 밭 역시 아무런 굴곡이 없는 평평한 상태를 뜻한다.

한편 만(漫)은 흩어진다는 뜻이다.

그런즉 만종법(縵種法, 漫種法)은,

곧 밭을 갈지 않고 평지에 씨앗을 흩어 뿌린다는 뜻이 되겠다.


굴봉(掘棒) 즉 뒤지개나, 따비 등에 의지하여 농사를 지을 때는,

오늘날과 같은 이랑을 내기가 힘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종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후에 우마(牛馬)를 부려 쟁기를 쓰게 되자,

이제 비로소 두둑과 고랑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농종법(壟種法)과 견종법(畎種法)은 이제 이에 맞춰,

각기 두둑 또는 고랑에 씨앗을 뿌리는 방법으로써 탄생한 것이다.


농종법(壟種法)과 견종법(畎種法)에서,

농(壟)과 견(畎)이란 글자를 자세히 보면,

거기 들어 있는 용(龍)과 개(犬)가,

묘하게 호기심을 일으킨다.


농(壟)이란 글자에 대하여는 이미 짚어본 적이 있다.

(※ 참고 글 : ☞ 농단과 시장)


자세한 것은 그리로 미루고,

여기선 우선 간단히 언덕 또는 밭두둑을 뜻한다고 보자.

한편, 

견(畎)은 水小流也라,

밭에 있는 물의 통로를 말한다.

물을 대고, 물이 흐르는 곳을 모두 견(畎)이라 한다.

한마디로 논도랑(小水沟), 밭도랑을 뜻한다.

이런 본뜻에 기대어, 

견종법(畎種法)에서,

견(畎)은 바로 이랑의 낮은 부분 고랑을 빗대어,

전화(轉化)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농(壟)과 견(畎)이라,

용은 흙 위 높은 곳에서 노닐고,

개는 밭도랑, 수구(水沟) 즉 봇도랑 물진흙탕에,

빠져 있는 모습이 절로 그려지지 않는가?


정도전이 함경도 사람을 두고,

이전투구(泥田鬪狗)라, 평하였음이니,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개를 형용한 말이긴 하나,

한편, 강아지 신세가 여간 측은해 보이지 않는다.


어이하여, 개들은 저리도 인간에게 버림을 받고 놀림감이 되는가?

사람과 가장 친하고, 사람에게 충성하고, 

도적으로부터 재산을 지켜주고,

위험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는 동물이 개 말고 또 달리 있는가?


不尚賢,使民不爭;不貴難得之貨,使民不為盜;不見可欲,使心不亂。是以聖人之治,虛其心,實其腹,弱其志,強其骨。常使民無知無欲。使夫知者不敢為也。為無為,則無不治。

(道德經)


현인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할 수 있으며,

아무리 귀한 재화라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게 할 수 있다 ...


개는 인간의 훌륭한 친구로되,

흔하디흔하여, 귀하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라.

인간들이 귀한 것을 쫓기 바쁘니 그럴 수밖에.

이는 尚賢이라, 현인을 숭상하는 풍토 때문이다.

노자의 이 가르침은 얼마나 놀라운가?


天下之物,無貴無賤,因其所貴而貴之,物無不貴,因其所賤而賤之,物無不賤,故不尚賢者,言不放魚於木,不沈鳥於淵。

(文子)


“천하의 사물이란 귀한 것도 없고 천한 것도 없다.

그 귀한 바로 인해 그것을 귀하게 여기니,

(도대체가) 사물이 귀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그 천한 바로 인해 그것을 천하게 여기니,

(도대체가) 사물이 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즉 불상현자(不尚賢者) 즉 현명한 것을 숭상하지 않는 이는,

수풀에 고기를 풀지 않으며,

연못 안에 새를 넣지 않는다.”


키우던 강아지를 길거리에 내다 버리고,

(한 해 10만 마리가 버려지고 있다.

 반려 동물 키우는 가구 수가 570만 남짓이다.

 헌즉 1.7% 정도가 이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동물보호 한답시고 잔뜩 폼 잡고,

뭇 사람들의 여리고 착한 마음을 훔쳐,

만금을 기부 받고서는,

뒷구멍으로는 안락사 시키는 짓은,

모두 다 尚賢의 풍속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노자는 바로 이 尚賢의 폐단을 바로 짚어내고 있는 것이며,

문자는 이 노자의 말을 빌어,

수풀에 고기를 풀고,

연못에 새를 넣는 짓을 하지 말라고 갈파 하고 있는 것이다.


키우던 제 집 강아지를,

귀찮다고 길거리에 내다 버리는 짓과,

문자가 말하는 放魚於木,沈鳥於淵과 한 치라도 다름이 있는가?

이 모두 不尚賢의 도덕을 세상이 제대로 아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장상법(柳莊相法)이란, 상법서(相法書)에서도 용이 등장한다.

유장상법은 관상을 공부하는 이들에 있어 기본서이기도 하지만,

이를 제대로 배우기 만하여도,

길거리 그 어느 관상쟁이보다 더 실력이 낫게 될 것이다.


凡骨欲堅,肉欲實,骨爲君,肉爲臣,骨多肉少主貧賤,肉多骨少主壽夭,骨肉相勻,方言有壽有子。凡女人骨硬必刑夫,男人骨硬必貧賤。龍骨欲細長,龍骨欲粗正,不欲浮,筋露骨浮肉歪斜,夭相。總言,骨欲正直,肉欲堅實,方福壽之相。書云:骨正神強肉又堅,君臣得配福綿綿,若見肉浮多髮氣,四九之刑壽不全。

(柳莊相法)


“무릇 뼈(骨, 골격)는 견고하고, 살집은 실해야 한다.

뼈는 군(임금), 살은 신하에 배대된다.

뼈마디가 밖으로 툭툭 불거지고,

살이 빈약한 체형은 빈천 상이며,

살이 많고 골격이 빈약하면 요절할 상이다.

뼈와 살이 고루 균형이 잡혀 있으면,

비로서, 장수하고, 자식이 있게 된다.


무릇 여인네가 뼈가 드세면 형부(刑夫) 상이며 

 (- 남편을 극한다는 말, 이를 때론 剋夫라 하기도 한다.

    존재만으로 남편의 앞길을 막고, 그르칠 상을 뜻하는 것이다.)

남자가 뼈대가 강하면 반드시 빈천할 상이다.

 (그렇지 않은가?

  사람이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닐진대,

  뼈다귀가 강한들, 힘들고, 어려운 일에 용이나 쓰다 말 일인지라,

  저것으로 도대체 무슨 공을 이루겠는가?

  허나,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얼굴이 예쁘면, 예인으로 나서고, 힘이 세면, 운동선수가 되어,

  세상 밖으로 제법 이름을 내고, 공을 세울 수 있는 바라.

  헌즉, 상법(相法)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 세상 시절 변화에 따라 해석학적 변용(變容)이 필요한 것이다.

  결코 문헌학적 또는 교조주의적 추수(追隨)로는,

  상법의 오의(奧義)를 깨칠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용골이 가늘고 길거나, 

용골이 굵되, 솟지 않거나,

근육이 드러나고, 뼈가 솟고, 살이 비틀어졌으면 요절할 상이다. 


총평하자면,  .... (이하 생략)”


여기 龍骨이란 무엇인가?

대개 초심자는 이게 무엇인지 아지 못한다.

게다가 상법서 일반이 그러하듯,

유장상법에서도 이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여담이지만, 상법서에는 한자 뜻풀이만으로 알 수 없는 말이 무수히 등장한다.

상학(相學) 전문 용어뿐이 아니라도,

상징 표상의 짐짓 에둘러 흐리는 말들이 적지 않다.

이는 눈이 어둡고, 정신이 흉한 잡인(雜人)에게까지,

구태여 상법의 진리를 노출시키지 않고,

은휘(隱諱)하여 지키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헌즉, 상법서는 반드시 원문으로 읽고, 배워야 한다.

아무리 번역이 잘 되어 있다한들,

책갈피 마다 숨겨진 진의(眞義)를 모두 다 드러낼 수 없다.


이제 다시 돌아와 

龍骨을 앞에 두고 마주한다.

헌데, 이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다시 비박(臂膊)이 무엇인지 알아 두어야 한다.


어깨에서 팔꿈치에 이르는 윗팔은 비(臂),

팔꿈치에서 손목에 이르는 아래팔은 박(膊)이라 한다.


어떨 때는,

윗팔은 노(臑),

아랫팔은 비(臂)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전자의 구분법을 따른다.


이제 준비가 끝났다.


臂號龍骨,膊為虎骨


비(臂)를 용골(龍骨)이라 하고,

박(膊)을 호골(虎骨)이라 한다.


하니까, 윗팔은 용골,

아래팔은 호골이라는 이야기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이란 말이 있듯,

이제 윗팔과 아랫팔을 각기,

용과 호랑이로 여기고,

이들이 서로 위, 아래에서,

겨루는 것을 상상해보라.

참고로 용호상박의 박(搏)은 치다, 때리다라는 뜻으로,

박(膊)과는 다른 글자이다.


(출처 : 網上圖片)


용골이 장대하고, 호골이 가늘며,

용골이 길고, 호골이 짧으면,

곧, 용이 호랑이를 집어 삼킨 형국이라 귀(貴)하다. 


반대로,

호골이 장대하고, 용골이 가늘며,

호골이 길고, 용골이 짧으면,

곧, 호랑이가 용을 집어 삼킨 형국이라 천(賤)하다. 


어깨와 팔뚝이 두터운 자는 부귀하고,

기울어지고, 깎이듯 작은 자는 빈천하다.

등과 팔뚝이 잘 균형이 잡힌 이는 복록이 무궁하다.


용과 개가 나와,

밭에서 서로 엉겨 붙더니만,

이젠 용과 호랑이가 위, 아래에서 겨루고 있다.


옛사람들의 비유란 이리도 넓고 깊으며, 거침이 없다.

드라마틱한 상상력을 자유로이 전개하며,

일상을 노래하고,

인생의 명운을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저들이 낙천적인 성품을 가졌기 때문일까?

아니, 나는 차라리,

천지자연 속에 내동댕이쳐진,

인간의 비극적 숙명을, 

슬퍼하거나, 낙담하지 않으며,

담담하니 관조하고,

종내는 희극적으로 그려내며,

한 판 놀이마당을 대하듯,

그리 자신들의 명운을 객관화하려는,

성숙하고도, 의연(毅然)한 태도를 엿보게 된다.


내, 어찌 저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쫓지 않을 도리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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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학(相學) : 2019. 1. 24. 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