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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지론(誅心之論)

소요유 : 2019. 1. 16. 13:43


주심지론(誅心之論)


'공자는 소정묘(少正卯)를 주살(誅殺)했다. '


이는 내가 어제 기사 하나를 접했다가 떠올린 옛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대기업.중견기업인 청와대 초청 간담회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 


산책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등 4대그룹 총수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현 넷마블 의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이 함께 했다. 

(출처 : viewsnnews)


저 기사에 등장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 청문회 때 곤욕을 치룬 이들이며,

일부는 범죄 피의자로서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헌데, 문재인은 이들과 저리도 친하구나 싶었다.

나의 본 이야기를 잇기 전에,

먼저 소정묘와 관련된 고사를 살펴본다.


孔子為魯攝相,朝七日而誅少正卯。門人進問曰:「夫少正卯魯之聞人也,夫子為政而始誅之,得無失乎,」孔子曰:「居,吾語女其故。人有惡者五,而盜竊不與焉:一曰:心達而險;二曰:行辟而堅;三曰:言偽而辯;四曰:記醜而博;五曰:順非而澤--此五者有一於人,則不得免於君子之誅,而少正卯兼有之。故居處足以聚徒成群,言談足飾邪營眾,強足以反是獨立,此小人之桀雄也,不可不誅也。是以湯誅尹諧,文王誅潘止,周公誅管叔,太公誅華仕,管仲誅付里乙,子產誅鄧析史付,此七子者,皆異世同心,不可不誅也。《詩》曰:『憂心悄悄,慍於群小。』小人成群,斯足憂也。」

(荀子)


“공자가 노나라 섭상이 되어 조정에 나아간 지 7일 만에 소정묘를 주살했다.

문인이 나아가 물었다.


‘무릇 소정묘는 노나라에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선생께서 정사를 맡자마자 그를 주살한다는 것은 실책이 아닙니까?’


공자가 말씀하시다.


‘앉거라. 내 너에게 그 까닭을 일러주겠노라.

사람에게 다섯 가지 악행이 있으면,

도적들도 그와 더불어 함께 하지 않는다.


하나는 心達而險이니, 마음이 달통한 양 싶지만 험악한 것이요,

둘째는 行辟而堅이니, 행실이 편벽되고 완고한 것이요,

셋째는 言偽而辯이니, 말이 거짓되면서 달변인 것이요,

넷째는 記醜而博이니, 괴이한 것만 잘 기억하고, 박식한 것이요,

다섯째는 順非而澤니, 나쁜 짓을 쉽게 저지르며, 즐기는 것이다.


사람에게 이 다섯 가운데 하나라도 있으면,

군자의 주살을 면할 수 없다.

헌데, 소정묘는 이를 모두 겸하고 있다.


그러므로, 거처는 족히 무리를 지어 작당할 수 있고,

언변은 족히 사악한 짓을 꾸며, 대중을 현혹할 수 있으며,

강하기로는 (남을 압도하여) 족히 홀로 우뚝 설 수가 있다.

그는 소인배로 걸웅(桀雄)이다.

주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므로, 탕은 윤해를 주살하고, - 湯誅尹諧

문왕은 반지를 주살하고, - 文王誅潘止

주공은 관숙을 주살하고, - 周公誅管叔

태공망은 화사를 주살하고, - 太公誅華仕

관중은 부리을을 주살하고, - 管仲誅付里乙

자산은 등석과 사부를 주살하였다. - 子產誅鄧析史付

이들 일곱은 시대는 다르지만, 마음보는 같았다.

주살 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에서 이르길,

‘근심하는 마음 초초, 뭇 소인들에게 분이 솟네.’ 하였은즉,

소인배가 무리를 이룬다는 것은 족히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순자에 나온다.

그 외에, 사기(史記), 회남자(淮南子), 공자가어(孔子家語) 등에 산견된다.

하지만, 정작 논어(論語)에선 언급되고 있지 않다.

혹자는 이를 들어, 이는 꾸민 이야기일 뿐,

공자가 소정묘를 죽이지 않았다 주장한다.


가령 논어 안연 편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季康子問政於孔子曰:「如殺無道,以就有道,何如?」孔子對曰:「子為政,焉用殺?子欲善,而民善矣。君子之德風,小人之德草。草上之風,必偃。」

(論語 顏淵)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묻기를,


‘만약 무도한 자를 죽여, 유도한 세상이 되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이리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정치를 하면서 어찌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려는 것입니까?

당신이 선하고자 하면, 백성이 선해질 것입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니,

풀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쓰러집니다. (교화를 의미)’”


그러함인데, 어찌 공자가 소정묘를 죽였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소정묘 주살 사건은 꾸민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꾸민 이가 한비자(韓非子)라 주장하는 이까지 나타났다.

이야기인즉슨, 한비자의 스승인 순자(책)에,

이를 슬쩍 끼워 넣는 짓을 하였다는 것이다.

하여, 법가의 뜻을 널리 선양코자 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법가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주장한다.

하지만, 상과 벌을 줄 때,

믿음에 근거하지, 무작정 도리에 어긋나게 행하지 않는다.

여기 믿음이란 곧 법으로 표상된다.

헌즉, 법가는 절대자나 권력자 마음대로,

무고한 이를 죽이지 않을뿐더러, 이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한비자를 저런 이야기를 꾸민 자로 추정하는 것은,

유가를 신봉하고 법가를 비판하는 이의 편벽된 주장일 뿐 아니라,

또 하나의 거짓 이야기를 꾸며 진실을 가리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다만, 가령, 順非而澤이라,

거짓에 순응하고, 이를 즐겨 하는 이가 있다면,

한비자라면, 의당 이를 주벌하는 법을 만들었을 것이며,

그를 주벌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법가는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집단이 아니다.

다만, 그 어떤 학파보다 성실하다.

그 준거로써 법에 의지할 뿐이다.

이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이들,

또는 간사하고, 비열한 이들에겐,

때론 두렵고,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옳은 이라한들,

마냥 모든 이에게 숭앙을 받는 것은 아니다.

도고마성(道高魔盛)

외려 도가 높으면 마가 들끓게 되는 법이다.


흔히, 정치인들이 죄를 지었을 때 뱉는 말이 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검사의 기소나,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

물론이다. 

소위 주심론(誅心論)에 기대어,

한 인격을 사법적 판결 없이 벌하는 것은,

현대의 민주사회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다.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소정묘 주살 사건에 대하여 평을 하였다.


헌데, 이게 다 제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견강부회(牽强附會)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가령, 위에서, 공자와 계강자의 대화의 예를 끌어 들여,

공자가 결코 소정묘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 바로 그 예가 되겠다.


왜 그런가?


진(晉)의 조돈(趙盾)이 영공(靈公)을 직접 죽이지 않았지만,

사관 동호(董狐)는 국경 근처로 도망갔다든지,

영공을 죽인 자를 처벌하지 않았다는 등,

그의 처신을 들어,

趙盾弑其君이란 기록을 남겼다.

즉 그가 주군을 시해했다는 것이다.

조돈은 억울해했지만,

공자는 동호를 두고 양사(良史)라며,

그를 지지했다.

이를 동호지필(董狐之筆 or 董狐直筆)이라 한다.

(※ 참고 글 : ☞ 명적(鳴鏑) - 우는 화살)


한편 이 고사로부터 소위 주심지론(誅心之論)이란 쟁론이 벌어졌다.

즉, 동기나, 마음을 내기만 하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의 법체계에선,

의사(意思)와 그 표시(表示)의 이동(異同)에 따라,

다양한 법적 해석과 논쟁이 존재한다.


하여간, 공자 역시 동호를 지지하였던 만큼,

공자가 주심론(誅心論)을 빗겨 갔다는,

앞서의 주장(계강자 운운)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

이제 와서 과연 소정묘를 공자가 죽였느냐 아니냐?

논쟁을 벌인다한들, 또렷한 해답을 구할 수 없다.


나는 이런 진위 논쟁보다,

心達而險,

行辟而堅,

言偽而辯,

記醜而博,

順非而澤

이 다섯을 지닌 악인을 우리 사회가 어찌 다루고 있는가?

이에 관심을 기우린다.


가령, 공화국 대통령인 문재인은 과연 어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가?

이 물음을 던지면서,

어제, 오늘,

강한 의구심을 일으킨다.


재벌 회장,

피의자 신분인 이를,

인도에 가서 격려하고,

북한으로 데리고 간 것도 모자라,

어제, 차담회(茶啖會)에서 환담하였다.


오늘은,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후속조처를 통해 빈틈없이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있다. 


경제인을 만나 환담하고,

현재를 점검하고, 앞일을 전망하는 일이 왜 불요하겠음인가?


헌데, 

김용균씨 어머니와 경우와, 대비하여, 보면,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느끼게 된다.

나는 여기에 슬픔을 느낀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김용균 법(산안법)이 어제 국회를 통과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오늘 태안 서부발전소 산재로 사망하신 고 김용균님의 모친 등 유족을 만나 위로와 유감의 뜻을 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에 따라 대통령의 이런 뜻이 유족들에게 전달됐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6111#csidx09e3aa1e778107aa2457541ab6b743b 

(출처 : mediatoday)


만날 의사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당신 스스로 바로 만나면 될 일이다.

‘유감의 뜻을 전할 의사가 있다.’

이리 양보내지는 한정사로써,

유보할 일이 어디에 있는가?


그는 내심으로 진정,

그 분을 만나기를 원하고 있음인가?

아니면 부담으로 느끼고 있음인가?

그의 진의(眞意)는 어디에 있는가?


주심론(誅心論)은 현대의 민주 법체계 내에서, 온전히 수용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의 붉은 가슴 對 가슴을 마주한다면,

주심론(誅心論) 아래에서 누구나 죄인이 되기도 하며,

타자를 이에 기대어 벌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공자가 당시의 실권자인 계강자 앞에서,

사형(死刑)은 불가하다고 말하는 것은 위정자를 염두에 두고 있음이다.

허나, 푸른 청죽의 역사 앞에 서서,

인간의 맑은 머리로, 붉은 가슴을 열어재끼고,

趙盾弑其君이라, 그는 동호의 직필을 지지하였다.


공자가 소정묘를 죽였다는 기록을 앞에 두고,

그가 소정묘를 죽이지 않았다고 극구 변명하는 이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는 한편,

영공을 죽이지도 않은 조돈을 두고 군주를 죽였다는,

사관의 기록을, 그 태도를 지지하고 있는 공자.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런 물음 앞에,

아직도, 혼란을 겪고 있다면,

그대 당신은 아직 한참 익지를 않았다 할 밖에.


昔堯誅四凶以懲惡,周公殺管蔡以弭亂,子產殺鄧析以威侈,孔子斬少正卯以變眾,佞賊之人而不誅,亂之道也。《易》曰:「不威小,不懲大,此小人之福也。」

(說苑)


역에 이르듯,

소인배에게 위엄을 보이지 않고,

큰놈을 징벌하지 않는다면,

이는 소인배들의 복이라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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