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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목인(機關木人)

소요유 : 2019. 1. 1. 19:16


기관목인(機關木人)


중국무협 영화를 보면,

곧잘 기관 장치가 된 동굴이 나오고,

암기(暗器)가 장착된 목인(木人)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이 동굴에 들어가면,

미리 몰래 배설한 표(鏢) 또는 탄궁(彈弓) 따위의 암기(暗器)가 쏘아진다.


이것 보면, 대단히 놀랍다.

마치 오늘날 첩보 영화에서 보는,

그런 첨단 기기인 양, 

고대의 기술도 그리 녹록한 수준이 아니었구나 싶다.

한편으론, 이게 다 영화 연출 작법상의 기교가 아닌가 싶어,

뻥도 심하구나 여겨질 수도 있다.


(출처 : 영화 小林寺 木人拳)


이를 기관목인(機關木人)이라 하는데,

이는 중국무협 상의 독창적 기술이 아니고,

실인즉 불교 문헌상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헌즉 사실을 바로 짚자면,

원래 불교 고유의 것을,

중국 무협 영화에서 차용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전거를 살펴보자면,

이에 대하여는 축법호(竺法護)가 역(譯)한 생경(生經) 제 삼권(第3卷)이 유명하다.

그 외에 당(唐)의 현각(玄覺)이 지은 영가증도가(永嘉證道歌),

현장(玄奘)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등 여러 곳에서, 언급되고 있다.


생경에 보면,


一國王名曰大船,國土廣大,群僚大臣普亦具足,其土豐熟,人民熾盛。王有五子:第一智慧、第二工巧、第三端正、第四精進、第五福德,各自嗟歎己之所長。

(生經)


한 나라에 대선(大船)이란 국왕이 있었는데, 아들 다섯이 있다 하였다.

그중 둘째 아들의 이름이 공교(工巧)라 하였다.


공교란 영어로 하자면 elaborate쯤 되겠다.

즉 기술이 정교하다는 뜻이니,

요즘 식으론 전문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 테크니션이라 하겠다.


이 둘째 아들을 두고 읊은 게송이 여기 있다.


工巧有技術, 多所能成就,

機關作木人, 正能似人形。

舉動而屈伸, 觀者莫不欣,

皆共歸遺之, 所技可依因。


교묘한 기술을 부려, 

마치 인형과 같은 목인을

만들었다 찬탄하고 있다.


이것 오늘날 식으로 말하자면,

로봇쯤 되리라.


「時第二工巧者,轉行至他國。應時國王,喜諸技術,即以材木,作機關木人,形貌端正,生人無異,衣服顏色,黠慧無比,能工歌舞,舉動如人,辭言:『我子生若干年,國中恭敬,多所餽遺。』國王聞之,命使作伎,王及夫人,升閣而觀。作伎歌舞若干方便,跪拜進止,勝於生人。王及夫人,歡喜無量。便角[目*翕]眼,色視夫人。王遙見之,心懷忿怒,促勅侍者:『斬其頭來。何以[目*翕]眼視吾夫人?謂有惡意,色視不疑。』其父啼泣,淚出五行,長跪請命:『吾有一子,甚重愛之,坐起進退,以解憂思,愚意不及,有是失耳。假使殺者,我共當死,唯以加哀,原其罪舋。』時王恚甚,不肯聽之。復白王言:『若不活者,願自手殺,勿使餘人。』王便可之。則拔一肩榍,機關解落,碎散在地。王乃驚愕:『吾身云何瞋於材木?此人工巧,天下無雙,作此機關,三百六十節,勝於生人!』即以賞賜億萬兩金。即持金出,與諸兄弟,令飲食之,以偈頌曰:


「『觀此工巧者,  多所而成就,

  機關為木人,  過踰於生者。

  歌舞現伎樂,  令尊者歡喜,

  得賞若干寶,  誰為最第一?』

(生經)


이것 추려 간단히 소개해본다.


둘째 아들인 공교(工巧)가 다른 나라에 갔는데,


왕이 그 기술을 보고 즐거워했다.

이에 나무로 기관목인(機關木人)을 만들었는데,

용모가 단정하고 마치 살아 있는 사람과 다름이 없었다.


그 나라 왕이 부인과 함께 이를 관람했다.

목인이 춤을 추는데, 살아있는 사람과 똑같았다.

왕과 부인은 크게 기뻐했다.

이 때, 목인이 왕의 부인에게 추파를 던졌다.

이를 왕이 보고는 격노하여,

시자를 시켜 목인의 목을 베어 오라 하였다.


이에 아비가 울면서, 죽여야 한다면 마땅히 함께 죽어야 한다.

가엾게 여기신다면, 죄를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청하였다.

허나 왕의 진노는 심하여 이 청을 거절하였다.

다시 청하길, 죽이실 거라면, 제가 스스로 죽이게 하시고, 남에게 맡기지 마시라 하였다.

왕이 이를 허락하였다.

어깨에 걸린 빗장 쇠를 풀자, 기관은 이내 해체되어, 몸뚱아리가 땅으로 흩어져버렸다.

왕은 경악하며 말했다.

‘내가 어찌 이런 나무에게 화를 내었단 말인가?

이 사람의 교묘한 기술은 과히 천하무쌍이구나.

365 관절로 기관을 만드니,

과시 살아 있는 사람보다 더 뛰어나구나.’


이에 상금 억 만 냥을 즉시 내렸다.


나는 則拔一肩榍,機關解落,碎散在地。

바로 이 부분에 미쳐, 아연 놀라 크게 감탄하고 만다.

빗장 쇠를 뽑자 와르르 무너지는 목인(木人)이라니, 도대체가.


아무리 기술이 교묘하다 한들,

이는 모두 한낱 꿈에 불과한지라.


一切有為法。如夢幻泡影。如露亦如電。應作如是觀。


마치 금경경의 이 말씀처럼,

꿈이며, 환상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일 뿐인 것이라.

이는 마치 일시 맺히는 이슬이요, 번개에 불과한 것임이라.


喚取機關木人問。求佛施功早晚成。

(永嘉證道歌)


기관목인을 불러 물어,

불법을 구하며, 공을 들인들, 언제 이루랴? 


바로 증도가에 나오는 이 대목과,

그 미침이 같다.


어찌,

한 때라한들,

저 목인(木人)에 한눈 팔며,

혼을 잃고 말 것인가?


한편, 

이와 관련되어,

현장이 지은 대당서역기를 마저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而開蒙誘進,先導十二章。七歲之後,漸授五明大論:一曰聲明,釋詁訓字,詮目疏別。二工巧明,伎術機關,陰陽曆數。三醫方明,禁呪閑邪,藥石針艾。四謂因明,考定正邪,研覈真偽。五曰內明,究暢五乘因果妙理。

(大唐西域記)


인도에선,

일곱 살 이후에, 점차 오명(五明)이란 학술을 배우게 된다.

여기 명이란 곧 학문이라 여기면 되겠다.

하나는 성명(聲明)이니, 언어학이고, 

둘째는 공교(工巧)이니, 곧 기술, 기관, 음양역수에 관한 학술 분야이고,

셋째는 의방(醫方)이니, 바로 의술과 주술에 관한 학술이며,

넷째는 인명(因明)이니, 이는 논리학이며,

다섯째는 내명(內明)이라, 즉 인과의 묘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는 마치 주례(周禮)에 나오는 육예(六藝)를 방불한다.

육예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이니,

이는 각각 예, 악, 궁시(활쏘기), 마술(말 타기), 서예(붓글씨), 산학이니,

사람이란 한 인격으로 완성되기 위해선,

이리 배우고 익힐 것이 적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 학문이란 너무 분화되어,

일생을 바쳐도 하나를 제대로 다 배우기 어렵다.

허니, 비록 한 분야에 일가를 이뤘다한들,

다른 일엔 까막눈과 다름이 없다.

허니, 통섭(通涉)된 지식을 가지지 못하여,

편협되고 좁은 시야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폐단이 생기고 있다.


여담이다.

어줍지 않은 아이들이,

한자를 폄하하고,

한글이면 족하다 하며 짓까불지만,

막상 녀석들 모습을 볼짝시면,

한글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반 톨 싸라기 말을 지껄이고들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영어는 왜 배우는가?

영어, 라틴어, 산스크트어, 한문 따위는 목적이 아니라,

인류 문화 일반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임이라,

이를 내치고서야 어찌 앎에 이를 수 있으랴?


서구 교양인들은 모두 라틴어를 배운다.

동양 문화를 제대로 알자면 어찌 한자를 모르고,

저 깊은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안 뜰에 이를 수 있으랴?

나는 비록 공학 전공자이지만,

부족함을 절감하고, 역량이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매양 울 넘어, 저 안뜰을 엿보고 있음이라.


오늘날 정치인들이라는 것을 보면,

왜 그리 변호사 출신이 많은지?

이들의 전문 지식이란 것이 정치 일선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지만,

이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의 전체를 조망하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항차, 인문사회학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인재도 드문 데,

이리 한 분야 일변도의 인재가 나라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실로 마땅한 일이 아니다.

공교(工巧)와 같은 공학 전공자도 정치 일선에 나서고,

의방(醫方)과 같은 의학, 종교 전공자,

그리고 내명(內明)과 같은 철학 전공자도 정치 일선에 나서,

폭넓고 균형 있는 이들이 나라 정치에 힘을 보태는 세상을 꿈꿔본다.


고른 인재 등용이 필요한 소이다.

이런 인재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세상을 기원한다.

아울러 오늘 날의 인재란 한 분야에 정통할 뿐 아니라,

최소 두, 셋 이상에 두루 밝은 자를 일러 인재라 할 수 있음이라.

이런 이들을 길러낼 수 있는 물적 토대와, 정신적 기풍이,

나라 전반에 미만(彌滿)하는 그런 열린사회가 도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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