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알
오늘 밭에 예초기를 메고 나아가는데,
풀 한 줌이 베어지고 난 자리.
거기에 달걀보다 조금 작지만 제법 큰 알이 열한 개나 환히 빛나고 있다.
나는 급히 예초기 날을 위로 들어 올렸다.
크기로 보아 작은 새가 아니라 큰 새가 낳은 것이리라.
순간 바로 판단이 선다.
예초 작업을 늦추며,
급히 그 지역을 벗어나며,
이웃의 두어 이랑은 높이 풀이 자라도록 조치한다.
외부에 포란(抱卵) 위치가 노출되면,
새로선 여간 낭패가 아니리라.
닭의 포란 일은 대략 스무 여 날이니,
앞으로 적어도 이 정도 동안, 이 지역은 접근을 삼가야 하리라.
곧잘 농장엔 꿩들이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푸두둑 날아오르곤 한다.
크기가 큰 것으로 보아 꿩알이라 짐작이 된다.
수년전에도 하우스 안에서 새알을 발견한 적이 있다.
(※ 참고 글 : ☞ 포란(抱卵))
경이롭다.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유린당하고 마는 환경 조건.
그러함인데도 저들은 저리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가근방에서 풀로서 숲을 이룬 곳은 우리 농장이 유일하다.
저들로선 이 밖에 더 택할 곳이 없다.
하지만, 연신 도시화가 진행되어,
수백 미터 밖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농경지는 슬금슬금 깎여지고 있다.
헌데, 나조차 예초합네 하며,
꿩이 겨우 마련한 포란처를 위협하고 있구나.
앞으로 한 달 간은 그리로 접근을 하지 않으련다.
어서, 포란(抱卵)을 끝내고,
부화(孵化) → 육추(育雛) → 이소(離巢)까지,
안전하게, 위업을 이루길 빈다.
며칠 전 전곡 시내,
전곡시장 내 위치한 음식점 앞 밖으로 내 달은 조명 등 지지대 위에 제비집을 발견하였다.
제비가 그 복잡한 곳을 유영하듯 날아다닌다.
아니, 왜 이리 시끄럽고 위험한 곳을 택하였는가?
차라리 우리 농장으로 들어오면 좋았을 터인데.
아,
이미 망그러진 세상.
차라리 시장 안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농민들이야 이미 닳고 닳아 헌 고무신 밑창보다 더 빤질거린다.
하지만 시장 통 사람들은 모두들 다 제 먹기 살기 바빠,
제 일 아니면 도통 남의 일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농민 집 처마보다,
차라리 천하 무심한 시장 안이 더 안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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