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닭
나는 전에 시골에 가서 살면 닭을 꼭 키우겠다 한 적이 있다.
(※ 참고 글 : ☞ 야반삼경(夜半三更) 문빗장 – 자정수(子正水))
하지만, 겨울엔 농장이 비고, 닭이 울면 혹 주위에 폐가 될까 염려되어,
아직도 닭을 키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도올 김용옥이 닭을 키운다는 것은 알려진 일이다.
닭에 대하여 제법 연구를 깊게 하여, 일설을 펴는즉, 그가 도를 이뤘구나 싶었다.
헌데, 그가 키우던 닭을 잡아 먹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라면, 닭을 키운다한들,
죽을 때까지 잡아먹지 않고,
제 명대로 살게 하였으리라.
그럴 형편이 아니 마련된다면,
닭을 결코 기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도올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처 다른 이를 두고 한 마디 하련다.
요즘 그 농장의 닭소리를 들을 때마다,
만상이 교차하여 벼르다 기어히 이리 남겨둔다.
여기서 가까운 어떤 농장에서 얼마 전부터 닭소리가 난다.
이 작자는 예전 남이 맡긴 강아지도 며칠 사이에 죽인 전력이 있고,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도 제대로 건사를 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당시, 사료도 잘 챙겨주지 않았으니, 물이야 오죽하였으랴?
개집도 없이 키워, 내가 은근히 채근하여 가까스로 장만한 적이 있다.
그 개집이 농장에 도착하자,
녀석은 삽으로 모래를 퍼서 개집 바닥에 몇 삽 집어넣었다.
맙소사.
상상이 되는가?
강아지가 들어가 살 바닥에 모래를 뿌려 넣는 저 인간성.
그 굵은 모래에 앉으면,
살이 쓸리고, 아파 들어가 앉지도 못할 것이다.
종일 무거운 쇠사슬에 묶여 그리 모진 삶을 살다 큰 개가 되었지만,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썩을 놈.
그런 형편인데,
이젠 또 닭장을 짓고는 거기다 닭을 집어넣었다.
이 염천지절 물이라도 제대로 줄까나?
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만한 일이다.
천하에 이리 흉칙스런 녀석이 달리 또 있겠음일까?
게다가, 겨울엔 그 역시 농장을 떠나 서울로 가기 때문에,
그 때엔 더욱 닭을 건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형편인데, 어찌 자신을 그리도 모르고 있는가?
저 닭이 우렁차게 울지만,
그 소리엔 슬픔이 한참 서려 있음이라.
미구에 저 닭도 슬픈 운명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말리라.
젖은 닭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도 덩달아 고통의 지옥 울에 갇힌 듯,
마음이 답답해지고 만다.
실로 흉칙스런 녀석이다.
그는 형편상 직접 농사도 지을 수 없은즉,
알바를 고용하여 임시변통으로 임한다.
헌데, 감당할 수도 없는 주제에 일을 내키는 대로 벌인다.
폼은 있는 대로 잡고 싶은 것이다.
개미지옥처럼,
녀석 농장 안으로 들어간 강아지, 닭 등은,
그 명운이 슬프게 끝나고 만다.
어찌 저리도 인정이 메마르고, 포악스러울 수 있는가?
정녕,
흉(凶)코뇨!
불전을 보면 살생을 하면 단명한다는 말씀이 부지기수로 나온다.
반면, 살생을 버리면, 무병장수한다 이르고 있다.
或一人乃至施與畜生一摶食이라,
혹, 사람 하나 있어, 축생에게 한 움큼의 음식을 주어도,
선근(善根)의 공덕을 짓는 일이라 하였음이다.
그러함인데, 제 집 울안에 들인 축생을,
저리 마구 대하다니, 어찌 흉타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살아있는 생명이란 먹지 않으면 죽는다.
사람이야 요즘 먹고 살만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먹지 못해 굶어죽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함이니, 어찌 축생들이 먹고 사는 것이 쉬운 일이랴?
하기에 施與畜生一摶食 축생에게 한 줌 먹이를 베푸는 일에 대하여,
여러 불전에서 하나 같이 가르치며,
이게 복을 짓고, 지혜를 일으키는 일이라 이르고 계심이라.
... 所謂布施,心不慳悋。何者布施?布施者名少、壯、老時恒常布施,布施一切,一切種施、一切時施,利益一切、饒益一切、安樂一切,常念地獄、餓鬼、畜生一切道中受飢渴等種種苦惱。
여기 보면, 보시에 대하여 말씀하시되,
특별히 지옥, 아귀, 축생에 미치어,
이들이 기갈(飢渴) 등 각종 고통 속에 살고 있음을 항시 생각하라 하셨음이라.
사람을 넘어, 이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으니,
어찌 불법이 너르고, 높고, 깊다 하지 않을 수 있는가?
내가 두더지로 인해 피해가 자심하여,
2012년에 두더지 퇴치기를 만들어 8~9할은 해결을 보았으나,
이제는 이를 가동치 않는다.
두더지가 땅에 구멍을 파고 다니며 블루베리에 일정분 해를 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공기구멍을 내고 다닌다 여기고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하였으니,
이 또한 저들을 가급적 해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새 피해도 적지 않아,
조류 퇴치기를 진작에 만들어 대응을 하였음이다.
하지만, 올해엔 일부 고장 난 것을 고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이에 대하여는 추가로 할 이야기가 있지만,
혹 공연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으니,
말하는 것을 삼가고자 한다.
부질없는 짓인 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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