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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밤나무

소요유 : 2019. 7. 25. 12:56


나도밤나무


‘나도밤나무’는 결코 밤나무가 아니다.

진짜 밤나무라면, 그저 밤나무지,

‘나도’란 말로 자신을 꾸미고 한정할 일이 어디에 있으랴?

‘너도밤나무’ 역시 이와 매한가지로 결코 밤나무가 아님은,

굳이 조사할 필요도 없이 그 지칭어로부터 바로 유추 아니 유도 확정된다.


유튜브 중에 ‘나도자연인’이라는 닉을 본 적이 있다.

대단히 실례되는 말이지만, 나는 이를 대하자 이내 피식 웃었다.

결국 자연인 흉내를 내겠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은가?

‘나도’라고 외치는 한,

이미 상대를 reference로 상정하고 있음이니,

자신이 스스로 객인(客人)이 되어 변경으로 물러나게 된다.

이 양보된 位에 거하며,

어찌 천하의 임자가 될 수 있으랴?


이 말은 천하, 자연을 정복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와는 무관하게 ‘자연인’의 지향, 본질을 그는 이미 빗겨가고 있음을,

지적,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인’ 그 함의가 그와 내가 다르고, 같고와 상관없이,

그는 이미 한편으로 물러나, 빗긴 位에 처함을 나는 안타깝게 여기고 있을 뿐인 것이다.


師示眾云:「道流!佛法無用功處,秖是平常無事——屙屎、送尿、著衣、喫飯、困來即臥……。愚人笑我,智乃知焉。古人云:『向外作工夫,總是癡頑漢。』爾且隨處作主,立處皆真,境來回換不得,縱有從來習氣、五無間業,自為解脫大海。今時學者總不識法,猶如觸鼻羊逢著物安在口裏,奴郎不辨、賓主不分,如是之流邪心入道,鬧處即入不得,名為真出家人,正是真俗家人。

(鎮州臨濟慧照禪師語錄)


(출처 : 網上圖片)


“스님(臨濟)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시다.


‘도를 닦는 이들이여,

불법이란 공을 쌓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만 평상대로 (그저 특별할 것 없이) 아무 일 없는 것이다.

- 똥 싸고, 오줌 눟고, 옷 입고, 밥 먹으며, 곤하면 눕는 것이다 ...

어리석은 자는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이는 알 것이다.’


고인이 이르길,


‘자기 밖을 향해 공부하는 이는, 

모두가 멍청하고, 고집스런 놈들이라 했던 것이다.

그대들이 어디에 가든, 주인이 되면,

어디에 있든 바로 그것이 참된 것이 될 것이다.

어떤 경계를 맞는다하여도, 끄달리지 않을 것이며,

종래로부터 쌓인 습기(習氣), 다섯 가지 무간지옥 업을 지었다한들,

절로 해탈의 바다로 변할 것이다.


요즘 공부하는 이들은 법을 모른다.

마치 양이 코를 대어 닿는 대로 입안으로 넣는 것처럼, 

종과 주인을 구별치 못하며, 손님과 주인을 분별치 못한다.

이런 부류들은 삿된 마음으로 이렇듯 불문에 입도(入道)하였으니,

소란스런 일에 빠져버려, 진정한 출가인이라 이름할 수 없으며,

바르게 말하자면 속가인에 다름 아니다.’”


그는 자신을 진정 자연인이라 생각하고 있음인가?

아니면, 그저 흉내를 내고자 함인가?

나는 이를 묻고 있음이다.


그는 저 이름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자연인이 될 수 없다고 나는 감히 선언한다.

한편 그는 속세로 돌아가기도 이미 애매해졌다.

속세로 돌아가는 외나무다리를 분질러 버리길 그는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저문 들녘, 그는 양안(兩岸)에 양 다리 걸치고 서성거리고 있다.

나는 그의 ‘나도’란 이름에서 이를 읽는다.


만약 내가 쪽다리 한가운데 서있는 그를 목격한다면,

볼 것도 없이 당장, 도끼로 다리 가운데를 댕강 부셔버리고 말 것이다.

그는 이 때래서야, 비로소 속세, 자연 양단의 하나로 튀어 귀순하게 될 것이다.

그가 이제야 그가 진정 원하는 바를 얻었음이라.

그가 조금이라도 예법을 아는 이라면 내게 어찌 사의를 표하지 않을 도리가 있으랴?


아아,

조각달에 벼려 퍼렇게 날 선 나의 도끼는 관음보살의 천수천안보다,

얼마나 더 자비로운가?


중국은 그저 중국이지,

스스로 대중국이라 하지 않는다.

영국이 스스로를 대영제국이라 지칭할 때,

세계로 포악스런 이빨을 승냥이처럼 드러내고,

식민지를 많이 만들었기에 그러하였던 것인가?

나는 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조그마한 땅덩어리의 영국이 가진 포한(抱恨)이 작용한 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생각한다.

여기저기 욕심을 많이 내어, 땅을 넓혔으니,

이젠 우리는 작지 않다. 큰 나라이다.

이리 뽐내었으리라.

이는 역시 스스로가 본디 작은 실체임을 자인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대영제국이란 말 속엔 이미 스스로 작은 나라였다는 사실이 은장(隱藏)되어 있다.

아무리 깊이 감추었다한들,

천하의 대도(大盜) 도척(盜跖)인 나는 이를 꺼내, 해 비춰 폭로(暴露)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영국처럼 식민지를 많이 개척하였다한들,

그들은 이 때에 이르러 대중국제국이라 굳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중심국인데, 무엇 때문에 大란 한정사를,

자신의 머리 위에 갑갑스럽게 씌워 고깔모자 쓴 광대로 전락시키랴?


대한민국

이것은 슬픈 말이다.

영국은 실제 식민지라도 많이 거느렸지 않은가?

한국은 열강에 갈가리 찢긴 주제에,

무슨 큰 한국이란 말인가?

大자를 당장에 벗겨버려야 한다.

저 열등감에 절은 화법에 나는 저항한다.


그러함이니,

기실 大는 부정사에 불과하다.

자신을 다시 꾸미는 형용사가 아니라,

꾸며지는 체언(體言)을 小로 확인시켜주는 용언(用言)에 불과하다.

진짜배기 큰 자는 결코 남으로부터 고깔모자를 빌려 쓰지 않는다.


마치 나도 밤나무, 너도밤나무가 밤나무를 빌어,

자신을 한껏 치장하여 드러내는 것과 매한가지로,

모자란 자는 갖춘 자에 의지하여,

결코 이뤄질 수도 없는 천년 봄꿈을 꾼다.


그러한즉,

예하건대, 

대한민국으로 지칭하는 한 아직 작은 것이요.

한국이라 칭하는 한, 작다할 수 없음이다.


헌데, 

이제까지의 내 말의 함정에 걸리면,

다시 ‘너도 인간’이 되고 말리니,

인간이 되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 할 밖에.


예전 소싯적,

비가 올 때,

길 가운데 구덩이를 파고,

똥을 몇 덩어리 넣고는 위를 풀 따위로 덮는 놀이를 곧잘 하였다.

이를 우리는 호방(허방)다리라 불렀다.

행인들은 무심코 이를 밝고 지나다,

큰 봉욕을 당하곤 하였다.


앞에서 한 나의 말은,

바로 이 호방다리에 미친다.


문득 한 생각 일어,

여기 조주 스님의 화두 하나를 꺼낸다.


趙州因僧問狗子還有佛性也無師曰無曰上至諸佛下至螻蟻皆有佛性狗子為甚麼却無師曰為伊有業識性在。

又問狗子還有佛性也無師曰有曰既有為什麼入這皮袋裏來師曰知而故犯。

(禪宗頌古聯珠通集)


“조주께 중 하나가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께서 말씀하셨다.


‘없다.’


‘위로 모든 부처에서, 아래로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성이 있는데,

개에게는 어째서 없습니까?’


조주께서 말씀하시다.


‘업식성(業識性)이 있어서다.’


또한, (다른 중이)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있다.’


‘이미 있다면, 어째서 저 가죽자루 안으로 들어가겠습니까?’


‘알고도 고의로 범한 것이다.’”


善男子!一切眾生定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故,是故我說一切眾生悉有佛性。

(大般涅槃經)


열반경엔 

‘일체중생은 아뇩다라삼막삼보리(阿縟多羅三貘三菩提)를 가졌은즉,

나는 모두는 불성을 가졌다고 설하는 것이다.’


이리 부처는 사자후(獅子吼)를 토하고 계시옴인인데,

어찌 하여 조주는 시계불알이 되어, 유무 간을 왔다 갔다 하고 있음인가?


모처럼, 비가 나리시니, 

일기예보 노상 틀려, 심술이 난 심사 이끌어,

나도 오늘 시계불알이 되어보련다.


내가 드리운 낚싯밥을 눈앞에 둔 물고기들.

이제, 

‘나도밤나무’는 밤나무며,

‘나도자연인’도 자연인이다.

이리 다시 말하노니,

듣고 있음인가?


오늘, 비가 내리시는 가운데,

차 한 잔 앞에 놓고, 눈을 드니,

露滴萬年松

이슬비 만년송을 적시누나.


家家門底野狐兒


가가호호 문 아래엔 간악한 여우가 있음이다.


허나, 


家家門首透長安


가가호호 문 앞엔 장안으로 통하는 길이 있기도 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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