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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국(鏢局)

소요유 : 2019. 10. 12. 13:38


표국(鏢局)


중국 무술을 보면 곧잘 표국이 등장한다.

이들은 의뢰인으로부터 물건이나 사람을 위탁 받아,

원하는 곳으로 수송해주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얼핏 간단한 일인 듯 보인다.


(출처 : 網上圖片)


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여행과 재물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공권력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시절에,

사람을 노리거나 재물을 탈취하기 위해 달려드는 도적들을 막아내려면,

무술 실력이 출중하여야 하며 담력이 뛰어나야 한다.

게다가, 이 역시 사업인지라, 영업 수완도 갖춰야 한다.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고, 명성을 확보하려면, 

내부 결속과 실력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여야 한다.


또한 단순한 물류나 여행 업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론 금융 서비스도 제공하고, 일종의 보험 기능도 수행했다.

그러하자면,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오늘날로 따지자면, 보안+호송+물류+여행+금융+보험 등 전방위에 걸친 일을 하였다.

지금은 없어졌으나 예전 종합상사 그 이상의 기능을 가졌다 하겠다.


예전에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효성물산 등,

재벌들이 국가로부터 종합상사 지정을 받아 영업을 하였으나,

후에 폐지하여 수출입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다.


이렇듯, 표국은 그저 단순히 무술 실력을 갖춘 집단을 넘어,

금융 자본을 확보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국에 분점을 두는 등,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실력 집단이라 하겠다.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이들 표국과 관련된 주제 글을 연재하게 되길 바란다.

오늘은 그들의 생활 철학이랄까, 신조를 대표하는 말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보려고 한다.


三分保平安


이 말은 평안을 보장하는 세 가지란 뜻이다.


所謂三分是指帶三分笑,讓三分理,飲三分酒。


그럼, 여기서 말하는 삼분(三分)은 과연 무엇을 뜻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 삼분은 다음을 가리킨다.


指帶三分笑,讓三分理,飲三分酒。


이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三分笑


낯선 물 건너고 산을 지나다 보면,

재해를 만나거나, 도둑이 출몰하며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이 때 아무리 무술 실력이 뛰어나다한들,

때론 위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할 때, 웃음을 짓고, 촌지를 준비하며, 명함을 건네면,

의외로 막힌 길이 열릴 수 있다.

이렇듯 자세를 낮추고, 겸양스런 태도를 갖춘다. 


三分理


이는 일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말고,

이치 껏 행동한다는 말이다.


가령 관청 아문을 지날 때는,

수문장에게 통행세를 슬쩍 건네주며,

관리를 만나면, 뇌물을 받치며,

기름칠을 잘하면, 일이 수월하게 풀린다.


산을 가다가, 범을 만나고, 도적을 만나는 것만 무서운가?

천만에.

관리, 하다 못해 아전만 하여도 위세가 지옥문 지키는 수문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여기 시골 동네, 읍장은커녕, 부읍장, 산업계장만 되어도,

어깨에 바짝 힘이 들어가고, 콧대에 힘이 들어가 있다.

내가 이들을 다 직접 상대하여 그 실상을 잘 안다.

그렇다한들, 나는 녀석들 만나면 청룡언월도 휘두르는 관운장보다 더 맵차게 다룬다.

권세란 이리도 사람을 거만하게 만들며, 인성을 망가뜨린다.

오늘날도 비록 5년 선출직일지라도,

권력 한 번 잡으면, 세 과시하는 꼴 눈 뜨고는 차마 못 볼 지경이지 않든가? 


三分酒


술은 표국 일을 하는데 단연코 금기다.


혹여 흑점(黑店)에라도 들게 되면,

호송 물건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자칫 목숨까지 잃게 된다.

중임을 맡고, 어찌 함부로 술을 마실 수 있으랴?

(黑店 : 옛날, 길손을 해치고 돈을 빼앗을 목적으로 악당들이 열고 있는 객점.

 동명의 홍콩 영화는 흑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utube, 흑점)


그러함이니,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수호지를 읽다 보면, 임무 수행중 술을 먹고, 일을 그르친 이야기가 나온다.

양지(楊志)가 양세걸(梁世傑)의 부탁을 받고,

그 장인의 생신강(生辰綱) 수송 일을 맡았는데,

도중에 조개(晁蓋), 오용(吳用)의 계략에 떨어져, 수하들이 약에 탄 술을 먹고는,

모두 나자빠져, 재물을 모두 빼앗기는 장면이 나온다.

(※ 生辰綱

수호지는 송(宋)나라의 시대 배경을 깔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唐), 송(宋) 때, 운수 화물은 茶綱, 鹽綱, 花石綱 등으로 조직되었다.

차, 소금, 정원을 꾸미기 위한 석재 따위는

당시엔 다 값 비싼 물건들이었다.

그런즉 생신강이란, 생신 예물 일반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술 자체가 나쁘랴?

다만, 이게 댕길 때는,

길은 험하고, 태양은 타오르고, 목은 마를 때다. 


수호지에는 당시의 모습을 이리 시로 그려내고 있다.


熱氣蒸人,囂塵撲面。

萬里乾坤如甑,一輪火傘當天。

四野無雲,風寂寂樹焚溪坼;

千山灼焰,咇剝剝石裂灰飛。

空中鳥雀命將休,倒攧入樹林深處;

水底魚龍鱗角脫,直鑽入泥土窖中。

直教石虎喘無休,便是鐵人鬚汗落。

(水滸傳 第016回/120回本)


바로 이 때,

그 틈을 노려, 조개의 책략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의 흉수에 걸려,

약을 탄 술을 마시고는 나가떨어지고 만다.


아아, 그러함이니,

술이나 미인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이를 매개로 틈을 노려 다가오는 대인(歹人) 즉 악한이 문제인 것.

(歹人 : 수호지 바로 위 장면에 나오는 표현이다. 악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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