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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任)

소요유 : 2020. 2. 18. 16:13


임(任)


응급환자가 병원에 실려 온다.


응급 처치실로 환자가 들려간다.


그러자, 구급요원은, 보호자를 향하여 말한다.


‘보호자는 나가주세요.’


내가 만일 의사라면,

의료문화 일반에 대하여 점검하리라.


가령, 이러할 때,


‘보호자는 나가주세요.’


이리 말하지 말고,


‘이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최소 이리 고쳐 말하도록 조처하겠다.


‘나가주세요.’


이 말은 진의는 무엇이건데,

지금 고통에 빠진 이에게 던질 말은 아니다.


이 문법은 자칫 이리 이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네들은 필요치 않다.

성가시다.

방해하지 말라.

그러하니 배제하련다.’


그래,

네들이 말하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하지만, 얼마나 마음이 쓰라릴까?


저들은 국외자가 아니다.

믿음을 주고,

마음을 위로할 수는 없는가?


너와 나.

보호자와 의료인은,

결코 배제하고 배제될 사이가 아니다.


내가 의사, 간호사라면 결코 이런 차가운 말을 뱉어내지 않을 것이다.


‘보호자는 나가주세요.’


나라면, 대신, 


‘이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최소한 이리 말하리라.


그리고,

조금 틈을 빌린다면,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세요.’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이리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까진 하게 되지 않길 바란다.


아무리 경황이 없다한들,


‘이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이 말의 함의를 제대로 안다면,

우리는 환자의 앞날을 저들에게 맡기며 물러날 수밖에 없다.


‘맡긴다.’


의사와 환자, 

그리고 보호자 사이에,

도대체 이 말보다 더 무겁고, 뜨거운 말이 있을 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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