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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농업

농사 : 2020. 4. 23. 18:23


대안농업


사기(史記)엔 인물 중심의 열전(列傳) 가운데,

화식열전(貨殖列傳)이란 편이 따로 있다.

돈 버는 내력이 구체적 사례를 들며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夫用貧求富,農不如工,工不如商,刺繡文不如倚市門,此言末業,貧者之資也。 

(貨殖列傳)


“대저 가난하여 부를 구함에는,

농업이 공업보다 못하며,

공업은 상업만 못하며,

무늬를 수놓는 것은 저잣거리 문에 기대는 것(장사)만 못하다.

이는 상업이 가난한 이들의 수단꺼리임을 말하고 있다.”


이렇듯 농업으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 하였다.

고대나 현대나 농업으로는 큰 이문을 내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여러 업종에 걸친 사례를 소개하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아니함을 예시하였다.


夫纖嗇筋力,治生之正道也,而富者必用奇勝。田農,掘業,而秦揚以蓋一州。掘冢,姦事也,而田叔以起。博戲,惡業也,而桓發用富。.....

(貨殖列傳)


“무릇 아껴 쓰고, 힘써 일하는 것은,

생업을 다스리는 바른 길이다.

그렇지만, 부자는 반드시 기이한 방법으로 성공하였다.

밭에서 농사를 짓는 일은 졸렬한 업이지만,

진(秦)나라의 양(揚)씨는 이로써 한 주(州)의 으뜸이 되었다.

무덤을 파헤치는 짓은 간사한 일이지만,

전숙(田叔)은 이것으로 일신을 일으켰다.

도박은 나쁜 짓이지만,

환발(桓發)은 그것으로 부자가 되었다.

.....”


그러면서 그는 말한다.


由是觀之,富無經業,則貨無常主,能者輻湊,不肖者瓦解。千金之家比一都之君,巨萬者乃與王者同樂。豈所謂「素封」者邪?非也?


즉 이를 살펴보건대, 부자가 되는 데는 정해진 업종이 따로 있지 않고,

재물에는 주인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하였다.


그가 마지막을 이리 장식하고 마치고 있으나,

그의 말이 다 맞는다 할 수 없다.


부자 아버지를 두고 있으면 부자가 되기 쉽고,

교수 아버지를 두고 있으면, 하다못해 지들 품앗이로도 돌아가며, 

자제에게 인턴쉽을 주고받고,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려주니,

원하는 대학에 입학이 쉽다.


판이 저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비상한 재주도 없는 형편에,

田農, 掘冢, 博戲, 行賈, 販脂 ...

즉 농사, 굴총, 도박, 행상, 화장품 장사 ...

등등 남이 꺼리는 업으로 나서 부를 일구면서,

부자가 되는 일은 가망한 일이라 이르기 어렵다.


현대에 들어와 농업은 비약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農장비, 기계화와 더불어, 

화학 요소(要素) 비료의 투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로 인한 부작용인 창궐하는 병충해도,

각종 화학적 약제의 개발로 진압하기에 이르렀다.


농산물 소출이 늘어나자,

더욱 농산물 값은 똥값으로 떨어졌다.

반면, 영농장비, 비료, 농약 비용은,

매해 점증하고 있다.

이로써, 농민은 자본주의 사회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에선, 보조금 형태로 등 굽은 저들을 부축하고 있다 하나,

내가 농부가 되어 지켜보면, 현장엔 허실이 너무 많다.

가령 재주가 좋은 인간은 매해 거푸 수급을 받고,

아닌 이는 엽전 한 푼도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급해준 것도 농민에게 다 돌아가지 못하고,

주변 업자들에게 흘러가는 것도 무시 못 할 정도다.


정책 집행이라는 것이 선택과 집중이란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겠지만,

공정성과 평등성 역시 중요한 가치라 하겠다.

헌즉 나는 주장한다.

농민에게 주는 보조금 다 폐지하라.

정 농민을 부축하려면,

전 농민에게 골고루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정의롭다 하겠다.


농업은 대본(大本)은커녕, 대업(大業)조차 아니게 된 시대 실정이다.

무슨 인연이 닿았든, 운명이든, 농부가 된 이는,

이 가운데 갖은 궁리를 트고 명운을 개척하고 있다.


관행농에 대한 반성으로 유기농, 탄소농법, 자연재배 등이,

그 대안으로 연구되고, 실제 농사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다.

나는 이를 대안농업, 대안농법이라 칭하고자 한다.


기실 대안(代案, alternative)이란,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출현한다.

대안학교 역시 이런 소구(訴求)에 따라 등장한 것이다.

현실의 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새로운 이상과 실천으로 모인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이러한 대안적 운동, 실천은 현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발출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것은 대안이 현안(現案)을 극복하지 못하고,

일정분 그 토대와 구조를 완전히 여의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의 신선한 충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내 소수 세력으로 전락하고 말거나 시나브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저 기존 조건의 변용(變容)일 뿐,

근원적인 변화(變化)내지는 창조적 전망의 창출, 실천이 부재한다.

하기에 강고한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생각해본다.


神秀 偈 唐 神秀大師 (당나라 신수대사의 게송)


身是菩提樹 몸은 보리의 나무요

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 같나니

時時勤拂拭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莫使有塵埃 티끌과 먼지 끼지 않게 하라.


慧能 偈 唐 六祖慧能大師 (당나라 육조혜능대사의 게송)


菩提本無樹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明鏡亦無臺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 없네.

佛性常淸淨 부처의 성품은 항상 깨끗하거니

何處有塵埃 어느 곳에 티끌 먼지 있으리오. 


육조 혜능은 오조 홍인으로부터 법을 물려받는다.

신수의 태도는 아마도 당시 불도를 닦는 이들의 보편적 심적 내용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신수는 따르는 이들도 많고, 

홍인의 법통을 이을 것으로 누구나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혜능은 대안(alternative)이 아닌,

그야말로 전격적, 혁명적으로 사태 현실을 뒤집어 버리고 만다.

여기 혜능의 불교사적 위대함이 있는 것이다.


우파니샤드(उपनिषद्, Upaniṣad)는 

'가까이에 앉는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게 무엇인가?

스승 가까이 제자가 앉는다는 뜻이다.

그런즉, 남에게는 개방되어 있지 않다.

하기에 우파니사드는 오의서(奧義書)라 번역되기도 한다.

교의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은밀히 전승된다.

이것이야말로 사자전승(師資傳承)의 전형을 이룬다 하겠다.


혜능 이전만 하더라도,

전법(傳法)은 의발(衣鉢) 전수를 통해 인증되었다.

하지만, 혜능 이후부터는 이런 전통이 그쳤다.


이제부터, 사자전승은 물론이거니와, 대안(代案)전승도 없다.

다만 혁명만이 있을 뿐이다.

逢佛殺佛 逢祖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

바로 이것이 바로 이런 사태를 언명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엔, 대안(代案)이란 말은,

현실 변용이나 개혁이 아니라, 

외려 거짓말이란 어의로 추락까지 하고 있다.

슬픈 노릇이되,

차라리 잘 되었다.

대안이란 이 어정쩡한 말 자체를 차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대안적 사실(代案的事實, alternative facts)

이 말은 트럼프와 관련되어 탄생한 신조어다.

오바마 때에 비해 트럼프 취임식 때 참가한 사람들의 숫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출처 : pbs)


실제 오바마 때 참가자가 더 많았는데,

트럼프 측은 적극 이를 방어하였다.


그러던 중, 트럼프 측 공보 비서인 Shan Spicer는 여러 데이터를 들이대며,

트럼프 때 더 많았다 주장하였다.


그 후, NBC의 Meet The Press에서,

트럼프 고문이었든 Kellyanne Conway가 

MC Chuck Todd가 Spicer의 거짓말에 대해 질문하자,

이리 대답한다.


Don't be so overly dramatic about it, Chuck. What-- You're saying it's a falsehood. And they're giving Sean Spicer, our press secretary, gave alternative facts to that.


(src : Searchable Talk: Hashtags and Social Media Metadiscourse)


그녀는 MC에게 gaslighting을 하고 있다.

기실 gaslighting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최면술의 하나다. 

호들갑 떤다는 overly dramatic이란 말이 바로 gaslighting에 해당된다.

이로써, 상대를 비난하고, 공박하며, 침몰시키는 것이다.

이리 상황을 조작하고,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하여, 시술자의 통제 하에 두는 술수다.


falsehood ↭ alternative facts

그러면서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Spicer는 (alternative) facts를 말하고 있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기가 약하거나, 멍청한 이라면, 얼떨결에 꼬리를 내리고 말 것이다.

facts에 alternative란 고깔모자를 씌우는 순간,

넋을 잃고 최면술사가 펴놓는 제5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고 마는 것이다.


다행이 Chuck은 멍청한 이가 아니었다.

gaslighting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alternative facts는 결코 facts도 아니고 다만 falsehood일 뿐이다.


신수가 

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

時時勤拂拭

莫使有塵埃

이리 읊으며,

부지런히 색경(色鏡)에 묻은 때를 닦아내자고 말하는 이상,

신수는 홍인을 넘어 설 수 없다.

다만 착한 아이란 대중의 칭찬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혜능은 이리 읊고 있는 것이다.

菩提本無樹

明鏡亦無臺

佛性常淸淨

何處有塵埃

그는 색경을 아예 깨뜨려 버리고 만다.

그러함이니 먼지가 일어날 곳조차 없다.


대안(代案)은,

Kellyanne Conway의 

alternative facts처럼 facts 주위를 맴돌고 있다.

아무리 그 여자 혀가 요망하다 한들,

이리 facts를 떠나지 못하는 한, 철저하지 못하다.

혜능에겐 족탈불급(足脫不及) 미치지 못한다.


대안학교, 대안농업

마찬가지다.

이들은 학교, 농업을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신수級에 머무른다.


을밀농철(乙密農哲)

내 블로그 앞에 붙은 표찰이다.

을밀농업이 아니고 을밀농철인 까닭은,

나는 기존의 관행농, 대안농업을 박차고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 매시,

나는 나를 부정하고, 초월하고자 노력한다.

묵은 나는 세월의 강에 떠내려 버릴 일이다.


사람들은 툭하면 추억을 만든다 한다.

얼마나 삶에 애착이 많으면,

지나버린 묵은 찌꺼기 業에 그리 연연하고 있음인가.

(※ 참고 글 : ‘추억 만들기’ 유감.)


業에 매이지 않고,

哲하고자 함이다.


哲、智也。


哲은 智이라,

나는 여기 전장(田莊)에서,

블루베리를 키우고,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며,

도법자연(道法自然)

자연을 본받고자 함이다.

(※ 참고 글 : ☞ 도법자연(道法自然)


외양, 자연재배를 하고 있는 양 싶지만,

작법 그 양태와 

을밀의 실질 심적 상황, 태도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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