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알았다 이후

소요유 : 2020. 10. 10. 17:06


식전부터 농장 밖이 소란스럽다.

나가 보니, 어제 신고한 수도 누수 처리 작업 인부들이 도착하였다.

내가 신고한 이라 하니,

활짝 얼굴이 피어나며 고마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거리가 새로 생긴 것이니 아니 그럴 까닭이 없다.



실지 작업은 수도국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전기공사도 매한가지지만, 모두 외주업체가 홀로 나와 일을 처리한다.

수도국 직원은 아예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수도 누수가 확실하냐 물으니,

내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방금 시약으로 염소 테스트를 하였는데,

확실히 염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시약으로 채취한 물의 색깔이 붉게 변한 것이 역력하다.


잔류염소시약(O-Tolidine HCl)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정수기 필터 교환 시기도 이 시약으로 점검해볼 수 있다.


수돗물엔 염소 성분이 잔류되어 있다.

수도국에선 염소를 이용 원수를 살균 한다.

하지만 잔류량이 많으면 인체에 좋을 것이 없다.

신체 신진대사율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피부건조증, 아토피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다.


사람의 관능검사만으로 어찌 저 누수가 수돗물인지 여부를 알 수 있으랴?

과학은 이때야말로, 놀라운 역할을 한다.


작업인부 넷, 그리고 굴삭기, 골재 트럭 등이 동원되었다.

헌데 기실 힘든 일은 모두 굴삭기가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과연 굴삭기의 힘은 대단하구나.


짐작대로 누수는 저 판잣집 바로 밑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지하엔 직경 200mm 주철관이 매설되어 있었는데,

바이패스 탭(bypass tab)을 내려고 부착한 새들(saddle)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인부 하나가 저 집 창고 문짝을 열어젖혔는데 안에도 물이 흥건하다.

게다가 물은 아래로 흘러 그 집 차고 앞을 늘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그러함이니 들고 나고 하면서, 보지 않으려 하여도, 아니 볼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왜 저들은 모른 척하였는가?

참으로 괴이쩍은 일이 아닌가?


게다가, 작업인부가, 오늘 그 집 사람을 불러도 나타나지도 않는다 한다.

작업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낯을 내놓지 않았다.


저 판잣집은 무허가인데,

야금야금 터를 넓혀 창고를 연신 내달아내었다.

하여 애초 공터이었던 곳이 지금은 전부 판자로 지붕과 벽이 봉해져 있다.

아마도 긁어 부스럼이라고 혹 탈이 날까봐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게 아니라도, 도대체가,

제 일이 아닌 것은 워낙 나 몰라 하며 모른 척하고 사는 위인들인즉,

저리 숨을 죽이고들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겨울철이 되면 더욱 문제가 커진다.

흘러나간 물이 얼어 얼음이 되고,

시간이 가면 더욱 퍼져나가 켜켜로 얼어붙을 터이니, 

종국엔 빙판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 되면 당장 자신들 차량 출입이 불편할 텐데도,

저들은 저리도 외물에 무심하니,

과연, 용케도 수절(守節)이라, 절의(節義)를 지키고자 함인가?


是故堅土之人剛,弱土之人柔,墟土之人大,沙土之人細,息土之人美,耗土之人醜。食水者善遊而耐寒,食土者無心而不息,食木者多力而不治,食草者善走而愚,食桑者有緒而蛾,食肉者勇毅而捍,食氣者神明而壽,食穀者智惠而巧,不食者不死而神。

(孔子家語)


“그렇기 때문에 단단한 흙 위에 사는 사람은 강하고,

약한 땅에 사는 사람은 유하며,

오래 묵은 땅에 사는 사람은 키가 장신이고,

모래땅에 사는 사람은 단신이며,

기름진 땅에 사는 사람은 아름답고,

척박한 땅에 사는 사람은 추하다 합니다.


물을 먹고 사는 것은 헤엄을 잘 치며, 추위를 잘 이겨내고,

흙을 먹고 사는 것은 심장이 없으며, 숨도 쉬지 않는다 하며,

나무를 먹고 사는 것은 힘이 세어, 다스릴 수가 없고,

풀을 먹고 사는 것은 잘 달리지만, 우매하며,

뽕잎을 먹고 사는 것은 실을 풀어내어 나방이 되고,

고기를 먹고 사는 것은 용맹하면서도 사나우며, 

공기만 먹고 사는 것은 신명하여 장수하고,

곡식을 먹고 사는 것은 지혜가 있고, 교묘하며,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은 죽지 않고 신이 된다고 합니다.”


아아, 그러하므로,

모든 생명은 다 제가 처한 처지, 형편에 따라,

제 각각 다른 삶을 꾸미는 것임이라.


헌즉, 그저 그의 일은 그에게 맡겨둘 일이다.


하지만, 공자가어에 이어지는 글이 더 있으니,

잠깐 마저 읽어 본다.


故曰:羽虫三百有六十,而鳳為之長;毛虫三百有六十,而鱗為之長;甲虫三百有六十,而龜為之長;鱗虫三百有六十,而龍為之長;倮虫三百有六十,而人為之長。此乾坤之美也,殊形異類之數。


“그러므로 일컫길,

깃털이 달린 것이 삼백육십 종류가 있는데,

그 중 봉황이 우두머리이며,

털이 난 짐승이 삼백육십 종류가 있는데,

그 중 기린이 우두머리이며,

갑옷을 입은 동물에 삼백육십 종류가 있는데,

그 중 거북이 우두머리이며,

비늘을 가진 동물에 삼백육십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용이 우두머리이며,

벌거숭이 동물에 삼백육십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사람이이 우두머리라고 합니다.”


此乾坤之美也,殊形異類之數。王者動必以道,靜必順理,以奉天地之性,而不害其所主,謂之仁聖焉。


“이것이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이며,

서로 다른 종류의 운수이니,

왕은 움직일 때도, 반드시 도로써 움직이고,

고요히 있을 때도, 반드시 순리를 따르며,

반드시 천지의 본성을 받들며,

그 주된 것을 해치지 않는 것이니,

이를 일러 인성(仁聖)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 참으로 묘한 말씀이 아닌가?

다 제각각 삶을 살아가지만,

그 가운데 수장이 있으며,

인간 또한 털 없는 짐승 가운데 으뜸이라 하였다.

헌데 인간 가운데 또 으뜸으로 왕이 있지 않은가?


과시 異類之數라,

각기 저마다의 운수와 명운이 따르는 법.

본성을 받들며, 그 주관을 해하지 말라 하였다.


이 말은 본디 자하(子夏)가 한 말이다.

헌데, 자하가 위의 말을 다하고 나가자,

자공(子貢)이 공자께 저 논리가 어떠한가 여쭈었다.

공자는 자공에게 외려 어찌 생각하느냐고 되묻는다.

이 때 자공은 이리 아뢴다.


微則微矣,然則非治世之待也。


“미묘하고 미묘하지만,

그러나, 세상을 다스리는데 기대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자 공자는 이리 말했다.


然,各其所能。


“그렇다. 각기 제가 능한 바를 말하였을 뿐이다.”


일찍이 자공이 자장과 자하의 됨됨이에 대하여 공자께 여쭈었다.

그러자 이리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師也過, 商也不及


“자장은 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


자장은 재주가 높고, 뜻이 활달하다.

반면 자하는 독실하고, 삼가는 성품인즉, 꼼꼼하다.

그런즉 자장은 지나칠 때가 많고, 자하는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자자, 그렇다면, 저 이야기 중, 과연, 

자하가 미치지 못한 점은 무엇일까?


이제, 어디 짐작하는 바가 있으신가?



이리 글을 쓰고 나가보니,

작업이 얼추 다 끝났다.


굴삭기가 온즉,

그들의 힘을 빌어,

농장 출입구 보강 작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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