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알았다.

소요유 : 2020. 10. 9. 17:34


알았다.


오래전부터 봐왔던 일이다.

길거리에 늘 물이 흘러 적셔져 있다.

하지만, 농장 앞 판잣집 곁에서 나오는 양 싶어,

그들과 접촉하기 싫어 애써 모른 척 하였다.


하지만, 이게 수개월이 흐르도록 방치되어 있다.

하여 오늘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길변에 자란 풀에 가려져 정확한 것은 아니나,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뚫고 물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양 싶다.

이게 단속적으로 흘러나온다면, 혹 하수도 누수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일정량이 흐르고 있은즉, 상수도 누수 가능성이 높다.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그 문제의 집은 남자는 그런대로 봐주겠는데,

안주인은 정말 사납고 험하다.

(※ 참고 글 : ☞ 불한당(不汗黨))

하여 접촉을 삼가고 있는 형편이다.


저리 제 집 앞에서 물이 지속적으로 흐르는데,

오불관언(吾不關焉) 모른 척 할 수 있는가?

도대체가 남의 일엔 일점 일호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리라.


내가 오늘은 작정하고 맑은물 관리 사업소에 신고를 하였다.

본디 예전엔 그냥 수도국이었다.

헌데, 이젠 맑은물 운운 하며 제 이름을 바꿨다.

동사무소 역시 지금은 주민센터로 이름 바뀌었다.

수도국, 동사무소 이름이 과연 마땅하다든가,

그를 고수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런 개칭엔 전적으로 찬동하지 않는다.


맑은물이란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작명에 거부감이 든다.

본디 상수도는 하천수를 정수하여 공급한다.

정수를 한다한들, 그 원수까지 맑다 할 수는 없다.

맑은물이라 지칭하는 순간,

그 물의 원천을 포함하여 최종 공급수까지,

암암리 맑다는 일방적 선전내지는 호도(糊塗)에,

시민들이 부지불식간에 끌려들어갈 수 있다.

나는 이게 영 불편하다.


한편 주민센터란 개칭도 문제가 크다.

국가기관이 한글 놔두고 센터란 외국말로 간판을 바꿔달다니,

이를 그냥 봐주긴 곤란하다.

더욱이 그 기관은 거의 내국인이 이용하는 곳 아니더냐?

(※ 참고 글 : ☞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자를 규탄한다.)


말이 옆길로 새고 말았다.

맑은물 관리 사업소(이하 수도국)에 누수 신고를 하였다는 말을 하였다.

정작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그리 신고를 하였더니 담당자가

‘알았다.’고 한다.


나는 이 말 앞에 순간적으로 멈춰 선다.


알았다니, 내가 신고할 의무가 있는가?

시민이 우정 시간을 내서, 신고를 하였으면,

제들 사업소를 돕고 있음이라,

바로 고맙다고 인사를 차려야 마땅한 노릇 아닌가?


누수가 확인이 되고,

고치게 되면, 저들은, 손실을 더 이상은 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의당 내게 인사를 차려야 바르지 않은가?


그런데, 알았다니,

이것은 나를 그냥 신고할 의무를 짊어진 자로 여김이 아닌가? 

예의가 없다.

염치가 없는 이라 하겠다.

수도국은 대민 접촉 창구 일선에 선 이들을 제대로 교육하여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때,

수도국처럼 국가기관이라면 최소 시험에 통과된 이일 터인데,

상식과 교양을 어느 정도 갖췄어야 하지 않겠음인가 말이다.


내 처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나는 짐짓 흥분한 양, 조금 과장하여 떠들어대었다.


‘그래 내가 늘 말하지 않았던가?

공무원은 반으로 줄여도 팡팡 돌아갈 수 있다.

내가 일을 맡으면, 6개월 안에, 조직을 일신하고 말 것이다.’


‘알았다는 말.

이런 안일한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외려 답례의 증표로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해야 마땅한 노릇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오늘을 사는 우리 시민에겐,

도대체가 기대할 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상 속에나 있을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스마트한 기업이 하나 있어 이런 일을 마주하였다 치자.

외부인의 신고로써,

손실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면,

고맙다 치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외려 영악한 기업이라면,

광고 효과를 노려, 

하나 주며 잔뜩 생색내고,

열을 선전하고,

백을 팔 궁리를 텄으리라.


선물은 차치하고서라도,

말 만이라도, 

‘신고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리 응대할 수는 없었겠는가?


이것,

그냥 상식인 사회.

그런 세상을 그리는 나야말로 가당치 않은 꿈을 꾸고 있다 하겠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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