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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 소요(逍遙)

상학(相學) : 2020. 11. 15. 09:32


내가 어느 날 소위 논객이라는 이의 글 하나를 읽었다.


(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남편이나 마누라는 헌신짝처럼 버려도 된다. 오래갈 소신이다.' )

툭 던진 말이기에,
이게 그의 내심의 상태를 모두 드러낸 것인가?
하는데 이르러서는 이것으로 全판단을 온전히 할 수는 없다.

하여간,
이 글을 접하자,
어느 역학 관련 책에서 읽은 다음 글이 떠올랐다.


하니까, 부모, 자식, 그리고 자신에게 잘 해준 처의 경우,
이를 버리게 되면, 천도, 지도, 인도를 따르지 않는 결과이니,
부정을 저질러도 용서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 그냥 여기 남겨둘 뿐,
판석은 유보한다.
다만, 늘 느끼지만, 명리학은 지극히 개인적, 세속적 욕망에 구속되어 있다.
공적 문제의식으로부터 탈각(脫却)되기 일쑤다.
이것 극복하지 못하는 한,
저들의 술학(術學)은 그 편협함으로 늘 변방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역학(易學)이라는 것을 나도 심심할 때는 들춰보지만,
주역은 몰라도, 사주명리학, 추명학 등은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다만, 저들의 논리 구조는 내게 적지 아니 흥미를 유발한다.

저들은 천지 대자연의 사물이나, 인간세사(人間世事)를,
분류하고, 엮어내는데 특출한 재간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기초로 인간의 운명을 추단한다.
이것 보통 정성이 아니다.
나는 저들의 운명 추단은 믿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분류화, 구조화 노력엔 크게 감탄하며, 진진한 흥미를 느낀다.

우선 사물을 classification이랄까, categorization하는데 특출한 재주가 있다.
삼라만상, 특히 인간세의 모습을 섬세하게 분류하였다.
사물을 연구하려면, 낱낱의 모습을 규정하고, 잘 정리정돈하여 분류할 일이다.

서경에 나오는 홍범구주(洪範九疇)처럼,
천지대법(天之大法)을 세우고, 조목(條目)을 정비하고서야,
비로소 그 다음 일을 도모할 수 있다.
그게 천하가 되었든, 개인의 운명을 다루든 말이다.

한마디로 범주화, 개념화라 하겠다.
레고 블럭처럼 이 단위를 마련하여 다음을 도모하게 된다.
오관을 통해 들어온 현상에, 지성 기능이 작동하게 되면,
대개는 이런 형식 질서 단계를 거치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고도의 수준이 아니면 이런 정도의 지성 능력이 발휘되기 어렵다.

섬세한 분류와 더불어, 이제 탄탄한 구조를 더하였다.
구조라 함은, 사물의 생기, 변전의 역학(力學) 관계를 규정 또는 읽어내는 틀을 말한다.
음양오행이니 팔괘의 틀 안에 저들을 포섭, 결구(結構)하여, - structuralization
독특한 저들만의 세계관이랄까 질서 구조를 구축해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정육면체 큐브(cube) 맞추기 놀이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쪽 면 빨간 줄을 맞추면, 다른 면 색상이 어지러히 섞여 버린다.
그러니, 전체를 통합적으로 아우를 만한, 철학,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
역학(易學)의 격국(格局), 신살(神煞), 용신(用神) 따위 역시, 
구조 전체를 조감(鳥瞰)하며, 어느 한 구석이 어그러지지 않게,
통합적인 체계 질서를 무리없이 얽어내어야 한다.
이것 보통 섬세한 감수성, 치밀한 집중력이 없으면, 
결코 그 묘한 세상을 일궈낼 수 없다.

또한 제 단위 요소들 간 힘의 유출과 교합, 제어 현상은,
소위 상생(相生), 상극(相剋), 상승(相乘), 상모(相侮)로 설명해내는데,
이 또한 실로 정교(精巧), 정치(精緻)하다. 
하니까 오행이나 팔괘 등의 fundamental forces들이 상호 interacting하여,
펼쳐지는 dynamic한 힘의 장(force field)을 실감나게 묘출(描出)해낸다. 

이것 놀라운 일이다.
그 정성이 참으로 간절하고, 기구(祈求)의 열망이 절절 뜨겁구나.
하여 저 앞에 서면, 나는 구조학적, 미학적 아름다움에 곧잘 취한다.

하지만, 그 뿐일 뿐,
저것으로 인간의 운명을 알 수 있다는 저들의 태도까지,
나는 믿음을 던지는데 아직 이르지 않았다.
아니, 나중이라도 결코 거기에까지 미치지 않을 것이다.

생년월일 소위 사주팔자로 운명을 귀속시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설혹 그를 수긍한다 하여도, 
생년월일의 판정 규준(規準)의 자의성, 상대성의 한계를,
저들의 문법만으론 쉬이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출처 : 網上圖片)


이런 도편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저리 섬세하게 사물을 분류해내고, 특별한 논리 구조로 엮어내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는 저 간절한 모습이란.
도대체가 얼마나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처절한가 말이다.

예로부터 사주는 관상만 못하고, 관상은 심상만 못하다 하였다.
世事無相,相由心生,可見之物,實為非物,可感之事,實為非事
본래 세상 일이란 것은 상이 없는 것, 상으로서 믿을 수 없는 것, 상 뒤에 감춰진 것이 있는 법.
헌즉, 상이란 마음 따라 생긴다 하는 것이 아닌가?
눈에 보이는 것은 기실 실제가 아니며,
느껴지는 일 역시 실제와 다를 수 있는 법.

그런즉, 사주니 관상이니 하는 것들,
무작정 혹하여 빠질 일이 아니다.
그렇다 하여, 마냥 백안시하며 미신이라 치부할 것도 없다.
그저 나처럼 지긋이 쳐다보며,
흥을 일으킬 때, 그리 하고,
아니면 그냥 놔버리고 말 일인 것을.

그러함이니, 불락(不落)할 일이 아니라, 다만 불매(不昧)할 일이다.
虚灵不昧. 

***

추가 사항

이상의 접근 방법은 현대 인간 뇌의 지각, 운동 처리 과정과 비교하여 흥미롭다.
아래 그림은 Wickens의 인간의 정보 처리 이론인데,
기실, 저기 등장하는 long term memory, working memory는,
마치 컴퓨터의 hdd(sdd), ram(또는 cache)에 비견되며,
attention resources는 central executive로 대략 cpu에 해당되는 폭이다.
여기 가장 중요한 것은 attention resources과 feedback이라 하겠다.

이상 삼자의 얼개를 잘 비교해보면,
유사한 부분도 있고, 다른 것도 있는데,
한데, 아우르며 비교해보면 적지 아니 흥미로울 것이다.

(출처 : Stage Model of Human Information Processing (Wickens,1992))

(출처 : Ρsychologywizard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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