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없다.
영웅은 없다.
(平沙落雁 琴箫合奏)
題解:取秋高氣爽、風靜沙平、雲程萬里、天際飛鳴,借鴻鵲之遠志,寫逸士之心胸
사람들은 삶에 지쳤을 때,
영웅내지는 초인을 기다린다.
아니 기다린다기보다도 차라리 그에 가탁(假託)하여,
오늘의 현실을 노래하는 것일 뿐이 아닐까?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고, 원망(願望)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를 쓰고, 노래하고, 춤을 출 뿐임이라,
하늘에 제를 지내듯, 축제를 한바탕 벌이는 것이다.
이게 한참 시간이 흐르면 전설, 신화의 흔적으로 남을 뿐인 것을.
잔뜩 올린 금박으로 떡칠이 되고,
깨진 사금파리처럼 파편화되어,
어쩌다 햇빛 받으면 반짝일 뿐인 것을.
초인이 오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 뿐인 것이지.
목을 매고 판돈을 전부 걸 일이 아니다.
왜냐?
초인은 오지 않고,
영웅은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축제는 더욱 아름답고 신명나는 것이 아니랴?
이 정도로 그치면 다행이다.
여기 깊이 빠지며 상(像)을 조성하고, 종교로 나아가기도 하며,
일부 극렬한 이는 신명을 바쳐 광신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그 허랑한 짓을 냉정히 직시하고,
맹랑하기 짝이 없는 축제 현장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이게 고대 서사 구조에선 은자(隱者), 일사(逸士)로 등장한다.
(출처 : 網上圖片, 요순시대 등장하는 최초의 은사라 이를 許由)
天下有道則見,無道則隱
공자는 도가 있으면 나아가 출사하고,
아니면 물러나 숨는다 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제갈량(諸葛亮), 사안(謝安) 역시 한 때는,
일사 출신이었다.
只釣鱸魚不釣名
진정한 일사는 고기를 낚을 뿐, 이름을 낚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그리 쉬운가?
강태공만 하더라도 위수가에서 곧은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으며,
죽림칠현도 결국은 혜강을 빼고는 모두 사마씨의 나라에 출사하지 않았던가?
天下有道則見,無道則隱
앞에서 거들은 공자의 이 말도,
실인즉 방점은 隱에 있지 않고, 見에 있다 하겠다.
여의치 않으니 물러날 뿐,
언제고 기회가 되면 조정에 들어가 포부를 펴리란 기대가 읽혀지지 않는가?
공자는 철환천하(轍環天下) 14년 끝에,
결국 68세에 고향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는 용도 되지 못하고 지렁이도 되지 못하였으니,
결국 어정쩡한 이무기가 되어,
살구나무 밑에 행단(杏壇)을 차리게 된다.
먼저 출사(出仕)하다 은퇴하여 은사(隱士)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은사로 남아 있다 후에 출사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는 기실 은일에 뜻이 있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다 출세란 끈을 고리로 그리 흘러갈 뿐이 아니던가?
한편, 거꾸로 위정자가 은자를 이용하여,
제 정치적 만족을 구하는 예도 적지 않았다.
작금에도 대권을 노리는 이들이,
은퇴한 이를 정치 일선에 불러들여,
자신의 부정적 정치색을 탈색하거나,
몸집을 불리는데 동원하기도 하지 않던가?
일사심흉(逸士心胸)도 이리 복잡한데,
아예 드러내놓고 이름을 노리는 정치인들은 오죽하겠는가?
변신의 귀재인 이재명은 자고 일어나면,
엇그제의 제 공약을 뒤집고 새로운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윤석열 역시 이에 뒤질세라, 야포(野砲) 빌려다 마구 질러대고 있다.
모두 양아치 수준들이다.
공자를 비웃던 장저(長沮)와 걸익(桀溺)이나,
굴원을 희롱하던 어부는 저들 양아치보다는 만 곱은 고귀하다.
싸전에 됫박 쌀을 사러 갔는데,
주인이 됫박 위에 말 쌀을 들이부으며,
나 찍어주면 이리 퍼주겠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뒷감당을 어찌 하려는지?
하기사 제 집 뒤주도 아니고, 나랏 곳간인데,
마음껏 질러질러 인심을 쓰고 볼 일이렷다.
흉한(兇漢), 한간(韓奸)이라 할 밖에.
영웅은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영웅은 오지 않는 것이며,
초인 역시 백말은커녕 지팡이 집고, 절뚝거리고라서도 나타나지 않는 법.
아아, 그러함이니,
그대 당신이 영웅이 되고, 초인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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