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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처봉생(絕處逢生)

소요유 : 2023. 1. 19. 13:09


절처봉생(絕處逢生)

내가 늘 말하길 법충(法蟲), 법견(法犬) 데리고 놀아나고 있는,
법기능공 출신 위정자들을 정치 일선에서 축출하여야 한다 하였다.
이게 억지인 것을 왜 모르겠으되,
오죽하였으면 이런 말을 하였겠음인가?

근자에 한 기사를 엊그제 대하고는 어처구니가 없어 그저 눈을 감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속에서 천불이 나고 만다.

먼저 법기능공 출신의 행악질 기사를 살펴보자.

(출처 : hani)

나이 든 이는 안다.
강남에 테헤란로가 왜 만들어졌는가를.

테헤란시와 서울시가 결연을 맺고 그 기념으로 만든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우리의 선배들은 땀을 흘리고,
중동에서 오일 달러를 벌어들였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선 저들과 친교를 맺어도 부족한데,
항차 적이라 규정을 할 수 있음인가?

사실 관계에도 어긋나지만,
설혹 이란이 UAE의 적일지라도,
UAE 특전대를 교육시키기 위해 파병된 우리나라 군인들 앞에서 그것을 적시하는 순간,
이란이 우리나라의 적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란으로서는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일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짓이 또 있으랴?   
외교부는 조막손으로 해를 가리며 변명으로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솔직히 과오를 인정하고 고두백배(叩頭百拜) 사죄할 일이다.

법전만 파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틈이 없게 만든,
현행 법기능공 배출 교육 시스템을 혁파하여야 한다.
기능 이전에 사람 됨됨이가 먼저 길러져야 한다.

설혹 아무리 교육이 기능 위주로 황폐화되었다 한들,
만화책만 제대로 읽고 자랐더라도 사리를 이리 모를 수 있겠음인가?
개탄스럽다.

백번 양보하여,
설혹 이란과의 외교 이력을 모른다 하여도,
남의 나라를 쉽게 적이라 규정해버리고 마는 저 무신경, 무책임한 언설은,
저잣바닥을 노니는 장삼이사도 쉬이 내갈겨 뱉기 어려운 짓거리다.

이란은 625 때 물자를 우리에게 지원해주었고,
1차 오일쇼크 때 유일하게 우리에게 석유를 공급해준 나라다.
恩將仇報 
은혜를 원수로 갚겠단 말인가?

스님네 풍속에 속칭 4바라이(四波羅夷)죄를 범한 자는,
치탈도첩(褫奪度牒)하고 산문출송(山門黜送)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산중이야 편안해지겠지만,
세간은 그럼 구정물이 되어도 괜찮단 말인가?
애초 절간에서 벌어진 일인즉,
내치더라도 바로 고쳐 출송을 하든가?
그게 불가능하다면 산중 도깨비에게 내주어 요절을 내어야 하지 않겠음인가?

이문열이 쓴 단편집 중 ‘사로잡힌 악령’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업(業) 중에서도 구업(口業)이 가장 무섭다지만, 그날 큰스님께서 그에게 맞대 놓고 꾸짖듯 하신 말씀은 이랬대. ‘놈, 네 고리가 하마 여덟 발은 되는구나. 한 발만 더 자라면 요사 둔갑을 떨다가 무간지옥에 떨어질 터인데 때맞추어 잘 왔다. 네가 여기서 끝내 배겨나면 그 꼬리가 떨어질 것이요, 이 산문을 나서면 그날로 무간지옥이 너를 기다릴 것이니라.’”

이 소설은 성비리로 얼룩진 환속 시인을 겨냥한 글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나도 한때 문제의 그가 쓴 소설 화엄경을 읽었는데,
그만 흥이 파하여 조금 읽다가 집어 던져버린 기억이 있다.
나는 한번 손에 잡은 책은 아무리 어렵거나 지루해도 끝을 보는 형편인데,
저것을 읽느니 차라리 화엄경을 다시 읽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당시 번신(翻身)하여 진보 진영에 몸을 담근 그를 한창 주위에서 띄어주며,
노벨상 후보로 밀어야 한다고 난리를 치던 시절이다.
나는 그런 선전에 놀아나지 않은 폭이다.
사정을 잘 알지 못하였어도,
내 감식안은 저런 글에 더는 시간을 나눠주지 않도록 닦여 있었음이라.

과연 큰스님의 말처럼,
그는 무간지옥에 빠진 것인가?
성추행으로 5년간 문단을 떠났던 그는 다시 돌아와,
최근 실천문학에 글을 올리고 복귀하였다.

(출처 : viewsnnews)

절처봉생(絕處逢生)이라,
장마철 야생버섯처럼 저들은 절처에서 기사회생하는 재주가 탁월하다.
이는 대우(大雨) 덕분이다.
가뭄인 양 싶지만 어느 때곤 큰비가 내리는 것을 야생버섯은 안다.
한즉, 때를 기다려 번신(翻身)하며 세상의 눈을 가린다.

(출처 : 圖片來自網絡)

악령은 지옥에 있는 게 아니다.
도도처처 현실계에 있다.
장마비를 맞고 자란 독버섯처럼,
어느 날 권위의 고깔모자를 쓰고,
권력의 갑옷을 입고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비가 그친 후엔 채색 무지개만 뜨는 것이 아니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야생버섯도 여기저기 피어난다.
하지만 기중 독버섯이 적지 않다.
그럴싸하게 생겼다고 덥석 손을 내밀어 따먹다간,
아까운 명을 속절없이 단축할 수 있다.
악령의 독버섯엔 해독약도 없다.

버섯처럼 생긴 것을 모두 식용으로 여길 일이 아니다.
옥석을 잘 가려 저들을 갈라 대하여야 한다.

진보니 보수니 색깔별로 갈라 패거리 놀음질 하지 말라.
그 어느 편에 속하든 독버섯을 먹으면 죽게 되는 법.
제발 어리석게 편 갈라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다만 독버섯을 골라 버리는 일에 충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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