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낸드게이트
어떤 이가 있어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불법 폐기물 발견되면 관청에 신하고,
없는 살림에도 각종 세금과 공과금 어떻게든 납부해….
그럼에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방금 연락이 왔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면,
대개는 죄를 짓지 않아도,
성가시고, 겁이 날 터.
그러니 그 동안 착하게 살아 왔는데,
왜 자신에게 이런 불행이 따르는가 한탄하게 된다.
(경찰서에선 조사가 필요하다고 호출한 한 이번 사건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八八)에 대하여 잘 모르지만 평상시 쓴 글로 보건데,
비교적 행실이 바르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같다.
하지만, 자신이 착하게 산다는 사실을 은근히 강조하였음이니,
아니 본인은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터지만,
내가 보기엔 이런 강박관념 속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있는 양 보였다.
그러자 나는 은근히 심술이 일었다.
이번 기회에 그를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러자 그의 글을 읽고 이내 떠올랐던 생각을 구성해보았다.
논리회로 중에 낸드게이트(nand gate)라고 있다.
혹 이를 모른다 한들 대개 고교 수학에서 배우 불대수(Boolean algebra)는 알 것이다.
게이트는 불대수의 현실적 구현 형식으로,
오늘날 컴퓨터의 핵심은 단위 로직게이트의 거대한 조직적 집합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 electronicstutorials)
각설하고 먼저 그림을 보라.
낸드 게이트는 앤드게이트에 NOT게이트를 이어 연결하여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
낸드란 로직이 무엇인가 간단히 설명해둔다.
그림을 보면 진리표에서 A, B가 모두 1일 때 Q(출력)가 0이 되고,
그 밖의 경우는 모두 출력이 1이 된다.
그림에선 2-input Function의 예를 보였는데,
input가 여럿일지라도 이 낸드게이트는 모든 input가 1일 때만 Q가 0이 되고,
그 밖의 경우 모두 출력이 1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는 이리 말하고 있다.
ⓐ길거리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줍기,
ⓑ불법 폐기물 관청에 신고,
ⓒ각종 세금과 공과금 납부해….
그럼에도 ⓠ경찰서에서 출두 지시.
그의 행위 시리즈 ⓐⓑⓒ…
이들 業은 결과치ⓠ란 果를 맺는다.
편의상 input측에서, 作爲를 logic 1이라 하고,
不作爲를 logic 0이라 한다고 보고,
output측에선,
福을 logic 1이라 하고,
禍를 logic 0이라 한다고 규정하자.
지금 그는 낸드게이트 세계 안에 구속되어 있음이니,
이를 나는 八八虛空場이라 칭하겠다.
잘 요해가 아니된다면,
그냥 하나의 私的 metaverse로 이해해도 가하다.
밀교에서 말하는 마군의 장난질을 막기 위해 설정한 結界와 같다.
八八이의 행위들 ⓐⓑⓒ를 input로 하여 저 낸드게이트에 인가한다면 어찌 되겠음인가?
truth table의 결과치는 변함없이 0이 나온다.
왜냐 그는 ⓐⓑⓒ란 행위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作爲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찰서로부터의 연락이란 부정적인 결과(0)가 토출된다.
그는 지금 낸드게이트란 메타버스 공간에 갇혀 있다.
그렇다면 ⓠ 출력이 1이 되게 하려면 어찌 해야 하는가?
truth table을 잘 보라.
해결책이 있다.
ⓐⓑⓒ…
이것 중 어느 하나라도 0(不作爲)이 되면 출력치는 1이 된다.
1 즉 吉하고, 利로운 결과(福)가 나온다.
자자, 그러함이니 이제 그가 복을 짓는 방법은 간단하다.
ⓐⓑⓒ…
이 중 하나라도 의식적으로 하지 않거나,
모두를 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는 1이 나오게 되어 있다.
八八虛空場
이 장력(場力, field strength)에게 갇혀 있는 그는,
이제 빠져 나오는 방법은 ⓐⓑⓒ… 不作爲하는 수밖에.
삼국지를 보면 오나라 육손은 제갈공명이 쳐놓은 팔진도에 갇혀 옴짝달삭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돌로 쌓은 그 진법을 파해하지 못하고 몇 순이고 맴을 돌았지만,
빠져 나오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제갈량 공명의 장인 황승언이 그 길을 가르쳐주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과연 팔진도는 있는가?
기실 육손은 병법을 너무 잘 아는 장수였기에 빠져 나올 수 없었다.
팔진도는 돌 무더기를 쌓아 놓은 것인데,
높아야 얼마나 높았겠음인가?
육손이는 공연히 생문이니 사문이니 하며 신비로운 양 소문이 무성하였은즉,
그 말의 숲에 갇혀 지레 겁을 먹고 死門을 애써 찾아들어갔기에,
빠져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일찌기 육조(六祖) 혜능(慧能)은 오조 홍인(弘忍)으로부터 의발을 전수받고는,
시기하는 자를 따돌리고자 남쪽으로 피신한다.
이 때 한 무리가 추적하여 따라붙었는데,
대유령(大庾嶺)에 이르러 추적자 혜명(慧明)이 가까이 온 것을 발견하였다.
六祖因明上座。趁至大庾嶺。祖見明至。即擲衣鉢於石上云。此衣表信。可力爭耶。任君將去。明遂舉之如山不動。踟蹰悚慄。明曰。我來求法。非為衣也。願行者開示。祖云。不思善不思惡。正與麼時那箇是明上座。本來面目。明當下大悟。遍體汗流。泣淚作禮問曰。上來密語密意外。還更有意旨否。祖曰。我今為汝說者。即非密也。汝若返照自己面目。密却在汝邊。明云。某甲雖在黃梅隨眾。實未省自己面目。今蒙指授入處。如人飲水冷暖自知。今行者即是某甲師也。祖云。汝若如是。則吾與汝同師黃梅。善自護持。
(無門關)
이에, 혜능은 의발을 바위 위에 두고 숨었다.
혜명은 이를 거두려 하였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깜짝 놀란 혜명은 이리 외친다.
‘저는 법을 구하려 할 뿐이지, 의발을 노린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자 혜명이 이리 말씀하셨다.
‘不思善不思惡。’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아아, 八八이는 현세에서 복을 짓고, 서방 극락세계로 가길 원하는가?
아니면 휴거되어 영생을 노리는 것일까?
6조는 不思善,不思惡하라 말하고 계시다.
여기서, 혜명이 처한 상황 조건을 기초로 좀 추리해보면,
不思善不思惡이란 말의 뜻을 조금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이제껏 혜명을 쫓아와 의발 즉 法의 증표를 빼앗으려 하였지 않았는가?
혜명은 그것을,
不思惡으로,
그리고 깜짝 놀라 구법하려 왔다는 말을 앞에 두고는,
不思善 하라 교시하고 계신 것이다.
왜 그런가?
열반경엔 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 하였다.
선악에 매어, 헷갈릴 일이 아니다.
선, 악 어디에도 마음이 가닿아 있지 않고,
자취,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본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인 것이다.
하니까, 병통은 내가 착한 일을 하고 있다,
악한 짓을 하고 있구나 하는 태도에 있다.
저 말씀은 이 선악 경계를 떠난 경지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自淨其意
지음(행동)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 때,
그 뜻이 절로 밝혀지는 것일 뿐인 것을.
기실 이 경지는, 七佛通戒偈
諸惡莫作,諸善奉行,自淨其意,是諸佛教。。
제악을 짓지 말고, 제선을 행하면,
그 뜻이 절로 밝혀지리니 ...
여기에 가닿는다 하겠다.
저 글의 주인공인 八八이 역시 육손처럼 제가 스스로 쌓은 도덕적 돌무더기에 스스로 갇혀,
옴싹달싹 하지 못하고 맴을 돌고 있는 것이다.
내 문득 황승언이 되어 그에게 生門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고 있음인데,
과연 이 벽창우 그는 제대로 알아 듣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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