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大韓民國)
대한민국이란 우리나라 명칭을 나로서는 그리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우선 왜 그리 생각하는가 하는 점은 잠깐 놔두고, 먼저 공희준 글을 살펴보자.
대한민국, 韓國에서 大國으로 요동수복의 꿈
2008/09/09 01:12 |
[출처] 대한민국, 韓國에서 大國으로|작성자 국민원로
공희준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얼추 접수한다고 해도
내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공희준의 예전 글에서도 목격되었던 것이지만,
요동, 기마민족, 유라시아대륙의 주인 ... 등등 그가 동원하는 말들이
함의하는 것은 ‘힘’ 또는 ‘권력’에의 의지와 다름없다.
나로서는 뒷방 늙은이의 그저 안타까운 향수 정도로 밖에 읽히우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이 과거에 ‘유라시아대륙의 주인’인지 아닌지도 불명확하지만,
백번 양보하여 설혹 그게 사실이라고 하여도,
때때로 그를 추상(推想 or 追想)해내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합을 넣는 모습이
내겐 영 우습게 보이는 것이다.
아랫도리가 다 삭은 뒷방 늙은이가 ‘육체의 발기’가 아닌
머릿속으로 지어낸 발기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차라리 양지 바른 쪽마루에 걸터앉아,
속옷을 뒤집어 까고, 간 밤 내내 괴롭히던 이(蝨 or 虱)나 잡는 것이
남는 장사가 아닐까?
지레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도 못난 짓이지만,
터수가 뻔한 형편에 헛바람만 가슴에 가득 우겨 넣는 모습도 안쓰럽다.
대국(大國)은커녕 소국(小國)인 주제에
의심스런 과거의 영광을 빌어 현재를 위로하고, 미래를 공상(?)하는 것처럼
졸렬한 짓거리가 어디에 있겠는가?
엊그제만 하여도 신용카드 불량자가 수백만을 헤아렸고,
지금은 비정규직이 물경 50%에 달하고 있다.
금태환(金兌換)도 되지 않는 미 달러는 마구 찍어내어도, 한국 돈보다 비싸다.
때마다 수구집단은 성조기를 들고 나와 미국을 찬양하면서도 부끄러움이 없다.
그 뿐인가, 미국으로부터 병든 소까지 수입하는 한심한 나라가 한국이다.
애완견 300만 마리 시대에,
한 해 버려지는 강아지가 5만이 넘는다고 하지 않던가?
자살인구가 2005년 한해 15,000명이나 되었다.
OECD 중 자살률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 하지 않던가?
실정이 이러한데, 기껏 나라 이름에 대(大)가 들어갔다고 큰 나라이며,
한(韓)이 들어갔다고 Khan 왕의 나라가 되는가?
공희준의 저 목울대 붉히며 외치는 대한민국~ 이란 노랫가락은
그야말로 뒷방 늙은이의 노루 꽁지만큼 남은 오후의 허망한 봄꿈이 아닌가?
대자대비(大慈大悲)
자(慈), 비(悲) 앞에 대(大)자를 붙여 대자대비(大慈大悲)라 함은
그게 한가하게 그저 크다는 뜻을 더하고자 함인가 ?
원(圓) 앞에 대(大)자를 붙여 대원(大圓)이라고 하며,
아(我) 앞에 대(大)자를 붙여 대아(大我)라고 함은 무엇인가 ?
원(圓), 아(我)를 대(大)로 덮어 극(克)하고자 함이니,
이로서, 원(圓)은 ‘원’이되 ‘원’ 아닌 ‘원’이요,
아(我)는 ‘아’이되 ‘아’ 아닌 ‘아’가 됨이다. - 초극(超克)
(※. 참고 글 : ☞ 2008/07/05 - [소요유] - 방(方)과 원(圓))
하지만 국호에 붙이는 대(大)는 초극이 아니라,
끝 모르는 허갈진 욕망의 강조 문법일 뿐이다.
대(大)가 지향하는바 마지막은 그저 맹목적 힘이다.
힘의 동경, 다분히 폭력적이고 욕망발현적이다.
보아라,
대영제국(大英帝國), 대일본(大日本) 등 국호에 대(大)를 앞세워 꾸민 나라들은
모두 시랑(豺狼, 승냥이와 이리), 사갈(蛇蝎, 뱀과 전갈)처럼,
이웃 나라를 유린하며, 제 욕심을 한껏 퍼올려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던가?
한국, 조선, 고려 그 무엇이든 다 좋은데,
나라 이름에 대(大)자를 붙이는 것은 열등감의 소치(所致)에 불과하다.
초라한 이들이 거죽으로 뽐내는 안타까움 같은 것,
빈한한 이들이 소위 명품, 실인즉 사치품과 다름없는 그것 하나 사기 위해 3년 봉급을 모으듯,
처절한 몸부림 같은 것이다.
내가 대(大)라면, 이내 상대는 소(小)가 되어야 한다.
아니 기필코 그러길 욕망하고 만다.
상대 역시 소(小)로 머무르란 법이 없을 터,
그 역시 대(大)를 빌어 소(小)를 핍박한다면,
언필칭(言必稱) 이르는 이편의 대(大)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무릇 이러고야 어찌 세상에 평화가 있으랴?
나는 작은 나라라도
힘을 숭상하지 않고,
민족에 매몰되지 않으며,
문화를 귀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하니 국호는 그저 소박하니 저를 가리킬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가령 말이다.
쑥부쟁이, 국화, 개망초 ....
이름씨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걸 대쑥부쟁이, 대국화, 대개망초라 하면,
얼마나 욕심 사나운가?
힘이 강해지길 바라지 말고,
나라의 품격 즉 국격(國格)을 갖추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며,
제 민족만이 웅비할 것만을 탐할 것이 아니라,
사해(四海) 온 인류, 나아가 동물까지 함께 사랑할 문화를 가꾸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