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소요유 : 2008. 8. 31. 21:49
지난주 금요일 뒷동산에서 우연히 만났다.
산에서 내려오는데, 길 한가운데 손바닥만 한 것이 떡 하니 버티고 앉아 있었다.
까딱 잘못하였다간 밟을 뻔 했다.
비가 와서 제 집에 물이라도 들었던 것일까?
아무도 없는 산 길 한가운데,
뛰쳐나와 그는 무슨 생각에 잠겼던 것일까?
몸에 그려진 무늬가 위엄을 갖춘 양 싶다.
한동안 망연히 서서 그를 대한다.
그와 나 사이에 제법 묵직한 침묵이 흐른다.
( 두꺼비 체장은 대략 15cm ~ 17cm 정도로 목측된다. )
집에 가서 디카를 챙겨 가지고 다시 나왔다.
그가 보이지 않아 한동안 찾았다.
도랑을 건너 산으로 이어지는 돌계단,
그 첫 디딤돌 틈에 들어가 쉬고 있었다.
그 다음 날,
산길을 걷다 노인 어른이 나누는 말을 듣다.
‘세 마리 두꺼비가 겹쳐 있다.’
나는 순간 또 두꺼비가 나타났나 돌아보았다.
그 분이 가르키는 것은 바위였다.
세 개가 연달아 업혀진 형국이다. - 섬상섬(蟾上蟾)
늘 스쳐 지나면서도 바위가 참 기묘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리 생각은 하지 못했다.
노인 분의 상상력이 무척 젊다.
정신이 소명(昭明)하니 밝으시니 오래 사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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