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와 쓰레기
불암산,
부모님 산소에 벌초하러 다녀왔다.
골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던 그곳에 이젠 차로가 뚫려
바로 묏산 옆으로 차들이 씽씽 달린다.
산소를 돌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A4 사이즈만한 쓰레기 비닐이 보인다.
쯧쯧, 혀를 차며 주어내자, 그 밑 풀숲에서 하나가 더 나온다.
이것 봐라, 하며 산소 윗편도 살펴본다.
두어 개 겹쳐진 종이컵,
꽃다발 쌌던 것으로 보이는 비닐 뭉치,
자질구레한 비닐 조각들,
담배꽁초 ...
아니, 조상 산에 올라와 쓰레기 버리는 인간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란 말인가?
평소 꽃다발을 비닐로 둘러싼 채 내두고 내려간 것을 보면 심히 언짢았다.
저게 필경은 쓰레기로 변할 텐데,
벗기어 꽃만 남겨둘 것이지, 어찌도 저리들 무심하단 말인가?
그런데, 오늘 보듯이 그 포장 비닐을 그냥 저리 휙하니 버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도대체, 저런 인간들의 정신 상태는 어떻게 되어 먹은 노릇일까?
이웃 산소 옆은 바로 산자락이다.
그 산자락 안으로 들어서자,
컵라면, 각종 비닐 들이 켜로 버려져 있음이다.
짐작컨대, 그 산소 주인이 버린 것으로 보인다.
혹 벌초하는 일꾼들이 버린 것이라면,
수년 썩은 것이 아직도 그냥 버려둔 채 있을 까닭이 없다.
그 이웃 산소에서 보자면 바로 보이기 때문에,
당년도 것이라면 모를까 저리 몇 해 묵을 까닭이 없다.
설혹 주인이 버린 것이 아니라한들,
제 조상 산소 곁에 쌓인 쓰레기를 저리 방치할 수 있음이란 말인가?
내려오면서 주섬주섬 쓰레기를 주어 내려왔다.
캔, 우유팩 ...
아, 천박한 것들이라니!
조상 묘까지 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들은 도대체 무슨 물건(?)들이란 말인가?
사태가 이 지경이니,
내가 북한산에 올라 버려진 쓰레기 보고,
노상 놀라는 것은 사뭇 우스운 노릇일진저.
***
나중엔 어떻게 될까?
내가 다니는 북한산 등산로,
한 삼일 이상 내가 치우지 않으면,
이내 다시 쓰레기가 점점이 흘려져 있다.
그냥 놔두었다가, 언젠가 ...
이명박 식으로 운하 파고, 재개발 되면 이내 땅에 파묻히어 처리가 될까?
아니면, 천지개벽이 되어 지구가 불덩이 속으로 활활 타버려야 해결이 될까나?
당대를 사는 인간들의 이 두텁기 짝이 없는 면판에 뻔뻔한 부끄러움 - 후안무치(厚顔無恥)
이를 어찌할런가?
참으로 난사(難事)중에 난사요, 흉사(凶事)중에 흉사라.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공사 (14) | 2008.09.30 |
---|---|
주상절리 (0) | 2008.09.21 |
대한민국(大韓民國) (0) | 2008.09.09 |
시불망보(施不望報) (6) | 2008.09.02 |
두꺼비 (10) | 2008.08.31 |
침을 뱉다 (0) | 2008.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