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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

소요유 : 2008. 9. 21. 13:53


어제 밭에 갔다.
기상대 예보로는 밤늦게 비가 온다고 했으나,
종일 비가 오락가락한다.
하던 일을 작파하고 인근 ‘군남’이란 곳을 죽 둘러보았다.

비가 오셔서 그런가, 안개비에 젖은 산하가 제법 정취가 있다.
강가에 병풍을 두른 듯, 올연(兀然)히 솟아오른 주상절리(柱狀節理)를 보다.
아니, 실인즉 강바닥쪽이 아래로 미끌어져 앉으며 단애(斷崖)를 이룬 것인지도 모르겠다.
(※ 참고 글 : 주상절리 - 2008/04/20 - [소요유] - 결(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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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밑 강가에 있지 않고 지상에서 마주하였다면,
손 뼘만한 하늘 조각도 보이지 않았으리.
설악산 가는 길, 장수대에서 마주친 절벽은 기(氣)가 막(塞)히여,
가슴이 막막해지지 않았던가?

여기 것은 그리 장대(壯大 or 長大)하지 않으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얼핏 무섭기조차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름다워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까닭인즉 하늘이 보이기 때문이다.
장수대 절벽은 정면에 마주하고 서자면 고개를 높이 꺾지 않으면
하늘조차 보이질 않는다.
이 때 귀까지 멍해지며 삼혼칠백(三魂七魄)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하지만, 조각하늘이라도 보이면,
그제야 숨통이 트이며 마음자리가 제 자리 찾아 돌아앉게 된다.
이 때 비로서 그 위용에 놀라며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장벽(長壁)이지만, 이곳은 하늘도 터져 있고, 강물도 흐르니 한결 여유가 있다.
게다가 바위 절리(節理) 문양도 기묘하고, 핑크빛 색조가 은은하니 고와,
오히려 친근감이 생기까지 한다.

비에 젖은 강이 아름답다.

도시에 강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적지 아니 위로가 된다.
무릇 도시엔 강이 있어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밋밋한 땅 위에 산이 솟아 축복이듯이,
삭막한 도시에 물이 흐르면
따뜻한 정감이 도시인 가슴마다 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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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로 내려가 보았다.
강변에 깔린 조약돌들이 모두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들이다.
여느 지역과 다른 돌들의 조형미가 낯 선 이국(異國)에 온 양 착각을 일으킨다.

몇몇이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산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강변 자갈길에 점점이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이 아름다운 곳에 그 누가 차마 먼지 하나인들 흘릴 수 있으랴.
한쪽 길 변에는 쓰레기가 더미를 이루고 있다.
강 건너를 살펴보니,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게 모두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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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저 고은 산하를 보고 저들도 입을 하 벌리고 감탄을 하였을 텐데,
돌아갈 때는 저리들 쓰레기를 버리고 갈 수 있음인가 말이다.

하기사 자신의 밭에도 태연하게 각종 오물을 버리는 형편인데,
제 것 아닌 자연에겐 일도 아닐 테라.
여기 밭 일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농부들이라고 하나 같지 않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귀한 먹거리 건네주는 밭,
그 밭을 귀히 여기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흉한 마음보들.
모두 제 몸 아닌 것은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이리라.
동원하고, 갈취하며, 제 뱃구레에 처넣기 바쁜 게라.

하기에 멀쩡한 국토 배 갈라 운하 파자고 난리법석이고,
키우기 귀찮다고 멀쩡한 강아지 유기(遺棄)한다.
모두 하나의 뿌리에 터하고 있음이다.
어리석은 미망(迷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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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가에서 만난 저 백로를 생각한다.
마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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