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공사
여기 북한산국립공원은 매년 느끼지만,
찬바람이 불면 여기저기 공사가 벌어진다.
며칠 전 내가 보기엔 멀쩡한 파고라 지붕을 다 떼어내고 새로 올리고 있더라.
내 거기 그늘막에 앉아 쉬어가지 않는 처지라,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곁으로 지나가다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여, 오늘 마침 거기 쉬시고 계신 노인분께 여쭈어보았다.
“저것, 최근 공사를 하였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별 이상 없었다.”
“혹 썩거나 하여 위험하지는 않았는지요?”
“그렇지 않았다. 다만 지붕 가로보가 성기게 되어 있던 것을
조금 촘촘히 해 넣었을 뿐이다.”
그 지붕위로 등나무 줄기를 올려 그늘을 지게 하였을 뿐,
처음처럼 성기다한들, 그늘이 지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요,
베게 한들 더 나을 바도 없는 형편인지라,
그리 요긴한 일은 아니었다.
뭐,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미리 살펴 보수하였다면,
딱히 그릇되었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공사하는 분들을 얼핏 보니 직원 복장을 하고 있으니,
내가 우려하는 가외의 예산 낭비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세한 사정을 모르니, 무작정 이를 잡고 시비를 걸 형편은 아니나,
쓰레기는 등산길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데, 이런 것 치우는 게 더 급하지,
멀쩡한 파고라 손질할 까닭이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왜 아니 그럴까?
역시나 여전하다.
지난 7월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공사가 있었다.
거기는 내가 늘 건너는 처지라 사정을 다 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다리 난간을 모두 뜯고는 새로 해 넣었다.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처사로 여겨졌다.
게다가 난간 나무에 칠을 하였는데,
칠이 계곡 바닥 바위로 떨어져 여간 언짢은 게 아니었다.
추적 관찰하였으나 그 칠은 수개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았다.
마침 계곡에는 버들치 무리가 한참 자라고 있는 형편이라,
더욱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설혹 일부 난간 기둥이 문제가 있다한들,
그것만 갈아 끼우면 될 것인데,
전체를 그리 깡그리 바꿔야 할 까닭이 있을까?
만약 내 집 연못에 난간을 설치하였다할 때,
난간 페인트칠을 물에 뚝뚝 흘리며 할 수 있었을까?
연못에 사는 물고기를 염려하지 않고,
까짓 페인트칠이 대수이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보통 2~3년을 주기로 전체가 개비(改備)되곤 한다.
알기로는 통상 60억 예산인 여기 공원은 입장료 수입이 있었던
당시에도 근 50%의 적자재정이었다.
(※ 2007.01.01부터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적자재정이 뻔한 살림인데,
저리 분간없이 시도 때도 없이 멀쩡한 것을 고칠 수 있겠는가?
설혹 문제가 있다한들, 일부 보수하는 것도 아니고,
전부 갈아치울 배짱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보니 그 다리에 연(連)하여 계곡 출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쳐놓은
인접 울타리를 전부 바꾸고 있질 않은가?
당시 이것도 또 바꾸지 않을까 염려하여 유심히 살펴봐 둔 적이 있다.
단언 하거니와,
이 울타리는 별반 문제가 없었다.
혹여 눈에 띄지 않지만 나무 기둥이 썩었다한들,
그게 그리 대수가 아닌 것이,
이 방책은 계곡 아래로 추락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이 아니요,
단지 출입을 금하기 위한 계고(戒告)의 역할밖에 없는 터.
울타리를 쳐놓았다한들,
울타리를 타고 넘든,
사이로 허리를 굽혀 들어가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계곡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예산을 들여 전체를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기 계곡은 등산로로부터 아래로 급히 낭떠러지를 이루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낮아져 약간 아래로 쳐진 지형이기에 별반 위험이 없다.
왜 가을 문턱에서 이리 바삐 예산 지출을 자행하는 것일까?
이것은 이것대로 심각히 점검해보아야 할 것이로되,
정작 내가 심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다.
공사하는 현장을 곁에서 유심히 지켜보았다.
나무 기둥은 땅을 파고 전부 시멘트를 부어 고정한다.
문제는 이리 나무 기둥을 세울 때마다 새로 시멘트가 땅에 부어지고,
예전 기둥을 베어낸 자리에 남은 시멘트 덩어리는 그냥 땅에 묻혀 방치되고 만다는 것이다.
게다가 말목을 세운 후, 기둥에 새로 칠을 할 때,
또 페인트칠이 땅에 흘러 토양을 오염 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남은 시멘트도 그냥 땅에 버려지고,
페인트도 그냥 땅에 뚝뚝 흘리며 칠해지고 있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서는,
차라리 나무 기둥이 썩어질 때까지 최대한으로 버텨,
더 이상의 손질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저리 툭하면 고칠 때마다
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차라리 후차적인 문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표어를 보자.
“자연 그대로 미래로”
고칠 때마다, 잔존 시멘트 덩어리 땅 속에 파묻히는 것,
페인트칠로 인한 환경오염.
나는 이게 참을 수 없이 안타까운 것이다.
얼마든지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애써 사서 이 짓을 하는 저들이 나는 몹시도 미운 것이다.
명색이 관리인이라는 저들,
나는 저들을 늘 의심한다.
제발,
예산 낭비는 여하간에,
저들의 표어대로 자연 그대로 남겨 둘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