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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쇼

소요유 : 2008. 10. 2. 21:37


도토리가 금년엔 풍년이다.
거니는 등산로까지 도토리가 널려 있다.

며칠 전 뉴스를 접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엄홍우)은 지난달 20일부터 20일간 가을철 도토리채취 및 반출행위에 대한 사전예고 집중단속 결과, 수거된 도토리 약 1톤(20kg들이 50포대)을 야생동물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지난 19일 헬기를 이용한 공중살포 및 지상살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뉴시스와이어, CNB뉴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의 정찬헌(33)씨는
“작은 양을 채취한 탐방객에게는 설명한 뒤 도토리를 회수했고, 대량으로 채취하거나 여러 번 적발된 9명에게는 20만원씩 과태료도 부과했다”고 말했다. (©JOINS)

내 북한산 등산길에 최근 2개월간 관찰한 바에 의하면,
등산객중 근 10~50%의 이르도록 도토리를 줍느라 혈안들이다.

대략 한 달 전인가 싶다.
그 앞서 이전 한 달간 이미 등산객들이 도토리를 주워가기 분주했다.
그러나 그제서야 사진과 같은 계고 안내문을 거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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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은 당연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 정릉쪽 등산로는 언제나 도토리를 줍는 이를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적발하는 현장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대부분이 부녀자들이 일상적으로 줍고들 있다.
오늘은 양파망처럼 생긴 망을 하나씩 들고 산을 훑는 여자 둘도 보았다.
너무 심한 것 같아, 지적을 하니 주섬주섬 추려 배낭에 넣는데,
얼핏 보니 배낭 반을 채울 정도로 그득했다.

게다가, ‘만생정’이란 샘물 바로 위에서는 나무를 발길질 하는 사람도 보았다.
도토리를 떨어뜨려 더 줍고자 함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본격적으로 도토리 채취가 이루어진 최근 2개월간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여도,
고작 9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말았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늘만 하여도 정릉 입구에서 만생정에 이르는 등산로를 쉬지 않고,
죽 주파하는 가운데에서도 채취하는 이 10여명을 넘게 목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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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 뚜렷하지 않지만, 실제론 얼추 한 바케쓰 정도의 도토리 깐 껍질이 버려져 있다. 이 지역은 후미진 곳인데,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예컨대 마늘대, 파, 배추 등등 도저히 등산객이 가지고 올 까닭이 없는 그런 살림살이다. 다듬은 흔적으로 봐서는 한번에 서너 식구 먹일 만한 양이 버려져 있곤 한다. 필경은 한 사람의 소행으로 짐작되는데, 근 3년이상 목격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비닐 등 썩지 않는 쓰레기 치우는 것은 늘 나의 몫이다.)

위 기사에 따르면, 작은 양을 줍는 이는 결국은 훈방하고 말았다는 이야기인데,
적발 현장에서의 작은 양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 중에는 매일 같이 주워 모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노인들이라고 괜찮은 게 아니다.
하루 하루는 적은듯 보이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모으기 때문에,
그저 무시할 일이 아닌 게다.
이곳 북한산 주변 주택단지를 거닐다 보면,
여기저기 도토리를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게 다 어디서 주워 모은 것이겠는가?
필경은 북한산 내에서 주었을 것이다.

이미지에 보면 '집중단속'이라고 쓰여있다.
그런데, 고작 9명인가?
나는 언제나 무심히 지나쳐도 도토리 줍느라 혈안인 이들을 10여명 이상씩 저절로 보게 된다.

여기 정릉쪽 입구만 하여도
평일 700~800명, 토요일 3200면, 일요일 3500명가량 등산객이 드나든다고 한다.

북한산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탐방 접근로가 열려 있다.
정릉쪽 한군데만도 이리 많으니, 전체를 따지면 엄청난 탐방객이 드나든다 하겠다.

이 정도면 가히 북한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형편이 이러하다면, 도토리를 줍는 행위는 그저 가을 길을 거닐며,
재미로 놀이 삼는다고 변명하기엔 사태가 그리 한가하지 않다.
지금처럼 누구나 별 제한 없이 줍는 것을, 아무 제재없이 그냥 방치하고 만다면,
북한산엔 다람쥐 몇 마리 외에는 살아남을 생명이 없을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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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동네 산처럼 제한된 주민들 몇몇이 줍는 수준이 아니란 얘기다.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 서울에 남은 마지막 한 움큼의 축복,
그래, 노루꽁지마냥 한줌밖에 남지 않은 그 슬픈, 그러나 너무나도 위대한 축복 말이다.
그 북한산만큼은 사람들 손이 타지 않은 채로 그저 가만히 '거기 그렇게 있어야 한다.'

“욕심을 부리더라도, 북한산 바깥 저 아랫녘에서만 부려라”
“여기까지 올라와서 그 알량한 욕심을 부리고 싶은가?”
“제발 산을 그냥 내버려둬!”

그러하기에,
여기까지 올라와,
쓰레기 버리고,
담배 피고,
화투치고,
라디오 크게 틀고,
고성방가 지르고,
도토리 줍는 것은
그저 죄스럽기 그지없는 짓이라는 것을 사무쳐 깨달아야 한다.

헬기가 한번 뜨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9명이 1톤을 모두 주은 것이 아닐진대,
그들 9명에게만 20만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 아니라,
그 1톤씩이나 주었던 각 개개인에게 모두 과태료를 물렸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이 한결같이 도토리를 줍는다.
찾으려고 별도의 수고를 지불할 것도 없이 널린 게 그들이다.
이들을 적발하고자 하면 여기 정릉 지역만 하여도 하루에 수십 명씩 적발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고작 9명 적발에,
헬기씩이나 동원하여 뺏은 도토리를 도로 산에다 뿌리느라고 용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그 비용이 적기나 한가?

발견하는 즉시 누구에게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였으면,
공연히 1톤씩이나 빼앗아 모을 일도 없을 터.
내가 보기엔 선후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1톤씩 모아, 사무소로 옮겨 보관하는 것도 퍽이나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을 터고,
나중에 모은 것을 헬기씩이나 타고 하늘로 올라 밑으로 뿌리는 것도,
애시당초 가당치 않은 일인 것이다.

왜?

뻔히 범법하는 이들을 엄벌로 제재하지 않고,
다 놔주고서는 나중에 거금을 들여 하늘 쇼를 벌이느냐 하는 것이다.
대단히 실례되는 바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그래, 그저 쇼에 다름 아니라고 규정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공원당국에,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분별하여 주기를 부탁하는 것이다.
년년세세 늘 되풀이 되지 않는가?
노인이라고 봐주고,
적게 줏었다고 봐주고 ...
이리저리 빼주고, 나중에 헬기 타고 하늘에 올라 폼 잡을 일이 아니란 말이다.

누구라도 가리지 말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여기 북한산만큼은 그리 해도 결단코 지나치지 않다.

왜?

북한산은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허여(許與)된 위대한 축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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