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익을 말하는가? (何必曰利)
맹자를 일러 혹자는 전투적 이상주의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확실히 공자에 비해서는 격하고, 현실비판에 추호의 주저함이 없었으니,
나와 같이 성정이 급하고, 시비가 분명한 사람에겐
맹자의 기질이 사뭇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한 때, 즐겨 놀던(逍遙遊) 모 사이트는 소위 노빠 사이트에서 파생된 곳이다.
(※ 참고 글(逍遙遊) : ☞ 2008/02/13 - [소요유/묵은 글] - feedback(피드백))
그 원래의 노빠 사이트란 서프라이즈란 곳이다.
나는 노빠는 결코 아니지만,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널리 이야기꾼들이 모여든 그곳에 자주 들렸다.
노무현이 좋다든가, 그의 정책을 무조건 지지해서라기 보다,
당시 그 만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 흔치 않았으며,
그 시절엔 나름 푸르르고 싱싱한 의견들이 오갔기에, 자주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노빠 파생 사이트인 거기 필진 중에 어떤 이의 논조가 못내 언쨚아,
이런 성격의 사이트라면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삼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필자는 “민노 찌질이”라며 민노당에 극단단적인 혐오감을 노출하곤 하였는데,
그에 반해 노무현에 대하여는 시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경도되어,
그의 밑을 딱아주곤 하는 모습이 제법 역겨웠기 때문이다.
오늘 맹자(孟子)를 읽었다.
이를 읽다 그가 떠올랐다.
아래는 바로 첫 머리에 나오는 이야기다.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을 뵙다.
(※. 양혜왕이라고 하여 양나라 임금이 아니라, 실인즉 魏나라 왕이다.
이는 당시 위나라의 수도가 大梁이었기에 그리 부르기도 한다.)
왕이 말하길,
선생이 먼길을 무릅쓰고 이리 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이익됨이 있으리오?
맹자가 말하길,
어째서 하필이면 이익을 말하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이옵니다.
왕은 자기나라의 이익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는 자기 집의 이익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관리와 서민은 자기 한 몸의 이익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상하가 서로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므로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만승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천승의 가문이며,
천승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백승의 가문입니다.
만승의 나라에서 천승의 녹을 받고,
천승의 나라에서 백승의 녹을 받으면, 이미 적다고 할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의(義)를 미루고 이(利)를 앞세운다면,
다 빼앗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질면서도 그 어버이를 버리는 사람이 있지 않았으며,
의로우면서 그 임금을 뒤로 하는 사람은 있지 않습니다.
왕께서는 인의를 말씀하심에 그칠 일이시지,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孟子見梁惠王
王曰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孟子對曰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王曰何以利吾國 大夫曰何以利吾家 士庶人曰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而國危矣
萬乘之國弑其君者 必千乘之家 千乘之國弑其君者 必百乘之家
萬取千焉 千取百焉 不爲不多矣 苟爲後義而先利 不奪不饜
未有仁而遺其親者也 未有義而後其君者也
王亦曰仁義而已矣 何必曰利
이 구절이 마음에 다가오며 그 사이트의 그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어떤 글에서 말하길 이러했다.
“언제까지 패권국(미국)의 꼬붕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도 전 세계를 호령하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꿈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이 세상은 지상낙원 아니다.
누군가 패권을 잡아야 하고, 나머지는 그 밑에서 신음하며 살아야 한다면,
기왕이면 패권을 쟁취하는 것이 옳은 게 아닌가?”
( - 이 장면은 마치 이런 논법과 같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사람외 동물은 모두 인간이 마음대로 잡아먹을 수 있다.
그러하니, 동물보호운동이라든가, 채식주의자들은 가당치 않은 것들이다.
여기 빠진 것은 무엇인가?
불교식으로 말하면 동체대비(同體大悲), 대자대비(大慈大悲) 같은 의식의 부재일진저. )
그가 말한 것을 직접 옮기는 것은 그가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이상,
부당하기도 하거니와, 비굴한 일이다.
하여 그 뜻만 취하여 각색하였다.
이로써 그 개인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 일반을 두고 논의를 펴는 형식으로 빗겨가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그와 다투고 싶지도 않고,
거래하고 싶은 의욕도 없으므로,
이리 그의 인격을 탈색시켜 일반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말이 그의 정체를 아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 그라면, 미루어 짐작하건대
도대체가 맹자의 인의(仁義)란 한낱 가치 없는 주창(主唱)이고,
오로지 이(利)를 위해 일로 매진하여야 한다고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그러하니, 민노당 등 소위 진보들의 이념이란 것이,
도저히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찌질거림에 불과하다고 여겼으리라.
물론 언필칭 진보 찌질이라 불러도 백번 합당한 이도 적지 않다.
속심으로 제 욕심은 있는 대로 챙기며,
거죽으로는 정의를 부르짖는 축들도 적지 않다.
그러하기에 양혜왕으로부터는 물론이거니와,
천하를 상대로 한 맹자의 유세활동은 종국에 실패로 끝났으며,
그보다 180년 앞선 공자 역시 정치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지 않은가 말이다.
그 자의 말처럼 이(利)란 것이 나 홀로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정녕 그러한 것이라면 말이다.
반대로 그 이(利)를 쟁취하지 못한 나머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 필자 역시 ‘나머지’의 설움을 말하며,
강자를 향해 한편으로는 비난을 하며,
또 한편으로는 굴복하며 협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곤 한다.
만약, 그가 이(利)를 원하는 대로 쟁취한 이후라면,
그는 어떤 모습으로 글질을 해댈까?
어제의 자기를 부정해야 지금의 이(利)를 지킬 수 있을 텐데,
그는 그가 말한 패권, 이(利)를 향해 달려가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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