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예쁘게 봐주세요.

소요유 : 2008. 10. 16. 21:24


나는 얼마 전 가을이면 시작되는 북한산국립공원의 가을철 공사에 대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 참고 글 : ☞ 2008/09/30 - [산] - 가을공사)

왜 아니 그럴까나,

며칠 전 정문 앞 아스팔트 도로를 대대적으로 거둬내는 현장을 목격했다.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고 다녔는데, 멀쩡한 것을 모두 거둬내고 있는 것이었다.
직원한테 물어보니, 거둬내고 보도블록을 깔 예정이란다.
혹여, 일부 맨 땅이라한들, 이 삭막한 도시에선 그것은 그것대로 정겹다.
또한 설혹 일부 도로가 훼손된 것이 있다한들,
그것만 보수하면 될 것이지, 이리 전체를 거둬내고 공사를 할 까닭이 있는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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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로는 공원 직원이 드나들 때 차량을 이용할 뿐,
등산객은 모두 걸어 다니기 때문에 도로가 파손될 여지가 거의 없다.
이것도 참으로 요상한 게,
등산객들은 모두 걸어 다니라고 하면서,
자기들은 모두 차량을 타고 공원 안으로 출입한다.
공원 안에 차량을 들이지 않으려고 할진대,
직원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차량 이용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또한 공원 안에선 금연이다.
그런데도 언젠가 보니, 공원 안에 있는 사무실 앞에서 직원은 담배를 여유 있게 펴댄다.
주객이 전도된 노릇이다.
참으로 해괴한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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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부, 보도블럭으로 마무리가 된 모습이다.)

또한, 공원 안에 있는 사무실은 의당 공원 밖으로 옮겨야 한다.
공원 밖에는 주차장 등 아주 넓은 공간이 널려 있다.
뜻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리 옮겨 갈 수 있다.
직원이 무슨 특권이 있는 게 아닐진대,
등산객에게 금지된 일을 자신들만은 할 수 있겠음인가?

***

내가 저 어처구니없는 공사를 보고,
안면 있는 직원에게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자,
그가 내게 말한다.

“예쁘게 봐주세요.”

입장료 수입이 있을 때에도 60억 예산에 근 50%가 적자였다.
그러하다면, 입장료 수입이 없어진 지금은 근 60억 적자 경제 단위가 아닌가 말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만약 그대가 이런 지경에 놓인 가계 경제 주체이거나,
또는 공원 수장(首長)으로서 살림을 꾸려나가는 입장이라고 할 때,
이리 불요불급한 공사를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리 되물었다.

그제서야, 그 직원은 말한다.

“하여간 문제는 문제야.”

나는 예산 낭비도 낭비지만,
자연보호에 앞장 서야 될 국립공원 당국에서,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저 폐(廢)아스팔트를 저리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하고 안타까와 하는 것이다.
저게 자연계에서 분해되려면 도대체 몇십년, 몇백년이 흘러야 되는가 말이다.
보수만 하면 얼마든지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왜 유독 가을만 되면 쓸데없이 저 짓을 자행하는가 말이다.

석삼년 공방살 든 과수댁이,
소소(蕭蕭)하니 가을 찬바람이 일면,
허벅지 바늘로 찌르며 시름을 달랜다.
그렇게, 저들 역시 가을만 되면 공연한 공사판 벌이며,
푸닥거리 하듯 이 허무한 계절을 지나려고 함인가?
아아, 가을은 어느 누구일지라도 얼마나 사무치도록 시린가 말이다.

혹은, 가을만 들면 무슨 원수질 일이 생기는가?
그게 아니면, 공사판을 벌이면 어디 꿀떡이라도 쏟아지는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하마, 가을은 그래서 상실의 계절이란 말인가?
참으로 시절곡절이 하수상한 세태가 아닌가?
하기사, 타는 듯 붉은 단풍 보고 감상에 젖으나,
폐(廢)아스팔트 보고 가슴이 쓰린 것이나,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매일반이 아닌가?
정녕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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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슴아슴 저리도록 아름다운 계곡이다.
하지만, 몇몇 발자국 떨어진 간격마다 쓰레기가 계곡에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실은 사진을 다 찍어두었는데, 공연히 기분 상할까봐 게재는 생략한다.
이도 직원에게 몇번 치울 것을 부탁했지만 마이동풍이다.
정문을 지난 바로 입구의 실정이 이러하다.
이게 도대체 국립공원이 맞는가?)

입구를 지나자마자 펼쳐지는 계곡은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다.
나는 부러 눈길을 그리 두고 걷다가 때로 멈추었다 지난다.
그윽하니 폐부 속 깊이 저들을 맞아들이며,
나는 은폐된 평화의 골짜기, 그 내밀한 세계로 젖어들곤 한다.

하지만, 거기 계곡 안에도 쓰레기가 적지 아니 버려져 있다.
저 쓸데없는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단 백분지일만 투여해 청소하는 데에만 써도,
아마 일 년 내내 공원 안은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할 것이다.

청소하는 분들을 보면,
큰 것은 줍지만, 작은 것은 줍지를 않는다.
하여, 사탕껍질, 유리조각 등은 그저 나뒹군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산 계곡까지 훑어 쓰레기를 주었다.
모아진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내려와 등산로 길 변에다 내놓았다.
공원 안에는 쓰레기통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주은 것을 일일이 집으로 가져오기도 난감하다.
부득이 이리 내놓으면, 나중에 청소하시는 분이 치우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쓰레기봉투는 없어져 있고,
그 자리에는 잔여 쓰레기가 흘려져 있다.
봉투를 치우면서 흘려진 것도 아울러 치면 어디 덧나는가?
내가 수년전부터 관찰해온 바이지만,
저들은 제법 통이 크다.
큰 봉투 외에 작은 오물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사탕껍질, 담배갑, 인스탄트커피비닐 등등은 그저 땅속에 파묻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현실이다.
도대체가 의식부재라,
저들을 어이할까나 싶다.

***

올 여름 등산길 초입에서 만난 할머니는 등산로에서 넘어져 고생을 했다고 한다.
등산로에 삐죽이 솟아오른 저 장애물은 내가 수년 내 보지만 항상 여전하다.
늘상 마음에 걸리지만, 이젠 신고할 기분도 나지 않는다.
저들을 나는 신뢰하지 않기로 작정한지 사뭇 오래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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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정릉쪽에서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지나는 주 등산로다. 실은 여기 뿐이 아니다. 바로 윗쪽엔 커다란 비닐이 파묻힌 곳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도 흙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는가 보다. 하루 수백~수천명이 드나드는 주통로가 이 지경이다. 이곳도 이미 지나는 직원에게 지적한 바이지만 역시 마이동풍이다.)

도대체가 명색이 국립공원이고,
그것도 초입(初入) 주 등산로 한가운데 저리 공사하고 남은 벽돌 나부랭이가
수년째 길바닥에 박혀 있어도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처리하지 않고 있는 저들 직원은 과연 시민들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아주 희한한 일을 보았다.
할머니가 다치신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아래쪽 등산로에서,
직원 한 분이 혼자 쪼그리고 앉아 길을 고르며 새로 닦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곳에선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일,
그래 기적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광경을 목격하고는,
아연, 놀라 그 분께 말을 걸었다.

이곳으로 발령 받은 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 분이 길을 매만지고 있는 곳은,
이곳 등산로 중에서는 가장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主통로 초입이다.
이곳은 울퉁불퉁하여 겨울철 얼음이 얼면 미끌어질까봐,
사람들이 모두 엉거주춤 조심스럽게 오르내리는 곳이다.

계단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며칠을 두고 계단 하나씩 차근차근 헐어내고 잘 매만져 평탄작업을 하였다.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닌데, 본인이 자진하여 일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분을 격려하고자, 공원 홈페이지 ‘칭찬’ 코너에 소개를 하기로 하고,
신원을 슬쩍 물어보았다.
아차, 당시 바로 알려야 했는데,
며칠 미루다 보니, 그 분 성함을 지금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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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울퉁불퉁하던 곳인데 가지런히 다듬어 놓았다.
국립공원, 산, 등산길은 원래 자연 그대로 놔두고 될 수 있는 한,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은 초입에 해당되고 노인분들이 여기를 지나 부근 약수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눈길이 되면 여간 위험하지 않다.)

해서, 이 자리를 통해서나마, 기록하여 남겨 두고자 하는 것이다.
이리 자진해서 솔선수범하는 분을 책임자로 승격시켜야,
청소 행정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아쉽게도,
저 위쪽 할머니가 넘어지신 곳도 손봐주십사 부탁을 했지만,
잊었는지 아직은 그대로다.

멀쩡한 아스팔트 걷어내며,
거금을 들여 엉뚱한 공사 벌이지 말고,
이런 곳이나 틈틈이 손보면,

여간,

“예쁘게 보아주지 않을 텐데.”

언제쯤이면,
저 고은 단풍처럼 예쁜 일들이 일어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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