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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유감

소요유 : 2008.02.11 22:20


숭례문 화재를 접하자,
나는 문득 김영삼 정권 때가 생각난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사고가 터지더니, 집권중 내내 그치질 않았다.
육.해.공은 물론 지하철에서까지 사고가 이어졌다.
얼추 사고일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993년 07월 26일
아시아나 항공기가 목포공항에 착륙시도 중 공항 인근 운거산에 충돌해 66명 사망함.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해상에서 위도를 출clfnrp

발하여 겨포항으로 향하던 서해 훼리호가
파도에 의해 침몰해 탑승자 292명 전원사망함.

1994년 10월 21일
서울 성수대교의 상부트러스 48m가 붕괴돼 등교 중이던 무학여고생 등 32명 사망, 17명 부상당함.

1995년 06월 29일
서울 삼풍백화점 완전 붕괴,하도급의 부당한 관행과 만성화된 부패구조가
초래한 대형인재로 총 501명 사망, 937명 부상당함.

1995년 04월 28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에서 가스폭발사고로 영남고등학생 등 101명 사망,146명 부상당함.

1997년 08월 06일
대한항공 747 여객기가 괌 아가나 공항 착륙 중 인근 야산에 충돌해 226명이 사망함.

급기야, 사람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해대곤 하였다.
당시 술자리에서 덩달아 이리 말하는 친구녀석을 꾸짖은 적이 있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라지만,
잘 관찰해보면 민심은 천심(淺心)이기도 한 것이다.

민심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아,
잘못 된 일이 생기면,
핑계될 사람을 구하여,
그에게 다 뒤집어 씌우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그보다 더 큰 일을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차라리 저리 남을 탓할 여지라도 있을 때는
그래도 조금 형편이 낫다고나 할까 ?

그런데, 이들 국민들의 투정이 맞아들었음인가 ?
정권 말기, 1997년 12월엔 IMF 위기로 단군이래 최악의 국난을 초래하며,
김영삼 정권은 막을 내렸다.
이쯤되면, 투정이 아니라 선견지명이라 해도 될 형편이다.

노무현 정권이라고 달랐으랴 ?
택시 운전수가 영업 안되는 것도,
노무현 탓이요.
자신이 입시에 낙방한 것도 노무현 탓이라 !

며칠전 약수터에서 만난 동네 할아버지는
지지난해 가물어 약수가 말랐을 때,
그게 다 노무현 때문이었다고
화를 내었다고 하소연 하더라.

그런데 이번에 숭례문이 저리 허망하게 소실되자,
이 또한 이명박을 잘못 뽑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돈다.
또 한편에서는 그게 다 노무현 탓이라고도 하는 등 다투고 있다.

***

그런데, 말이다.
고대엔 어떠했을까 ?
주나라가 동으로 천도하기 이전을 서주, 이후를 동주라한다.
이 서주의 마지막 왕인 주유왕(周幽王) 때 일이다.

하루는 기산에서 온 신하 하나가 아뢴다.
“경천(涇川), 하천(河川), 낙천(洛川) 세 냇물에서 같은 날에 지진이 있었습니다.”
주유왕이 웃으며 말하길,
“산이 무너지고 냇물이 흔들리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인다.
하필 그런 것까지 짐에게 고할 것 있나뇨.”
하고 일어나 내궁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태사 백양부는 조숙대의 손을 잡고 탄식했다.
“옛날에 낙수((洛水) 마르자 하(夏)나라가 망했고,
하수 마르자 상(商)나라가 망했습니다.
이제 세 냇물이 진동하였은즉 장차 천원(川源)이 막힐 것이며,
냇물이 끊어지고 마르면, 그 산이 반드시 무너집니다.
대저, 기산은 바로 태왕(太王=옛 문왕의 선조)의 발상지지라
그 산이 한번 무너지는 날이면, 어찌 우리 서주인들 무사하겠소.”

원래 주유왕이야 주색잡기에 능하고 혼암한 임금이라,
저리 나 몰라라 하였지만,
어진 임금은 지진이 나고 산이 무너지면,
그게 모두 자신이 덕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여,
천하에 사면령을 내린다든가,
사치를 금하고 조신하여,
삼가 근심하길 박빙(薄氷)을 걷는 듯 했다.

저들의 행동이 지금 시각으로 보면 지나쳐보일 수도 있다.
허나 제대로 된 임금이라면 최소한 남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않았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현직이든 다음차 대통령이든
이게 다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염치를 차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게다가 국민들은 이게 모두 위정자 책임이라고,
저편에다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참으로 딱하다.
숭례문 경비업체 직원도 국민의 하나요,
문화재청 직원, 소방당국 직원 개개인을 보자면 이 또한 국민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공무원 신분임에 틀림 없고,
그 위치에 상응하는 책임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 역시 직책을 소홀히 하는데,
일개 국민된 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점은 없겠는가 ?
저들이 그리 태연히 직무를 소홀히 할 만한,
사회적 풍토는 없었을까 ?

나는 도리어 이를 걱정한다.
국민들이
대통령 한 사람,
공무원들,
이리 무작정 남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야말로 미신이 아닐까 ?

그러하지 않다면,
그대 자신들을 먼저 돌아보라.
길 가다 담배 꽁초 휙휙 버리고,
국립공원, 산에 올라가 쓰레기 스스럼 없이 버리고들 있지 않는가 ?

실제, 예전 2005년에 일어난 고성 산불도
산에서 담배 피우고 아무데나 버렸던 자 때문에 일어난 것 아닌가 ?
도시의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 태반은 담배꽁초다.
성인 40-50%가 흡연자라고 하였을 때,
길거리에 담배꽁초 버리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열이면 아홉은 모두 꽁초 투기자다.

방화 혐의자,
그 자와 이리 공중도덕 어기는 자신과는 그리 먼 거리에 나뉘어 떨어져 있는가 ?
나는 오늘 이리 되묻고 싶다.

담배공초, 쓰레기 투기와 방화는 차원이 다르다고 ?
개인 하나하나는 방화자와 그 경중의 차이가 날런지 몰라도,
국민 전체의 그 느슨한 맘보를 모으면 방화자만 만들어질까 ?
그 보다 더한 도둑놈, 깡패, 살인자인들 그 맘밭에서 아니 길러질까 ?

그 맘밭 속에서
"이라크 파병 및 연장"
'한미 FTA추진'
'영어몰입',
'한반도 대운하'
이런 염치 내던진 패악이 거침없이 길러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
'팥이 퍼져봤자 솥 안에 있는 게지, 어디 가겠는가 ?'
오늘, 나는 가만히 이리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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