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두텁 뺨

소요유 : 2009.02.10 13:17


종전에 권신(權臣) 하나가 있었다.
그가 죄를 얻어 도망을 가게 되었다.
종자(從者)가 이리 물었다.

“모씨가 당신의 오랜 친구가 아니오?
그는 평소 당신을 십분 좋아 했소.
어째서 그에게 가서 몸을 의탁하지 않는 게요?”

그가 답하여 가로대 이러 했다.

“그 사람은 물론 나를 매우 잘 대해주었지.
내가 음악을 좋아하자,
그는 내게 거문고를 보내주었소.
또한 내가 패옥을 좋아하자,
그는 내게 옥고리(玉環)를 보내 주었소.

그는 평소 (물건을 주면서) 나에게 보비위(補脾胃) 하였소.
하지만, 이제는 나를 써서(수단) 남의 비위를 맞추고자 할 것이오.

만약 내가 그를 찾아가면,
필경은 나를 묶어 왕에게 보낼 것이오.
과연 그는 후에 사람을 보내 추적해왔다.
수종(隨從) 몇 사람을 잡아가 포상을 청했다.
이게 바로 뻔뻔한 낯짝(厚臉=뺨이 두텁다)이 검은 마음으로 바뀐 명확한 증거라 할 것이다.
......”

잠깐 쉬는 사이 글을 뒤적이다가 마주친 구절이다.
나는 생애 이런 후검(厚臉) 또는 면후(面厚)를 두어 번 겪은 적이 있다.
지난 해만 하여도 가까이에 그런 자가 있었다.
하니 이 뜻이 바로 가슴에 확 와 닿는다.

"그는 평소 (물건을 주면서) 나에게 보비위(補脾胃) 하였소.
하지만, 이제는 나를 써서(수단) 남의 비위를 맞추고자 할 것이오."

위 인용구에서 이리 말하고 있다.
이게 남의 비위를 맞춘다고 하지만,
실상은 제 자신의 셈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 셈에 따라,
어제는 나를,
오늘은 남을 보비위 하고 있을 따름이다.
마치 웃음을 파는 매소부(賣笑婦)처럼 말이다.
그 자의 가슴팍에 뱀처럼 또아리 튼 검은 셈판을 헤아려야 한다.

그런데 이게 그리 녹록한 일이겠는가?
옛말에 이르길,

"파수(把守) 서는 이, 열이 도적 하나를 감당치 못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작정하여 꾸미고 면전에서,
갖은 아양 떨며 웃음을 파는 화가유항(花街柳巷)을 어찌 그냥 지나칠 것인가?
삼가고 삼갈 노릇이다.
태만히 하다가 깨달을 때는 사뭇 늦고 말리.

예전에,
바둑기사이자 도박사이기도 한 차민수를 모델로 한 올인이란 드라마에서,
악역 이덕화가 그의 아들에게 역시 이리 말했다.

"넘어진 너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놈이야말로 위험한 놈이다,
그 놈이 언제고 너를 제일 먼저 쓰러뜨리리라."

달콤한 말씀과 웃는 얼굴을 하며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라.
그의 가슴엔 연탄처럼 시꺼먼 모략이 숨겨져 있다.

제 사익을 꾀하려는 자가 있다면,
어찌 그럴싸한 웃음과 거짓을 동원하지 않겠는가?
그대에게 일없이 거문고를, 패옥을 주는 자를 경계하라.
종내는 그가 그대를 잡아가리.

그런데,
거꾸로 말하면,
정작은 거문고를, 패옥을 원한 것은 그대 자신이 아닌가?
그러하다면,
문제는 상대가 아니지 않은가?

살면서 이런 의문을 삼칠은 21,
스물한번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이 때라야 상대가 밝게 보인다.

홍진(紅塵)을 건너려면
천(賤)하고 속(俗)된 이를
곡식에 든 돌 고르듯 가려야 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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