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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나무집

생명 : 2009. 3. 23. 22:57


내가 오르는 쪽 북한산 국립공원 안에 민가가 두 채 있다.
그 중 하나는 주류를 포함한 음식을 판다.
옥호는 이름하여 자두나무집이다.
너무 어여쁜 이름이다.

이게 필경은 무허가일 테지만 내겐 허가 유무가 아니라,
메뉴 중에 보신탕이 포함되어 있는 게 심히 언짢다.
자두나무집과 보신탕은 아무리 생각해도 빙탄(氷炭)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여름에 찍어두었던 자두나무집 차림 간판)

좁다란 나무기둥에 새겨진 '자두나무'란 옥호가
숲속에서 습기를 머금고 소슬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불현듯 애처로와 몰래 훔쳐 구해내고 싶다.
저들 강아지들, 어쩌면 떠돌 영혼들과 함께.

이미 보신탕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지만,
영양탕 따위로 바꿔 내걸었다한들 편치 않은 게 달라질 것은 없다.
점포 한편 산기슭에다 주인은 강아지를 몇 마리씩 키운다.
그들은 여름이 지나면 모두 없어지곤 한다.
나는 이들을 우연히 발견하고 사귐을 가진 적이 있다.
처음엔 으르렁 거리던 녀석들이 내가 몰래 다가서도,
용케 알아내고는 모두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겼었다.

그러다 가을이면 사라지는 저들을 대책 없이 떠나보내길 이태 간 겪었다.
첫해는 처음이라 도리가 없었고,
두 번째 해는 전 해 없어져서 방심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강아지들이 수 마리씩 다시 들어선 것을 보고 속절없이 당했다.

하지만, 그 앞에도 년년세세 되풀이 되었을 저 짓을 금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막기로 했다.
이번 북한산 공원 직원을 만났을 때, 저들을 통제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렇지만 후에 확인을 해보니 미적미적 거리며,
불확실한 대답을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냥 지나친 게 틀림없어 보인다.
해서 내가 직접 저 집 주인을 만났다.

주인에게 확인해보니 역시나 공원 직원으로부터 통고를 받지 못했다한다.
나는 그 주인에게 말했다.

“국립공원 안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는 것이 금지된 행위이며,
더구나 보신탕을 이곳에서 팔지 못하는 것을 아시는지요?
금년부터는 절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강아지를 다시 키우시거나,
보신탕을 파는 것이 목격되면,
지금 하시는 음식장사도 제대로 하시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여주인은 짐짓 꾸민 듯한 말을 바삐 주어 섬긴다.

“우리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아요.
이번부터는 키우지 않을 작정입니다.”

그 집 앞에 택시가 늘 있는 것으로 보아, 남자 주인은 택시기사인 양 싶다.
또한 음식장사도 겨울은 거의 놀고,
다른 철에도 어쩌다 손님이 드는 정도로,
이에 의지하여 생계를 전적으로 꾸리는 것은 아니다.

한즉, 보신탕 영업을 하지 않는다하여도,
그게 생계에 그리 큰 영향은 없을 것이기에
저들을 향한 내 마음에 부담이 한결 적어 안심이다.

하지만,
이번에 저들이 개심을 하면,
다만 몇이라도 아까운 생명을 구하는 길이 될 터이니,
저들 음식점 주인에게 또한 좋은 업을 짓는 계기가 되리라.

입 안에 있는 혀도 이빨에 물릴 때가 있는 법인데,
항차 제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죽여 제 명을 돋우는 데 이용한다면,
어찌 당장 죄스럽다 하지 않을 것이며, 장차 갚음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숯불을 밟고야 어찌 그 발이 데지 아니하겠느냐?”
(잠언 6장)

정작은 제가 숯불을  밟고 있음이라,
어찌 제 집안에서 따뜻한 피가 돌던 생명을 숯불에 구우면서,
데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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