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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루주

생명 : 2009. 1. 31. 17:33


길을 걷다가 고물할아버지 부인을 만났다.
(※ 참고 글 : ☞ 2009/01/25 - [소요유] - 책임을 져라.)
나를 보자 이내 고개를 푹 숙인다.
모른 척 지나칠 태세다.

빨간 루주가 회색빛 골목길을 부끄럽게 번진다.
그가 지나가자,
젖은 길바닥엔 순간 핏물이 뚝뚝 듣는다.

한 여인네가,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입술에 빨갛게 루주를 칠하고 있을 때,
산기슭에 방치되다시피 한 저 집 강아지는 주린 배를 웅크리고,
지옥 불에 덴 듯 창자를 끊는 아픔 속에 빠져들었으리라.

지옥이란 관념을 누가 만들었는가?
결국 이는 현생에 지옥은 없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지금 여기 없으니까 도리 없이 저승까지 쫓아가서
기어이 만들어내고 말겠다는 애끓는 원망(怨望)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현실에서는 보상(報償)기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니까,
기대를 저승까지 연장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러하다면 이야말로 현생엔 지옥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천당도 매 한가지겠고.

하지만,
인간에겐 그러할지 몰라도,
동물들에게는 바로 현생이 지옥이다.
자연 속에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인해,
저들 동물들은 현생에서 지옥을 겪는다.

공연히 지구를 더럽히고 있는 게 인간이 아닌가?
인간을 지구에서 솎아낸다면,
필연코, 지구 멸망은 몇 천 곱은 더 늦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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