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강아지집

생명 : 2008.11.02 20:38


“고물할아버지네 강아지집을 고쳐야겠다.”
(※ 참고 글 : ☞ 2008/10/17 - [소요유] - 피의 문법은 외돌아 가지 않는다.)

근래 밭에 일이 있어 시간 내기가 어려웠으나,
아직 미제(未濟)의 일이 하나 또 남아 있는 것이다.

오늘, 고물할아버지네 집으로 갔다.
먹을 것을 가져가서, 우선 시베리안허스키와 새로 온 강아지에게 나누어 준다.

새로 들여온 강아지집을 들여다 보니,
옆은 보도블럭을 켜로 쌓아 올린 상태이며,
뒷 면은 밖으로 터진 모습이다.

외관상으로는 주위에 고물들이 쌓여 있어 바람구멍도 없어 보인다.
그랬던 것인데, 얼마 전 겨울 걱정에 허리를 굽히고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니,
실정이 이리 딱한 형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집 주위에 잔뜩 물건이 쌓여 있어,
이를 들어내고 개집을 손본다는 것이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겠다.
이모저모 준비가 필요하겠거니 걱정만 앞섰다.
해서, 오늘 사전 조사차 들러 이것저것 살피고자 한 것인데,
역시나 개집 주변에 포진한 고물, 보도블록 등을 다 들어내는 것은
보통 녹록한 일이 아니겠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별도의 방책을 마련해야 했다.

나는 주변에 놓인 플라스틱 개집을 찾아내었다.
지난 번 낙엽처럼 스러진 강아지 집이다.
어린 새끼들과 함께 이 한 많은 세상을 떠난 그 강아지 집이다.
가급적 주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지금 놓인 개집을 수선하려고 하였으나,
장소를 별도로 차지한다고 하여도,
이 플라스틱 개집을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놓고,
이리 강아지를 옮겨 놓는 수밖에 없다.
먼저 저질러 놓고, 나중에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려 한다.
사람이 급하면, 이리 쉬이 뻔뻔해진다.

안을 보니 흙검댕에, 거미줄이 한 가득이다.
예정에 없었지만, 기왕에 이리 된 것,
아예, 옷소매를 거두고 물청소를 감행한다.
이게 플라스틱이라 얇기는 하지만 바람은 우선 통하지 않으니,
지금 보다는 한결 나을 것이다.
그 안에 방석이나, 헌 옷을 넣으면 올 겨울은 그런대로 견딜 만 하리라.

한켠에 두어 말린 후,
내일쯤 강아지를 이곳으로 옮겨 올 작정이다.

청소를 얼추 다하고,
이 강아지를 살펴보니 털이 엉겨 말도 아니다.
나는 굴러다니는 가위를 주어 엉킨 털을 잘라주었다.
고물할아버지 집이라, 여기저기 별 것이 다 널려 있는 것이다.

아뿔싸, 그러다가 엉킨 털에 숨은 꼬리를 베고 말았다.
내 가슴도 싸하니 아리다. 미안.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가서 지혈제와 붕대를 가져왔다.
처리를 하고는 등산길에 올랐다.

요즘 여러 일 때문에 피곤하여, 멀리 갈 수는 없다.
해서 일 년에 몇 차례 밖에 가지 않는 뒷산으로 오른다.

며칠 전에도 이리 올라, 쓰레기를 모두 치워가지고 내려왔는데,
오늘 보니 다시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저 아래 계곡 변까지 내려가 몽땅 주어 올렸는데,
또 다시 저 밑엔 먹고 버린 드링크 병이 나뒹굴고 있다.

인력으로는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다.
도대체, 저들은 어떤 마음보를 가졌을까?

처음엔 화가 났었지,
조금 지나서는, 그냥 선 자리에 제풀로 무너지며, 맥이 탁 풀렸었지,
이즈음엔 그냥 담담해지기로 나는 내게 은밀히 약속하였다.

그러지 않으면,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저 이웃 사찰의 스님처럼 도 닦느라고 바쁘단 핑계를 댈 터인가?
아니면 도통(道通)하여 무심한 경계를 노닐어야 하겠는가?

하산 길에 다시 고물할아버지 집에 들렀다.
강아지를 살피니, 피는 얼추 멈추었지만,
붕대를 물어뜯었는지, 꼬리 끝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다.
나는 다시 붕대를 매어주려고,
먼저 가제에 약을 묻혀놓고, 새 붕대를 풀어 준비한다.

이 때, 집 안에서 사람이 나온다.
사람이 드나들든 말든 몇 시간이고 아무런 참견을 하지 않는 그 집.
집 안에 사람이 있어도, 그들은 인기척도 없이 안에 틀어박혀 있기 일쑤다.

돌 틈에 숨은 귀뚜라미가 가을밤에 마당가로 나와 귀뚤귀뚤 울듯,
툭 튀어나와 '말'이란 것을 게면쩍은 듯, 턱 던져내니,
그는 대개(大槪)는 사람일 게다.

이럴 때는, 그들이 한참 밉다가도 왠지 측은해진다.
그러다간, 슬그머니 미안해지며,
이내 나는 도리어 내가 미워지고 만다.

지난여름에 보았던 이 집 아들이다.
(※ 참고 글 : ☞ 2008/08/06 - [소요유] - 궁즉통(窮則通))
이젠 그와는 구면이다.
선한 듯 뵈는 그의 얼굴에 잠깐새 당황스런 기미가 재빠르게 꼬리를 남기고 사라진다.

한편, 그인들 왜 아니 그러고 싶으리,
다만 사는 게 고단하여 그럴 상 싶기도 하다.
이리 돌아보면, 저 어린 강아지의 삶이 너무 아프고,
저리 돌아보면, 사람의 살림살이 이 또한 신산고초(辛酸苦楚)라,  
어쩔 수 없는 아픔들이 시리게 가슴을 저르르 지난다.

지금 외출을 하여야 한단다.
그 동안 인기척도 없다가,
나가야 하니, 도리 없이 나온 것이리라.

나는, 짐짓 태연한 양, 강아지는 어찌 또 들였는가 물었다.
그 집 아들의 말이 사뭇 갈지자로 흔들린다.
처음엔 떠돌이 개를 주어 왔다고 하더니만,
재차 묻자, 이웃집에서 넘겨받았다고 한다.

알고 보면, 나는 성질이 더럽고도 사납다.
그런데도, 이런 이들을 보고 참는 까닭은 무엇인가?
혹시라도 저들을 건드렸다가,
나중에 강아지들에게 화풀이라도 할까봐 그저 꾹 참아내는 것이다.
내겐 이게 제법 수양이 된다.

그러지 않아도, 시베리안허스키 개집 앞에는 커다란 쇠파이프가 나뒹군다.
설마 또 이것으로 예전처럼 패지는 않았겠지.
(※ 참고 글 : ☞ 2008/07/29 - [소요유] - 새벽 신음 소리)

“부담(負擔)의 전이(轉移)”
“제 손으로는 피를 묻히지 않겠다.”

남으로부터 강아지를 넘겨받는 이도 몹쓸 인간이겠지만,
종국엔 뻔한 경로를 통해 처리될 사정을 알면서도,
그에게 넘기고 마는 인간이란 또 얼마나 흉측(凶測)한가 말이다.

저들도,
저녁이 오면 굴뚝에 연기 피워 올리며,
밥을 짓고, 식구들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따끈따끈한 밥을 먹을 테다.

그 누가 말했는가?

“밥이 하늘이다.”

그러하다면 정녕,

“피가 섞인 밥도 하늘일까?”

“일평생 한이 굽이굽이 서린 가여운 저들을 버리고 뒤돌아선,
그날, 저녁 밥상 앞에서도 태연히 이리 말 할 수 있음인가?”

***

사마천(司馬遷)은 이리 말했다.

余甚惑焉, 儻所謂天道, 是邪非邪
(※ 邪 : 보통은 '간사할 사'로 새기지만, 여기서는 '그런가 야'로 새기며, 耶와 통용된다.)

이게 백이열전(伯夷列傳)에 등장하는 말인데,
풀이하자면 이러하다.

“나는 심히 헛갈린다.
천도(天道)는 과연 옳으냐 그르냐?”

백이(伯夷) 숙제(叔齊)는 절개를 지켜 수양산(首陽山)에서 고사리를 캐먹다 죽었다.
이리 의인(義人)은 아사(餓死)로 비참히 죽고 말았지만,
한편 도척(盜蹠)이란 천하의 흉악한 인간은 천수를 다할 때까지 유복하게 살았다.

사마천 역시 궁형(宮刑)으로 수모(受侮)를 받고,
고통스럽게 명을 부지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사기(史記) 전권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물음 역시 이러한 게 아니던가?

天道, 是邪非邪 !

이 물음.
오늘, 나는 동물 앞에 선,
인간에게 재우쳐 묻고 있음이다.

가을 찬 바람과 함께,
이 물음이 오늘을 지난다.

조선시대 김득신(金得臣)이 1억 1만 3천 번(현대 수량 단위로 환산 11만3천 번)이나
외웠다는 백이열전(伯夷列傳) 원문을 이하 새겨둔다.
(조선 후기의 화가 김득신과는 다른 이다.)
잣수로 불과 800자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제나 저제나, 늘 하늘의 길을 곰곰히 생각ㅎ게 하는 부분이다.

夫學者載籍極博,猶考信於六藝;詩書雖缺,然虞、夏之文可知也。堯將遜位,讓於虞舜,舜、禹之間,岳牧咸薦,乃試之於位。典職數十年,功用既興,然後授政。示天下重器,王者大統,傳天下若斯之難也。而説者曰:「堯讓天下於許由,許由不受,耻之逃隱。及夏之時,有卞隨、務光者。」何以稱焉?太史公曰:余登箕山,其上蓋有許由冢云。孔子序列古之仁聖賢人,如吳太伯、伯夷之倫,詳矣。余以所聞,由光義至高,其文辭不少槪見,何哉?
  孔子曰:「伯夷、叔齊,不念舊惡,怨是用希。」「求仁得仁,又何怨乎?」余悲伯夷之意,睹軼詩,可異焉。其傳曰:「伯夷、叔齊,孤竹君之二子也。父欲立叔齊。及父卒,叔齊讓伯夷。伯夷曰:『父命也。』遂逃去。叔齊亦不肯立而逃之。國人立其中子。於是伯夷、叔齊聞西伯昌善養老,『盍往歸焉!』及至,西伯卒,武王載木主,號爲文王,東伐紂。伯夷、叔齊叩馬而諫曰:『父死不葬,爰及幹戈,可謂孝乎?以臣弑君,可謂仁乎?』左右欲兵之。太公曰:『此義人也。』扶而去之。武王已平殷亂,天下宗周;而伯夷、叔齊耻之,義不食周粟,隱於首陽山,采薇而食之。及餓且死,作歌,其辭曰:『登彼西山兮,采其薇矣!以暴易暴兮,不知其非矣!神農、虞、夏,忽焉沒兮;我安適歸矣?于嗟徂兮,命之衰矣!』遂餓死於首陽山。」由此觀之,怨邪非邪?
  或曰:「天道無親,常與善人。」若伯夷、叔齊,可謂善人者非邪?積仁絜行,如此而餓死。且七十子之徒,仲尼獨薦顔淵爲好學;然回也屢空,糟糠不厭,而卒蚤夭。天之報施善人,其何如哉?盜跖日殺不辜,肝人之肉,暴戾恣睢,聚黨數千人,横行天下,竟以壽終,是遵何德哉?此其尤大彰明較著者也。若至近世,操行不軌,專犯忌諱,而終身逸樂,富厚累世不絶。或擇地而蹈之,時然後出言,行不由徑,非公正不發憤,而遇禍災者,不可勝數也!余甚惑焉。儻所謂天道,是邪非邪
  子曰:「道不同,不相爲謀。」亦各從其志也。故曰:「富貴如可求,雖執鞭之士,吾亦爲之;如不可求,從吾所好。」「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舉世混獨,清士乃見。豈以其重若彼,其輕若此哉?「君子疾沒世而名不稱焉。」賈子曰:「貪夫徇財,烈士徇名,夸者死權,衆庶馮生。」「同明相照,同類相求。雲從龍,風從虎。聖人作而萬物睹。」伯夷、叔齊雖賢,得夫子而名益彰;顔淵雖篤學,附驥尾而行益顯。巖穴之士,趨舍有時若此,類名堙滅而不稱,悲夫!閭巷之人,欲砥行立名者,非附青雲之士,惡能施於後世哉!


追伸)
이 집엔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또 드나드신다.
그 분 역시 저들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시고, 보살피신다.
언제 이 분에 대하여 자세히 글을 쓸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참 존경하는 분이라,
주제 넘게 나서는 게,
외려 폐가 될까 두려,
아직은 삼갈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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